[인터뷰… 그]임흥세 남수단 축구대표팀 총감독이 말하는 인생 철학

한국스포츠 모델로 동아프리카 체육발전 이끌 것

신창윤 기자

발행일 2014-02-26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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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 대륙 북동부에 위치한 남수단에서 축구 재능 기부로 '배려'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는 임흥세 남수단 축구대표팀 총감독이 축구 열정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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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클릭아트
현 월드컵대표팀 홍명보 감독 은사
2006년부터 아프리카 축구전도사 자처
남아공 거쳐 내전 남수단 총감독 계약
한국지도자 영입등 '스포츠 외교' 활동

위암 수술·각종 병마와 싸움 불구
말리등 열악한 곳서 마지막 봉사 꿈꿔
"내게 배려란, 축구로 꿈 심어주는 것"


경인일보는 올해 신년 화두를 '배려'로 정했다.

배려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가지로 마음을 써서 보살피고 도와줌', 또는 '관심을 갖고 도와주거나 마음을 써서 보살펴주다'라는 뜻이다.

하지만 하루가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 우리들은 과연 배려를 실천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남을 위해서, 사회적 약자를 위해서 얼마나 우리는 관심을 가졌을까.

그러나 배려를 인생의 삶으로 여기고 타지에서 축구공 하나로 개척하는 한국인이 있다. 그는 아프리카 대륙 북동부에 위치한 남수단에서 축구로 아이들에게 꿈과 용기를 가르치고 있는 임흥세(58) 감독이다.

그는 지난달 14일 남수단 정부·축구협회로부터 국내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대표팀 총감독으로 선임됐다.

25일 한국을 방문한 임 감독을 만나 그의 축구 인생 철학을 들어봤다.

이날 경인일보를 방문한 임 감독은 기자를 보자마자 상기된 표정으로 대뜸 "죽다 살아났어"라고 말했다.

그가 이 같이 표현한 것은 현재 남수단 사회가 정부군과 반군간의 교전으로 위기상황을 맞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임 감독은 "내가 떠나기 전까지도 1㎞ 밖에서 총소리와 대포소리가 자주 울려퍼졌다"며 "현재 시민단체(NGO)는 물론이고 외교관도 안전문제 때문에 본국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남수단의 심각성을 전했다.

이어 "내가 위치한 톤즈 지역은 하루에도 수 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정도로 총격전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하루속히 남수단이 정상화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밝혔다.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는 지난 2010년 선종한 고(故) 이태석 신부가 봉사활동을 한 지역이다. 이태석 신부의 이야기는 '울지마 톤즈'라는 영화로 만들어져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50여년 간 내전 끝에 2011년 7월 새 독립국가가 된 남수단은 이후 정부군과 반군의 내전으로 18세 미만 청소년들이 전체 인구의 80%를 차지할 정도다.

또 식량 비축량이 최근 5년동안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약 600만 명에 이르는 국민이 인도주의적 위기에 직면했다.

그러나 생사를 넘나드는 곳에서 임 감독은 이들을 버리지 않았다. 그는 "가족들이 고국으로 돌아오라고 하지만, 어린이들이 자꾸 생각나 돌아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사실 임 감독은 지난 2006년 1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에이즈와 굶주림에 시달리는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선교사로 활동, 재능 기부를 통해 축구를 전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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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남아공에 머물면서 축구를 통해 어린이들의 삶을 바꿔 놓았고, 2010년 월드컵을 개최한 남아공 정부는 그에게 축구학교 설립을 허가해 주기도 했다.

또 임 감독은 축구 교육용 DVD와 교재를 제작해 남아공을 비롯 아프리카 54개 국가에 배포하며 축구 전도사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는 남아공에서 만족하지 않았다. 임 감독은 "남아공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치고 지도자를 배출하면서 또다른 생각을 갖게 됐다"면서 "이 곳보다 더 어렵고 힘든 곳에서 축구를 가르쳐야 겠다는 생각에 내전중인 남수단을 찾게 됐다"고 설명했다.

임 감독은 자신의 생각을 바꾸지 않게 하기 위해 여권도 남수단축구협회에 맡겼다고 한다.

그의 행동에 남수단 정부는 지난해 축구 대표팀 총감독을 제안했다. 그는 몸도 좋지 않고 열악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거절했지만 이내 수락했다.

임 감독은 "남수단 축구협회가 작년부터 감독 제안을 했는데 사정상 보류했다. 하지만 남수단에서 잇따라 폭탄이 터지고 난민이 발생하는 것을 보면서 감독직 제안을 더이상 거절할 수 없었다"고 수락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남수단 청소년들의 축구 열정은 대단하다. 총성과 포탄이 떨어지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어린이들은 마치 일상생활을 하듯 축구를 즐기고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어 "남수단은 국제축구연맹에 209번째로 등록한 국가다. 현재 축구 시스템이 전무하다"면서 "남수단 정부와 축구협회는 2002년 4강 신화를 이루고 월드컵 8회 연속 본선에 진출한 한국의 축구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나를 택했다"고 전했다.

임 감독은 남수단의 축구 실력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최하위지만, 한국 축구 시스템을 도입해 적용한다면 5년 뒤에는 아프리카 지역 예선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남수단과 2년 총감독, 1년 연장에 대한 계약을 맺었다. 그는 곧바로 남수단 수도 주바에 대표팀 본부를 차렸다. 현재 남수단은 정상적인 축구를 할 수 없다. 내전으로 곳곳이 폐허가 된 탓에 맨땅에서 축구를 한다. 하지만 그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는 우선 남녀 12·15·17세 청소년대표팀, 국가대표 감독 등 남수단 축구에 대한 밑그림을 그릴 계획이다. 이어 현지·한국 지도자를 영입하기로 하고, 대한축구협회와 업무협약 및 코치 연수, 축구 교류 등을 놓고 협의중이다. 그 결과 최근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축구단 유니폼과 용품 등을 후원받는데 성공했다.

그는 "대한축구협회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오는 8월께 남수단 15세팀이 한국대회에 출전할 때 남수단축구협회장이 직접 나와 대한축구협회와 업무협약에 대한 체결도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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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감독의 목표는 또 있다. 바로 남수단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정식 가맹국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5개 이상 국내 체육단체가 설립돼 있어야 한다.

임 감독은 "가장 열악한 나라인 남수단에 한국 스포츠 전반을 도입하고 싶다"며 "나아가 한국 스포츠를 모델로 동아프리카 지역 체육이 발전했으면 한다"는 소망을 밝혔다.

현재 남수단 정부는 임 감독의 스포츠 외교에 감탄하고 있다. 남수단에는 일본 및 중국 업체가 건설산업에 수 백억원을 쏟아붓고 있지만, 임 감독은 스포츠 재능 기부를 통해 한국을 알리고 있는 '남수단의 아이콘'이다.

그러면서도 임 감독은 다른 세상을 또다시 꿈꾼다. 그는 "남아공보다 더 어려운 곳을 찾은 게 톤즈였다. 선교적 봉사자로 축구 감독 이미지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그들을 돕고 싶다. 남수단은 3년 정도면 축구시스템이 갖추게 된다"면서 "아프리카 서부의 말리와 부르키나파소 등에서 마지막 봉사활동을 펼치고 싶다"고 전했다.

임 감독은 홍명보 한국월드컵대표팀 감독과 김주성 동아시아축구연맹 사무총장, 하석주 전남드래곤즈 감독의 은사이기도 하다.

그는 2014브라질 월드컵 본선을 준비중인 홍 감독에 대해 "자기 중심을 잃지 않는 지도자다. 위기에 처하더라도 곧바로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는 성격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하늘에서 내려준 덕장에 비유하고 싶다. 지도자, 선수 생활 모두 신뢰한다"고 단언했다.

이어 그는 월드컵대표팀 준비 과정에 대해 "얼마전 브라질·미국 전지훈련에서 큰 성과를 거뒀을 것이다. 지도자들은 훈련 과정에서 이겼을 때보다 패했을 때 더 많은 것을 배운다. 큰 보약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 월드컵 한국 대표팀 성적에 대해 "예측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16강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남은 기간 철저히 준비를 잘 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임 감독은 배려에 대해 "나에게 있어서 배려란 축구라는 매개체를 통해 세계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임 감독은 몸상태가 좋지 않다. 지난해에는 위암 초기 판정을 받아 수술을 했고, 아프리카에서 장티푸스, 말라리아 등 각종 병마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임 감독은 포기하지 않는다.

그는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지난 4일 입국해 몸을 추스른 뒤 3월초 다시 남수단으로 떠나 그라운드에서 아이들과 함께한다.

▲임흥세 감독은

■ 인천대학교 졸업
■ 성수중 축구팀 감독
■ 남대문중 축구팀 감독
■ 대한축구협회 한국중학교 상비군 감독
■ 광운전자공고 축구팀 코치·감독
■ 아시아청소년학생축구대회 청소년대표팀 코치
■ 미국 세크라멘토 입양인 축구팀 코치
■ 풋볼액트29 감독
■ 경기도 홍보대사
■ 체육인재육성재단 글로벌 홍보대사
■ 희망고 유소년 축구단 감독
■ 남수단 축구 국가대표팀 총감독

/글 =신창윤기자
/사진 =임열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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