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새 정치'… 깃발 내리나?

박상헌

발행일 2014-03-04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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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헌 공간과 미디어 연구소장
'새정치'라는 추상에서
'창당과 선거참여' 직면한 순간
간단치 않은 현실의 벽에 부딪친듯
2년여간 이어온 '안철수 현상'은
공천제 폐지, 국민약속 지키기위한
작은 명분으로 막 내리나


중국발 스모그도 조금 잠잠해진 평온한 일요일 오전 필자의 전화기가 요란하게 울렸다. 안철수-김한길 전격 회동하여 제3지대에 신당을 창당하기로 전격합의하였다는 소식에 종편 및 뉴스 케이블로부터 출연 요청이 쇄도하였던 것이다. 이는 비단 필자뿐만 아니라 정치논평을 업으로 삼는 많은 분들이 일요일 하루종일 바빴을 것이다.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우선 떠오른 생각은 '올 것이 왔는데 조금 빠르구나…' '안철수식 새정치가 이런 식으로 막을 내리는구나…' 등의 생각들이다, 두 세력이 '신당'을 만들기로 한 명분이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에 대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데 있다고 말하고 있다. 분명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새누리·민주 양당의 대선 공약임은 분명하고 약속을 뒤집은 새누리당에 대해 정치 공세는 당연하다.

하나 2년여를 이른바 '안철수 현상'으로 표현된 국민의 '새정치'에 대한 바람이 고작(?) 정당공천제 폐지, 국민에 대한 약속지키기라는 작은 명분으로 막을 내린단 말인가? "피투성이가 되더라도 끝까지 가겠다…" "돌아갈 다리를 불살랐다" "정치공학적인 연대는 결코 없다" 그간 숱하게 쏟아낸 안철수 어록에 대한 뒤집기는 '약속위반'아닌가?

그간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안철수의 '새정치연합'은 6·4지방선거를 목표로 창당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나 '새정치'라는 '추상'에서 '창당과 선거 참여'라는 구체로 안철수 의원이 내려오는 순간 간단치 않은 현실의 벽에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치인 안철수의 내공과 밑천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인지도 모른다. 설 이후 지지도는 급락하고 17개 광역 선거 후보군도 구성이 안되고….

"낡은 틀로는 더이상 아무 것도 담아낼 수 없으며, 이제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안철수, 새정치추진위원회 출범식 기자회견(11·28)), "야권연대를 주장하는 근거에는 양당 구도가 전제돼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도를 부수겠다고 나온 사람들입니다. 기득권 구조인 양당구도를 부숴 새정치를 하라는 것이 국민의 주문입니다. 우리가 구상하는 구도는 새정치와 낡은 정치의 대결구도입니다. 새누리당이나 민주당 모두 낡은 세력으로 몰고 우리는 약자지만 새정치를 추구하면서 우리 길을 가자는 것입니다. 그런 우리한테 야권연대를 하라고 하면 논리적으로 맞지 않습니다."(윤여준, 2·17 주간조선 인터뷰), "연대나 이런 것을 하려면 사실 기존 정당에 들어가면 되는 것이지 새로운 정당을 만들 필요는 없을 것이고…"(금태섭, 1·28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

최근 몇 달 사이에 이외에도 무수히 쏟아낸 말빚을 안철수 세력은 도대체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도무지 가늠이 되질 않는다. '새정치'라는 신생 기업을 코스닥에 상장하여 지방선거에 교두보로 확보해 코스피 거대기업 '민주당'을 M&A화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는 시작도 하지 못한채 약간의 지분(5:5라 말은 하지만)만 받고 사업을 정리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벤처기업 CEO다운 착상이다.

이른바 '새정치'에 대한 기대와 열망을 지분 50%(현실성은 지극히 희박하지만)와 CEO자리로 맞바꾼 것을 국민은 어떻게 이해할까? 2년여 지속돼온 '안철수현상'은 이쯤에서 막을 내린 것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고, 안철수도 민주당의 잠룡 가운데 한사람 정도로(그것도 잘 봐서) 정리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박찬종·이인제·고건·문국현 등으로 이어진 중원을 기반으로 한 새정치에 대한 실험은 이번 역시 실패로 끝난 것이다.

'새정치'에 대한 국민의 열망은 그대로인데, '안철수식 새정치'는 막을 내리고 있다.

/박상헌 공간과 미디어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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