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피해자 유가족 회복에 관한 법' 제정을

공정식

발행일 2014-03-11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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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식 한국범죄심리센터장
살인범죄 발생하면
유가족들은 정신적 고통과
공황상태 빠져 피해 호소해도
무시되기 일쑤다
정부와 국회, 이들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법률적 논의 서둘러야


2007년 크리스마스 날 아빠의 선물을 기다리며 설레는 마음으로 들떠있던 어린 소녀가 늦은 밤이 되어도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온 국민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석달 후 그 소녀는 싸늘한 시신으로 그것도 처참한 모습으로 부모에게 돌아왔다. 그리고 6년이 지난 며칠 전 그 소녀의 아버지가 잃어버린 딸을 애타게 그리워하며, 기나긴 병고에 시달리다 비통하게 운명하였다.

살인사건이 발생한 후 그 유가족의 고통이 얼마나 길고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장례식날 몇 명의 유가족만 빈소를 지키면서 아무 말없이 허공을 쳐다보고 있었다. 간혹 조문객들이 다녀갔고 언론사에서도 인터뷰와 사진을 찍어 간다. 장례를 치르는 유가족들은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도 않는다. 더 이상 쏟을 눈물조차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례기간동안 TV와 신문에서는 연일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피해자의 고통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유가족은 그런 언론에 대하여 달갑지 않다고 말한다. 소식을 접한 국민들의 애도속에서 치러진 장례지만 그 유가족들은 모든 것이 원망스럽다. 왜 그랬을까? 언론의 영향으로 애도의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고인뿐만 아니라 유가족도 감사할 일인데, 유가족들은 그런 소식조차 알려지는게 가슴이 아프다고 한다. 사건 초기에 유가족들은 국민의 관심에 깊은 고마움을 가졌을 것이다. 언론에서 범인의 잔혹성에 대하여 이야기할 때는 작게나마 복수를 한다는 느낌도 가졌을 것이다. 그런데 왜 지금은 언론에 대하여 기피하는 것일까?

유가족들은 '그렇게 해서 변한 게 뭐가 있느냐'고 말한다. 생각해보니 언론에 나온 내용은 '피해자는 아프다'로 요약이 되는데, 그러면 어떻게 피해자를 회복해야 하는지에 대하여도 이야기해야 하는데, 거의 원론적인 이야기들뿐이고 유가족들이 체험적으로 느낄 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들은 언급이 없다. 그래 피해자는 아프다. 그렇다면 아프지 않게 해주는 조치는 국가와 사회가 해야 하는데, '아프다'만 이야기하는 것이 이제는 지겹기도 하고 소용도 없기 때문에 그런 반응을 보인 것은 아닐까?

살인범죄는 중대범죄이다. 따라서 살인범죄에 대한 처벌은 매우 엄격해야 한다. 하지만 유가족들이 볼 때 살인범에 대하여 우리나라의 판사들은 매우 관대하다고 말한다. 과연 '법조인들은 누구 편인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심지어 '우리나라 법을 믿을 수 없다'고 말한다. 살인범죄가 발생하면 그 유가족들은 정신적 살인을 당하게 되고, 신체적으로 중상해를 당한 것과 같은 공황상태에 놓이게 된다. 그런데 직접 피해자가 없다는 이유로 똑같은 피해를 받은 유가족들의 주장은 무시되기 쉽다.

우리는 선량한 국민들이 법의 보호를 받도록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연구를 하고 범죄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수시로 법개정을 한다. 아마도 살인범죄의 유가족들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테두리에서 벗어난 사각지대 중에서 가장 사각지대에 놓인 존재들일 것이다. 실제로 연일 방송에서는 '피해자는 아프다'고 말하는데, 가장 중대한 범죄의 피해자인 유가족들의 회복에 대한 법률적 논의는 아예 없다.

그래서 살인피해자 유가족들은 더 이상 법을 믿을 수 없고 국가와 사회를 불신하는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사건 이후 유가족들은 외로운 법정투쟁, 가벼운 판결에 대한 분노, 향후 출소할 범인의 보복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야 하는 심리적 공황을 외롭게 평생 지고 가야 하는데, 국가는 더 이상 유가족에 대하여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 범죄자를 국가가 처벌하고 처우하듯이 피해자를 국가가 보호하고 지원해야 하는데, 범인처벌을 곧 피해회복으로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살인피해자 유가족의 회복을 위한 법' 제정을 촉구한다. 이것이 살인범죄를 예방하고 살인범죄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회복되지 않은 유가족들이 더 이상 고통받지 않도록 살인피해자 유가족이신 대통령님, 그리고 정부와 국회가 적극적으로 논의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공정식 한국범죄심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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