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임기 절반 넘어선 한국소비자원 정대표 원장

소비자로서 갖게된 작은 호기심… 큰 변화의 출발점

박석진 기자

발행일 2014-03-12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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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표 한국소비자원 원장이 10일 오후 서울시 서초구 한국소비자원에서 인터뷰를 통해
상류층보다 평범한 시민 권익 위한 조직
검사로 활동했을 때와 추구하는 바 같아
법과 현실 사이 균형 맞추며 활동해 갈 것

상식선 벗어난 블랙컨슈머까지 품기는 힘들어
전화상담사 폭언 등 피해 예방 위해 룰 마련
국민에 정보 친숙히 전달하려 노력
상품·서비스 비교… 민간단체와 협력 '과제'

10일,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한국소비자원에서 이제 막 임기 절반을 넘어선 정대표 한국소비자원 원장을 만났다.

정대표 원장은 2012년 9월 검사에서 한국소비자원 원장으로 변신했다. 강력부 검사로서 조직폭력배와 마약범죄 분야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폈던 '그'와 한국소비자원은 선뜻 연결고리가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첫 인사를 나눔과 동시에 물음표는 느낌표로 바뀌었다. 매서운 눈빛을 거둬내고 푸근한 미소로 기자를 반기는 정 원장에게서는 상대를 먼저 생각하는 배려가 느껴졌다.

마라토너의 뜀박질로 보자면 풀코스의 반환점을 돈 시기인데 숨가빠하기는커녕 오히려 여유가 묻어났다. 자신 역시 여러 소비자 중 한 명이라 생각하며 소비자 문제에 접근한 정 원장의 방식이 옳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퇴직후 어떤 일을 할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당시에 주변 분들과 만나 제 고민을 놓고 이야기도 자주 나눴는데 몇몇 분이 한국소비자원 원장 공모에 응해보지 않겠냐고 물으셨습니다. 공모 내용 확인차 홈페이지를 살펴봤는데 지금까지 제가 해 온 일과 영 관계가 없다고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 정책 연구, 거래 개선, 피해 구제, 소비자 안전, 시험 검사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또 이들 활동의 공통점은 '소비자 기본법'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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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다루던 사람이 한국소비자원과 연을 맺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셨지만 기본적으로 법에 의해 움직인다는 점에서 이전 활동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걱정보다는 법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며 효율적인 조직 운영을 이뤄낼 수 있지 않을까 스스로 기대하는 바가 있었습니다."

더불어 정 원장은 사회적 약자 혹은 배려가 필요한 대상을 위해 일할 수 있다는 점에 큰 매력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한국소비자원 일을 하며 더욱 절감하는 것은 상류층을 위한다기보다는 평범한 시민을 위한 조직이라는 점입니다. 보다 힘이 약한 사람을 위한 '법'에 기본하기에 그런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검사로 활동할 때나 지금이나 추구하는 바는 같습니다."

정 원장이 소비자 문제를 대할 때 가장 앞세우는 기준은 '상식'이다. 같은 소비자 관련 문제라 해도 상식선을 벗어난 무리한 요구를 하는 소비자에게까지 시간과 열정을 쏟을 수는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저희 조직내에서는 '불평불만이 과도한 소비자'라고 하고 흔히는 '블랙컨슈머'라 부르는 층이 있는데 심한 경우는 같은 소비자 입장에서도 너무하다 싶을 정도입니다. 소비자 권익을 높여야 한다는 인식과 목소리가 나오면서 불평불만이 과도한 소비자도 생겨났는데, 소비자를 위한 조직이라 하더라도 이 분들까지 품어드리긴 어렵지않을까 합니다. 그보다는 소비자 권익, 소비자 보호, 소비자 활동에 대한 옳은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한국소비자원의 할 일이라고 봅니다."

그는 갈수록 심해지는 전화 상담사 피해 문제도 비슷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얼굴이 보이지않는다는 이유로 성적 희롱을 하거나 욕설·폭언을 하는 소비자를 무조건 감쌀 수는 없다는 것. 때문에 정 원장은 전화상담 룰을 마련했다.

"상담원을 아랫사람으로 보고 마구 대하는 경우가 있는데, 직원들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당하는 것을 막기위해 상담룰을 만들었습니다. 물론 소비자를 위한, 소비자에 의한 한국소비자원이기는 하지만 불평불만이 과도한 소비자 문제처럼 균형이 깨진 상황이라 판단돼 해결책 차원에서 선택한 일입니다."

지인들과 직원들이 꼽는 정 원장의 장점은 순발력과 적응력이다. 한국소비자원에서 보낸 1년6개월의 시간동안 그의 장점은 빛을 발했다. 덕분에 한국소비자원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성과를 거뒀다.

한국소비자원에 대한 긍정이미지, 편안한 이미지를 키운 것도 정 원장이 이룬 일 중 하나다. 그는 한국소비자원이 국민을 위한 서비스 기관인 만큼 누구나 친근하게 느끼고 다가설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비용이 비싼 연예인 홍보 모델을 택하는 대신 직원을 홍보 모델로 삼았습니다. 또 기관을 상징하는 캐릭터를 만들어 홍보 활동에 적극 사용했습니다. 전문 지식을 갖춘 직원들이 기관 모델이 되며 신뢰도 상승 효과를 거뒀고, 캐릭터 활용으로 소비자 정보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올해 1월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간 '온라인 전자상거래 피해 상담 일원화 시스템'도 눈에 띈다. 소비 환경 변화로 생겨난 전자상거래, 이로 인해 늘어나는 분쟁을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갖춘 이 시스템은 한국소비자원·정보통신산업진흥원·한국콘텐츠진흥원·대한법률구조공단이 협업해 중복 상담, 조사를 막고 소비자 이용 편의를 높였다는 평을 얻고 있다.

정 원장은 더불어 해외여행 수요가 증가하며 항공소비자 보호 필요성이 높아짐을 포착해 발 빠르게 국토교통부·한국교통연구원과 업무 협약을 맺어 저비용 항공사 피해 다발 사업자 공개, 항공교통서비스 평가 제도 대상에 외국 항공사 포함, 불합리한 항공 관행 개선을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 등을 꾀했다.

이들 성과는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 환경에 순발력있게 대처하고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지원책을 늘 고민한 결과다.

"옛말에 틀린 것이 없다고,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지 않습니까. 저도 그런 것 같습니다. 오랜 시간 주변 환경, 변화에 관심을 두고 살아온 것이 한국소비자원 일을 하는데도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때론 작은 호기심이 변화의 시작점이 되기도 했다는 겁니다. 개인적으로 술을 즐기는데 한국소비자원 원장직을 맡은지 얼마 안됐을 때 호프집 500㏄ 잔은 정말 딱 500㏄일까하는 궁금증에서 시작한 조사로 정량 위반 사실을 알아냈고, 이후 호프집이 정확히 맥주 양을 지켜 파는 변화가 있었습니다(웃음).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임기는 내년 9월8일까지다. 허락된 시간 내 더 많은 일을 이루고 싶은 것이 정 원장이 가진 유일한 욕심이다. 올해 주요 사업도 고심 끝에 설정했다. 그 중에는 '지역밀착형 사업 확대'가 1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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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나 민간 소비자단체와 한국소비자원의 관계가 매우 좋지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만 굳이 갈등을 키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신종 소비자 문제가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에 피해 구제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보급하고 지역 소비자를 위한 행정 모델을 정립하려면 민간 소비자단체와 협력은 꼭 필요합니다. 저희가 도울 수 있는 것은 돕고 도움받을 일을 정중히 부탁드리며 긍정적인 관계를 만들어나가고자 합니다."

정 원장은 지난해 큰 호응을 얻었던 국민생활 밀착 상품, 서비스 분야에 대한 비교 정보 제공 서비스는 올해 확대되는 사업에 포함시켰다.

"이 역시 고민이 많았던 부분인데 무엇보다 소비자 알 권리가 우선돼야 한다고 의견을 모아 소비자 중심 비교 정보 생산에 힘을 기울이기로 했습니다. 올해는 스팀다리미 등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가전제품과 라면같은 국민 먹거리 등으로 비교 정보 대상을 넓힐 계획입니다. 살피고 챙기면 좋은 정보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국민들의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시종일관 사람 좋아보이는 호탕한 웃음을 보여 준 그에게는 사람내음이 났다. 있는 척이나 아는 척을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정 원장에게 인생의 가장 큰 가치를 물으니 역시나 '사람'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검사시절부터 '권위의식을 내세우지 않는 편한 사람', '털털하고 인간미 넘치는 사람'이라는 평을 얻었던 것도 사람을 아낄 줄 알았던 심성 덕이구나 싶었다.

한국소비자원에서 그는 '사람'이라는 최대 가치에 '신뢰'의 중요성을 더했다. 사람 사이 관계에서 신뢰를 얻어야 발맞춰 나아가는 일이 가능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함께해야 할 대상도 한정 짓지 않는다. 그는 소비자 누구나 파트너이고, 조직원 누구나 친구라고 말했다.

"하는 일, 자리가 바뀌어도 사람을 대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와 상대는 동등합니다. 한국소비자원 구성원과 도움을 요청하는 소비자도 똑같고 원장과 조직원도 평등한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다행스럽게 직원들도 제 마음을 헤아려줘 그 흔한 노사분쟁도 없습니다. 지내보니 '원장이기 때문에'라는 말은 필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냥 서로 존중하고 믿으며 힘을 모아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원하는 바를 이루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한국소비자원 정대표 원장은?

■ 1956년생
■ 경북고등학교 졸, 성균관대 법학과 졸, 성균관대 대학원 졸
■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 인천지검 강력부장검사, 대검찰청 마약과장, 성남지청 차장검사, 울산지검 차장검사, 부산동부지청 지청장

/대담=이영재 인천본사 사회문체부장
/글= 박석진기자
/사진=조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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