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를 지방으로 돌려 달라

허훈

발행일 2014-03-24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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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훈 대진대 교수·한국정책과학학회장
유권자는 지역에 애정 가진
후보가 필요하다는 인식 갖고
후보자들은 중앙정치에서 탈피
지역발전 시키려는 의지로
대통령이나 국회에
할말 하는 정치인이 돼야한다

지난주, 필자로서는 중요한 행사를 치르기 위해 현수막 하나를 만들려다 낭패를 만났다. 준비기간이 짧아 겨우 시간에 맞춰 주문을 하였더니 돌아오는 답은 시의원후보 현수막과 기획물들을 만드느라 시간이 없단다. 광고기획사 한두 군데를 더 오간 끝에 겨우 만들어 걸 수 있었다. 곧 있으면 6·4전국지방동시선거가 실시되기 때문에 얼굴을 알리려는 예비후보들이 현수막을 다투어 거는 탓이다.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열심과 초조함이 읽혀지는 대목이다.

하지만 좀처럼 지방선거가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투표율이 50%를 넘기기는 할까? 지방권력을 잡으려는 중앙정치가들만 나서니, 누가 당선돼도 지방자치는 요원한 것이 아닐까? 대통령이나 정당이나, 국회의원들은 지방선거가 자기들 선거인 것으로 아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왜 이렇게 지방선거가 지방의 것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첫째 이유는 중앙정치가 지방선거를 가로막고 있어서다. 부활 후 6기 선거에 이르는 지금 국가와 지방분권의 틀을 어떻게 개선하는 게 좋은지, 어떻게 하면 지방자치를 통해 지역을 발전시킬까 하는 토론은 실종되었다. 지방선거와 관련하여 여권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누가 나가면 이길지 자파에 유리할지 하는 계산 뿐이다.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으로서의 책임은 보이지 않고 야당이 기초선거에 공천을 하지 않는다하니 이게 웬 횡재냐는 속내이다. 자신들이 대통령공약으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내걸었던 것은 잊어버린 지 오래다. 야권은 기초선거에 정당공천을 폐지한다는 약속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국민의 관심을 끌었지만 이내 새로 만든 집에서 누가 당권을 잡느냐를 놓고 싸움 중이다. 지방자치선거 20여 년이 흘렀지만 지방자치는 여전히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중앙정치의 볼모로 잡혀 있는 것이다. 중앙정치 의제가 지역마다의 지방 의제를 덮어버린다. 이대로 가다간 현직들의 공과를 진단하고, 정치 신인들의 공약과 인물 됨됨이를 판단할 기회가 없을까 걱정이다. 기초선거에서 정당공천을 고집하는 새누리당이 더 큰 문제이다. 지역발전에 대한 관심보다는 자신들 권력에 더 관심이 많다는 고백이라도 하길 바란다.

둘째, 지역정당을 허용하지 않는 것도 지방선거 실종 이유의 하나이다. 헌법 8조는 정당설립의 자유와 복수정당제를 보장하고 있지만, 하위법인 정당법에서는 5개 시·도 이상에서 각각 1천명 이상의 당원을 두어야 되고, 꼭 서울에 중앙당을 두어야 한다. 지역과제를 해결하고 자치권력을 얻으려는 세력이 숨쉴 자리가 없다. 지역이슈가 좀처럼 지방선거의 초점이 못되는 이유의 하나이다. 왜 일본이나 이탈리아에서는 지역정당을 통해 자신의 지역을 부흥시키고, 중앙권력을 견제하는데 우리는 안 되는가?

셋째, 중앙정부의 권한은 많고 지방은 적은 탓이다. 지방세 구조가 경기에 민감한 세목으로 편중되다보니 지방재정이 특히 문제가 된다. 중앙정부의 복지비 떠넘기기, 학교지원비 떠넘기기 등으로 재정력은 땅에 떨어진다. 그러고는 지방에서 돈을 잘 못써서 그러니 지방재정에 파산제를 도입한다고 한다. 할 때 하더라도 국세 지방세 세원배분 문제와 지방지출 중 국가의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어떤지 분명히 먼저 따지고 해야 한다. 등등 이런저런 이유로 지방선거는 지방의 것이라기보다는 여전히 중앙의 것이 되어 버렸다.

6·4지방선거에 유권자 혁명이라도 일으켜보자. 그래서 지방자치를 지방으로 되가져오자. 유권자나 후보자나 지방선거의 진정한 주인이 되려면, 풀뿌리 민주주의의 가치에 대한 강한 애정을 가져야한다. 유권자들은 지역이 발전하려면 내가 사는 지역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성장한 인재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후보를 가리자. 후보자들은 후보자대로 중앙정치권에 뇌동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을 정말 사랑하고 발전시키려는 의지를 가지고 대통령에게도 국회에도 할 말은 하는 정치인이 되어야 한다.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분권이란 권력을 나누는 것이니 중앙의 정치가들이 거저 주겠는가? 민주주의란 동네에서 잘 자라야 튼실한 법이고, 지역이 발전해야 나라의 발전도 있다.

/허훈 대진대 교수·한국정책과학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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