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자초(自招)한 청년실업

이성철

발행일 2014-03-25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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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철 남서울대학교 교수·기획조정관리실장
그동안 지식기반사회에 치중
산업 역군들을 '블루컬러'로
폄하한게 잘못… 앞으로 대학은
전공 교육법에서 탈피
각자 특성 살릴 수 있도록
선택과 역량강화 지원 역할해야


10여 년 전만해도 매년 학기초만 되면 반가운 친구들로 연구실이 생기가 났다. 얼굴에 수줍은 미소를 띠면서 너나없이 가방에서 정성어린 선물을 꺼내는 손길이 더없이 예쁘기만 했다. 취업 후 첫 월급을 탄 제자들이 시나브로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요즈음은 어떠한가? 졸업과 동시에 취준생(취업준비생)대열에 합류한 그들에겐 취업한 선배들의 스승에 대한 방문은 요원(遙遠)한 바람에 불과하다. 졸업한 지 꽤 되었을 친구들까지도 도서관과 취업센터 등을 드나들며 취업준비로 애쓰는 모습들을 보면 마음이 무겁기 그지없다. 모두 내 잘못이다. 그동안 산업화 사회를 뒤로하고 고도의 지식기반사회의 진입에 환호하며, 개발연대의 산업의 역군들을 블루컬러(blue color)로 폄하했던 우리의 잘못이다. 이공계를 나온 직원들이 인문계를 나온 경영진 밑에서 일한다는 잘못된 인식으로 내 아이 모두를 인문계로 진학시킨 내 잘못이다. 재정적으로 많은 지원이 필요치 않은 인문계학과를 확대 설치하고 정원을 늘려온 우리 잘못이다.

과거 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고등학교 문과대 이과의 비율이 3:7 정도였으며, 고등교육 진학률이 30%대에 불과해 오늘날에 비해 일자리가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대학 졸업반이 되면 이미 두 세군데 취업이 되어 어디를 선택해야할지 행복한 고민들을 하였었다. 1974년 고교 평균화 도입 이후 정부는 대학공급확대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하였으며, 1980년대 초 정부는 선심성 정책으로 졸업 정원제를 실시하여 사실상 대학 입학정원을 한순간에 30% 확대하였다. 1995년 학교 현장에 시장경쟁원리를 도입한 5·31 교육개혁은 실패로 끝나고 대학설립 규제완화로 대학은 급격히 늘어나 경쟁력이 약화되었으며, 대학은 몸집 부풀리기에 급급하여 사설학원에서나 하는 직업교육을 대학교육으로 끌어들여 우후죽순으로 학과를 개설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과거 3~6개월 정도면 습득할 수 있었던 직업교육을 고등교육이라는 미명아래 4년의 교과과정으로 편성해야하니 억측과 편법이 난무할 수밖에 없었다. 고등교육 진학률은 2000년대 후반 80%의 정점을 찍고 현재 74.5%를 기록하고 있다. OECD 국가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대학을 졸업하고서도 굳이 대학을 나와도 되지 않을 일자리에 취업하고서도 감지덕지하는 우리의 아이들, 그런 아이들을 위해 4년 동안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허리가 휘어진 부모들…. 우리사회는 그동안 너무나 많은 사회적 기회비용을 낭비하여 왔다.

이제 달라져야한다. 한국경제의 성장 동력은 누가 뭐래도 아직은 제조업이다. 제조업 현장에선 이공계출신자가 적어 구인난을 겪고 있다. 아울러 중소기업 작업현장에서는 정교한 기술이 요구되는 분야에서도 이공계 기피로 인한 기술인력 부족으로 인해 외국인 단순 노동자가 대신하는 경우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제 국가가 나서서 수요를 정확히 파악한 후 이공계 비중을 늘려야 한다. 범 국민적 인식전환과 대학의 구조개혁 없이는 창조경제와 일자리 창출은 응답없는 메아리에 불과할 것이다. 학생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을 개선하는 방안도 강구되어야한다. 고등학생들의 문과 선호는 대부분 수학과목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수학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는 교수법 개발이 시급하며, 교육과정상 심화학습이 필요한 부분은 대학교육으로 이관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지금 대학가는 구조조정 때문에 야단법석이다. 저출산으로 인해 대학 입학생수가 줄 것이라는 예측은 이미 십여 년 전부터였으나, 정부와 대학 모두 그동안 수수방관하다가 발등에 불이 떨어진 후에야 상대방을 향해 걷어차기에 여념이 없다. 앞으로 대학은 획일적인 전공 교육법에서 벗어나 각자의 특성을 살릴 수 있도록 서열순에서 벗어나 다양화를 통해 선택의 기회를 넓혀주고 각자의 역량을 강화해 나갈 수 있는 역할을 담당하여야한다. 영국의 철학자 화이트헤드(Alfred N. Whitehead)는 대학이란 단순한 지식이나 기술을 가르치기 위한 기관이 아니라 학문이라는 상상적 사색을 통해 젊은 세대와 늙은 세대를 통합시키고 지식과 인생의 향기의 연계성을 보존하기위한 곳이라고 표현했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이 대학의 진정한 기능과 역할이 요구되는 시기이다.

/이성철 남서울대학교 교수·기획조정관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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