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끊임없는 자본 실험장 '인천'

떼돈 몰렸던 월미도·송도유원지·연안부두…

호시절 달콤했지만 뒷맛 개운찮은 경우 많아

영종도 복합리조트, 반갑지만 훗날도 생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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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자본은 또다른 자본을 먹고 크는 속성이 있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 돈은 꼭 필요한 요소이다.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사회적으로도 그렇다. 국가간에도 역시 마찬가지다. 문제는 그 자본이 인간의 정신까지 좌우한다는데 있다. 늘 우리의 의식속에 큰 자리를 차지하는 자본은 긍정적 모습으로도, 또는 부정적 측면으로도 나타나게 마련이다. 우리 눈에 보이기에는 나쁜 쪽이 더 많다. 자본에 취한 사람을 우리는 속물이라고 부른다. 너나없이 돈에 한 번 취하면 좀체 벗어나기 어렵다. 인천이 언제부터인가 '자본의 실험장'이 되고는 했다. 우리나라에서 인천처럼 자본의 투기장 노릇을 해온 곳이 역사적으로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인천이 카지노를 핵심으로 하는 복합리조트 개발 문제로 떠들썩하다. 외국 자본이 영종도에 추진중인 카지노 사업이 현실화할 수 있는 길을 정부가 최근에 터주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화상(華商)그룹과 미국의 카지노 기업이 사업 주체이다. 미국 기업이 나서다보니 이번 영종도 카지노 사업에는 미국 정부 당국자들도 지대한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이 카지노 사업과 관련해 인천 특히 영종도에는 앞으로 외국 자본이 엄청나게 밀려들 태세다.

인천에서는 1920년대부터 외국인 투자 리조트 사업이 활기를 뗬다. 호텔에서 자고, 해수욕장에서 놀고, 요정에서 술마시는 개념의 현대적 리조트가 월미도에서 시작된 것이다. 일본 자본이 대부분이었다. 월미도 조탕(潮湯)은 국내 첫 바닷물 공동 목욕시설이었다. 대번에 사람들로 넘쳐났다. 인천은 물론이고 서울에서도 안 오고는 못배겼다. 당연히 돈도 몰렸다. 월미도가 돈으로 범벅이 되면서 그 이미지는 한없이 떨어졌다. 남녀 불륜의 상징도시가 되었다.



돈놓고 돈먹기 식의 자본시장도 커졌다. 요즘의 증권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미두(米豆)도 인천이 가장 활발했다. 미두하면 인천으로 통할 정도였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다. 간혹 크게 챙기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개는 쫄딱 망해 거지꼴이 되기 십상이었다.

1930년대에는 월미도 리조트사업의 성공이 인근 지역의 부동산 투기로 이어졌다. 송도유원지 개발이 시작되자 청량산 자락에 별장을 지으려는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양산을 받쳐 든 복부인들이 청량산 일대의 땅을 보기위해 거니는 사진도 남아 있다. 지금 송도유원지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그 자리는 중고차 야적장이 차지하고 있다. 유원지 인근은 밤이면 유흥주점으로 불야성을 이룬다.

일제가 물러난 뒤에도 인천은 한몫 챙기기 위한 '기회의 땅'이었다. 1970년대 중반 연안부두가 생겨날 때 어선 폭증 현상이 대표적이다. 어느날 인천의 한 선장이 서해 근해어장을 넘어 동중국해 어장을 발견했다. 인천에서 가려면 30시간이나 걸렸지만 동중국해 어장에 물고기가 얼마나 많았던지 하룻밤에 만선을 하기가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 서울 사람들 사이에 '인천에 가서 배를 부리면 떼돈을 번다'는 인식이 파다했다고 한다. 돈으로 무장한 서울 사람들은 나무 배 대신 철선을 지어서 연안부두에 들이닥쳤다. 연안부두에 정박하는 어선이 삽시간에 수백 척으로 늘었다. 그러나 그 호시절은 얼마가지 않았다.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남획하는 바람에 물고기의 씨가 마른 것이다. 지금, 연안부두에 정박하는 어선은 몇 척 되지 않는다.

정책 결정권자는 늘 자본이 휩쓸고 지나간 다음을 생각해야 한다. 자본이 주는 당장의 맛은 달콤할지라도, 그 뒷맛은 영 개운찮은 경우가 많다. 앞에서 얘기한 것들이 다 그런 경우이다. '기회'와 '상실'의 모습을 동시에 띤 카지노 사업이 인천에서 곧 본격화한다. 자본의 실험장 역할을 해온 인천의 역사는 말한다. 영종도 복합리조트 사업은 인천의 입장에서 반갑기도 하지만 염두에 둬야 할 것도 많다고. 중앙정부와 인천시 당국은 인천에 쏟아져 들어올 자본의 취향을 좀더 면밀히 살피고, 대비하는 지혜를 발휘하기를 바란다.

/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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