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창

동화마을에서 길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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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현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인천 차이나타운 바로 옆 인천시 중구 송월동 130여 가구의 담장과 벽에는 세계명작동화 등을 테마로 한 벽화가 11개 구간에 걸쳐 그려져 있다. 이 일대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4월부터 그리기 시작한 벽화로, 이제는 송월동 동화마을로 불리고 있다. 이웃한 개항장과 차이나타운을 찾는 관광객들, 특히 어린아이와 함께 온 관광객이라면 반드시 들러봐야할 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서 29일과 30일 이틀간에 걸쳐 축제의 한마당이 펼쳐지면서 한적했던 골목이 깜짝 놀랄 정도의 인파로 채워졌다.

송월동 동화마을은 처음에는 단순히 꽃길을 조성하고 지저분한 담장과 벽에 페인트 칠을 하는 것으로 출발했다. 그동안 흔히 보아왔던 벽화그리기였다. 그러는 도중에 주민들과의 소통이 이뤄졌다. 벽화작업을 위해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다가가 선호하는 그림의 종류를 물었고, 주민들은 풍경화를 그려달라는 등 적극 동참하면서 현재의 모습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동화마을로 탈바꿈하기 전 송월동 일대는 빈집이 곳곳에 있고 주로 노령층이 노후된 주택에서 거주하는 곳이었다. 활력을 잃어버린 마을에서 폐지를 주워 생계를 잇는 노인들의 모습에서 생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한다. 벽화작업을 진행하던 초기, 낯선 외부인을 경계하듯 집 문을 걸어닫아 놓는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지금은 관광객들에게 먼저 다가가 자신이 사는 집을 공개할 정도로 달라졌다고 한다. 벽화가 동네의 외관만 바꿔 놓은게 아니라, 삶을 대하는 주민들의 태도까지 바꿔놓은 것이다.



송월동 동화마을 주민들의 변화는 30년 넘게 도시계획 분야에 몸담아온 한 전문가에게 고해성사(?)를 하게끔 했다. 동화마을 사업을 기획, 추진한 윤수용 중구발전기획단장은 "그동안은 전면 철거후 개발하는 방식으로 도시개발이 이뤄지다 보니 원주민들을 더 열악한 곳으로 내모는 경우가 더 많았다. 비인간적인 방식이었다. 동화마을도 과거처럼 전면 철거방식을 취했다면 이분들이 과연 어디로 가서 어떻게 지낼지…"라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송월동 동화마을은 올해 인천시로부터 '원도심 저층주거지 관리사업'으로 선정됐다. 기존 주거지를 철거하지 않고 보존·개량하는 방식이다.

송월동 동화마을은 향후 도시개발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보여준 하나의 수범사례다. 송월동 동화마을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타 지자체 관계자들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윤창출보다는 먼저 사람을 생각하고 삶의질 개선에 초점을 맞춘 개발행위. 그것은 도시를 아름답게 할 뿐만 아니라 그 안에 사는 사람과 그곳을 찾는 사람 모두에게 환한 웃음을 가져다 준다는 것을 송월동 동화마을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김도현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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