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의 출범과 지속가능한 정당

박상헌

발행일 2014-04-01 제12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840914_403172_4258
▲ 박상헌 공간과 미디어 연구소장
100년 가지 않더라도
10년은 갈것인가? 아니면
6·4선거 위한 한시정당인가?
노선변경이 국민들로 부터
호응을 얻으려면
'진정성'이 뒷받침 돼야

우여곡절 끝에 원내 130석을 가진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이 출범했다. 3~4년 전부터 거세게 불었던 이른바 '새정치'에 대한 국민적 기대와 '안철수현상'은 안철수세력과 민주당이 통합하는 형식으로 마무리되는 듯하다. 한국 정치의 뿌리깊은 양당 구조하에 제 아무리 안철수라 하더라도 역시 실험적 제3당의 출현은 역불급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별로 새삼스러운 얘기는 아니지만 민주주의라는 보편가치는 대의제를 기제로 작동하고, 대의제란 정당정치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하여 안정적인 정당정치의 발전은 그 나라 민주주의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이기도 하다. 소위 '100년 가는 정당'이란 민주주의 발전의 필요조건이자 충분조건인 것은 이 때문이다. 영국의 보수당과 노동당, 독일의 기민당과 사민당,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 하나 우리의 현실은 이들 나라와는 비교가 거의 불가능하다. 2000년 이후 야당의 변천사를 보면 새천년민주당(2000)→열린우리당(2003)→대통합민주신당(2007)→통합민주당(2008)→민주통합당(2011)→새정치민주연합… 거의 현기증이 날 정도로 통합과 해산을 반복해 왔다.

그렇다면 새로이 출범한 새정치민주연합은 안철수·김한길 양 대표의 공언처럼 100년은 가지않더라도 10년은 갈것인가? 아니면 6·4 지방선거를 겨냥한 한시정당인가? 정치학 원론에 정당의 개념을 '정권 획득을 목적으로 생각이 같은 사람들의 결사체'로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신당은 출범도 하기 전에 이른바 노선문제로 불협화음을 노출하였다. 이른바 10·4선언과 6·15선언을 둘러싼 마찰과 5·18정신의 계승을 놓고 안철수 대표는 광주에서 악수를 거부당하는 수모를 겪고 사과하는 굴욕을 겪기도 하였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급한 사정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나 새정당의 노선과 비전을 두고 치열한 토론을 하기보다 급하게 봉합하는 듯한 느낌은 필자만이 갖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중원으로의 이동은 불가피하다. 집토끼만 잡아서 이길 수 있다면 더 바랄 수 없이 좋겠지만 여든 야든 이는 불가능한 노릇이다. 그렇다면 이른바 중도층을 공략해야 하는데 이는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추구했던 '좌클릭'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나 노선 변경이 국민들로부터 소구력을 가지려면 '진정성'이 뒷받침되어야 함은 자명한 이치이다. 노선 변경에 대한 대국민 설득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두가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첫째는 리더십이다. 전통적 노선을 수정하는데는 핵심 지지층이 동요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수적이다.

둘째는 새로운 노선에 걸맞은 인물의 파격적 등용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으로 등판하면서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당의 색깔을 전통적인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파격적인 변신을 감행하는 것을 넘어서서, 이른바 복지어젠다인 '경제민주화' 노선을 선점하고, 경제민주화의 상징적인 인물인 김종인씨를 영입하는 것을 넘어 취약층인 청년층 공략을 위해 이준석·손수조 같은 청춘들을 과감히 발탁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해 나갔다. 이와 비교한다면 지금 야권의 포괄적 변신 노력이 족탈불급(足脫不及)이라고 느끼는 것은 필자만의 기우일까?

차라리 지방선거의 승패와 관계없이 '지속가능한 정당'을 목표로 범야권이 처절한 끝장토론을 결론이 날 때까지 했었더라면 어떠했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새정치'라는 공허한 정치적 수사 말고,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무덤에 참배하는 문제만이라도 당의 입장을 명확히 정해야 국민들이 헛갈리지 않지 않겠는가?
또한 통합의 명분으로 삼은 기초선거 정당공천 문제, 이른바 '약속'이라는 것도 당내 분란만 가속시키는 기폭제로 작용하는 듯하다. 첫단추를 잘못 끼우면 남은 단추도 잘 맞추어질 리가 없다. 통합을 위한 다소 황당한 명분의 대가는 김한길·안철수 양 대표를 오도가도 못하는 '안팎 곱사등' 신세로 몰아 시작부터 리더십이 훼손당하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무공천하자니 전멸하겠고, 공천하자니 선거를 지휘해야 할 안철수 대표의 이미지가 치명적으로 훼손되겠고….

어쨌든 새로운 야당이 출범하였다. 지방선거 이후에도 정치는 계속된다. '지속 가능한 정당'…. 비단 필자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박상헌 공간과 미디어 연구소장

박상헌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