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워크 대한민국·2]경기지방경찰청 '통&通 문화교실'

매일같은 취객행패·끔찍한 현장… '일선 경찰 47.6% 정신적 외상'에 시달려
'숨겨둔 끼'감춰진 마음의 병 치료하다

신선미 기자

발행일 2014-04-08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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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예대 연기과를 수석으로 입학한 김봉주 대원과 단국대 뮤지컬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한 임정모 일경 등이 수강한 경찰관들에게 뮤지컬을 가르치며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과다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문화예술과는 거리가 멀었던 직원들이 행복한 직장이 됐다며 큰 호응을 보내고 있다. /경기지방경찰청 제공
뮤지컬·통기타·마술 등
전공한 의경들 강사 자원
2개월 과정 선착순 교육
조기마감 될 정도로 인기
업무 스트레스 해소 출구
친목도모·사기진작 효과


즐거운 직장이란 어떤 곳일까. 업무가 수월한 곳? 급여를 많이 주는 곳? 휴일이 확실히 보장되는 곳? 저마다 그리는 이상적인 직장의 모습이 조금씩은 다를 것이다.

잡코리아가 지난해 남녀 직장인 460명을 대상으로 '직장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공통적으로 생각하는 즐거운 직장의 조건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다.

우선 응답자의 77.8%는 직장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사람'을 꼽았다.

다음으로 건강(73.5%), 연봉(56.3%), 복리후생(48.7%), 정년보장(45.2%), 일의 보람(44.8%), 자기시간확보(30.4%), 출퇴근거리(24.1%) 등이 뒤를 이었다.

조사에서 알 수 있듯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오죽하면 '일은 힘들어도 참을 수 있지만, 사람이 힘든 것은 못 참는다'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그만큼 출근해서 퇴근하기까지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가 우리의 직장을 행복하게 만들기도, 불행하게 만들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매일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거나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라면 어떨까. 크게 다쳐 눈 뜨고 볼 수 없거나 더 이상 살아날 가망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어떨까.

경찰 공무원들은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행복을 얻기보다는 행복을 주기 위한 일들을 하기 때문에 즐거운 직장생활과는 동떨어진 생활을 하고 있다.

오히려 극심한 스트레스에 고통받는 직원도 많다.

경기지방경찰청에서는 재능있는 의무경찰로 구성된 경찰홍보단의 재능기부를 통해 마음을 다친 경찰관들의 '힐링'에 나서고 있다. 뮤지컬, 통기타, 마술, 팝핀댄스 등 무료 강좌의 종류도 다양하다.

'해피워크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소개할 직장은 경기도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밤낮을 바치는 이들의 일터, 경기지방경찰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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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을 다친 경찰 공무원


앞서 언급했듯이 경찰관 대부분은 흔히 얘기하는 행복한 직장인과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매일같이 사건 사고를 접하다 보니 경찰 공무원의 절반은 후유증에도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경찰 공무원의 스트레스가 심각하다는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유대운 의원은 당시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경찰 복지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응답한 경찰관의 43.4%가 사건 후유증으로 인한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겪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기능별로는 생활안전(46.7%), 수사(44.8%), 형사(47.4%), 교통(43.2%) 순으로 나타났다.

소속기관별로 정신적 외상을 경험한 비율은 지구대나 파출소 소속 경찰관들이 47.6%, 경찰청 소속 경찰관이 28.5%로 조사됐다. 이렇듯 경찰 공무원 절반이 사건 후유증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경험하고 있지만, 치료는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신적 외상을 경험한 경찰 공무원 중 86.9%가 '치료 경험이 없다'고 답해 대부분은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돼 있었다. 반면 '사설병원 치료'는 5.3%, '경찰병원 치료' 1.5%, '전문 심리 상담사와의 상담' 0.8%, '치료 프로그램 참여' 0.3% 등 전문 기관에 치료를 의뢰한 이들은 극히 적다.

외상 후 스트레스증후군 등 정서장애를 예방하기 위한 정신건강 증진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49.0%가 '매우 필요하다'고 답했고 40.1%도 '다소 필요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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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通 문화교실'에서 권주영 상경이 통기타 강의를 하는 모습. 경기지방경찰청 문화교실은 직원들의 사기도 높이고 스트레스도 해소해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경기지방경찰청 제공
# 문화교실로 마음 상처 '힐링'


경기지방경찰청은 좋은 직장을 만들고 직원들의 다친 마음을 치료하기 위해 '통&通 문화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소리로 하나가 된다는 뜻의 통&通 문화교실은 경기청과 관할 경찰서 41개 및 지구대와 파출소 직원 중 희망자를 모집해 뮤지컬, 통기타, 마술, 팝핀댄스 등 다양한 분야의 강좌를 실시한다.

강사는 '경기경찰홍보단'의 의무경찰.

사회에서 '프로'로 불렸던 이들은 홍보단의 이름으로 대외행사에서 멋진 공연을 선보이고 재미있는 영상들을 제작해 이미 유명 아이돌그룹 못지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

경기청은 그간 국민을 대상으로 활동하던 홍보단을 내부 직원들의 문화 강사로도 활동하도록 했다. 호원대 실용음악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한 권주영 상경이 통기타 강사로 발벗고 나섰다. 권 상경은 낮에는 공연을 위한 기타연습, 밤에는 직원들을 위한 기타 강의로 열혈 군복무 중이다.

뮤지컬 분야는 단국대 뮤지컬학과 임정모 일경과 서울예대 연기과 수석입학생 김봉주 대원이 맡고 있다.

각 분야별로 1주일에 한 번 2시간씩 2개월 과정으로 진행되며, 3월에 선착순으로 이뤄진 수강신청은 조기에 마감될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과다한 업무량과 스트레스로 문화예술과 거리가 멀었던 직원들이 문화교실을 통해 즐거움을 얻는 것은 물론 근무 사기도 올랐다는 게 경기청 관계자의 말.

직원들의 호응이 좋아 하반기에는 통기타 심화반도 운영할 예정이다.

통기타 강사로 활약 중인 권주영 상경은 "군대에서 재능기부를 통해 보람도 얻고 시간도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며 "말도 없이 업무에만 매진하던 경찰관분들이 조금이나마 즐거운 직장생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다"고 전했다.

수강생 오혜선 경장은 "일을 하면서 일부러 시간을 내 학원을 다니며 배우는 게 쉽지 않았는데, 문화교실을 통해 일터에서 기타라는 악기를 다룰 수 있게 돼 설렌다"며 "동료였지만 교류가 없던 다른 경찰관들과도 친목을 쌓고 소통할 수 있게 돼 매번 문화교실 수업이 너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신선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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