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경 유감… 공사판과 미술관 옆 동물원

임채우

발행일 2014-04-16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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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채우 수필가·국제뇌교육대학원 교수
수십년 된 소나무 베어 내고
산자락 절개 불도저로 밀고
철근 박아 콘크리트 붓고…
처참한 광경에 말문만 막혀
공사판은 천년이 흘러도
자연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출근하는 길은 도회지를 벗어나면 금방 시골길의 풍경으로 바뀐다. 시오리 남짓 따스한 양광속에 펼쳐지는 창밖의 풍광은 참으로 일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벚꽃 목련 개나리 진달래 산수유 철쭉 라일락 등등 봄꽃이 흐드러진 산야에는 서서히 신록이 물들어가고 있다. 저 자연 스스로가 그려낸 천의무봉(天衣無縫)의 붓끝을 어느 누가 당해낼 수 있을까? 솟은 봉우리 구비쳐 흐르는 골짜기 이 땅은 어느 한귀퉁이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아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곳이 만경들뿐이라고 볼멘소리 하는 이도 있지만, 일망무제의 평원이란 사실 무미건조할 뿐이다. 만일 내내 지평선만 바라보아야 한다면 아마 졸음밖에 다른 흥취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전국토의 70%가 산인 우리나라는 어디에 간들 자연이 일궈놓은 산수화를 연출하지 않는 곳이 없다. 소동파는 일엽편주를 타고 적벽의 맑은 바람과 강물에 비친 달빛을 자연이 주신 무진장의 보배라고 즐거워했다지만, 시내버스를 타고 봄 경치를 감상하는 이 흥취도 크게 손색이 없을 듯하다.

그런데 20분 남짓 걸리는 그 길에는 4군데의 공사판이 벌려있다. 봄이오자 다시 재개한 공사판에서는 수십년 산림녹화한 소나무를 베어내고 산자락을 절개해서 불도저로 밀어내고 철근을 박고 그위에 콘크리트를 붓고 있다. 산자락은 뭉개진 채 붉은 속살을 드러내놓고 있다. 자본가는 이 광경을 보고 흐뭇해할지 모르겠지만, 무슨 말로 이 처참한 광경을 표현해야할지 말문이 막힌다. 무슨 사연인지 두 곳은 짓다만 콘크리트 건물벽에 '유치권행사중'이란 대형현수막까지 내건 싸움판까지 벌려놓았다. 이런 것을 보고 '미술관 옆 동물원'이라고 해야할까? 흥이 깨져버려 그만 뱃머리를 돌려 돌아가고 싶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이란 고사가 있다. 어느 어리석은 노인이 자신이 죽을 때까지 뿐 아니라, 대대손손 이어가면서 앞산을 파서 삼태기로 져서 옮기겠다고 하자 하늘이 감동해서 산을 옮겨주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제는 어지간한 산언덕쯤은 2·3일만에 평지로 만들어버리는 것은 식은 죽 먹기가 되었다. 얼마전 우리 사회에서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분묘(墳墓)보다는 화장이나 수목장 등의 새로운 장례문화가 공감을 받으며 확산된 적이 있었다. 필자도 우리의 성숙된 문화의식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런데 비유를 들자면 분묘는 산에 침을 찌른 정도라면 공사판은 산을 절단해버리는 격이다. 어떻게 통계를 낸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자연을 훼손하는 분묘가 전국토의 1%나 차지한다며 호들갑이지만, 사실 그 1%마저도 시간이 지나면 봉분이 스러지고 초목이 뿌리를 내리면서 자연스럽게 원형으로 복원된다. 하지만 산맥을 절단하는 저 공사판은 천년이 흘러도 저절로 자연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이 자연파괴의 비율은 얼마가 되는지 우리는 왜 묻지 않는 것일까?

작지만 우리의 땅은 생기가 넘치고 조화로운 땅이다. 우리의 조상들은 앞산의 고즈넉한 능선속에서 옥녀가 단장하는 모습을 보았고, 냇가 앞에 봉우리가 멈춰있으면 목마른 말이 물을 마신다고 해석했다. 높은 산이 죽 뻗으면 학이 날개를 펴고있다고 읽었으며, 두툼한 산자락이 뭉쳐있으면 봉황이 알을 품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집을 짓건 묘를 쓰건 어디 날갯죽지 털끝하나 건드리지 않고 그 안에 보금자리를 틀어 앉으려 했다. 땅을 파헤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복토(覆土)를 해서 보완하려고 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산맥을 절단하고 산자락을 통째로 무너뜨리는 공사에 대해 너무나 관대한 것 같다. 우리가 너무 가난했던 탓일까? '경제개발'이란 말은 모든 의혹을 가리는 마법의 주문이라도 된 것 같다.

봄이 돌아온 이 산하에 공사판이 지금 전국적으로 우후죽순처럼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토목공사가 대한민국의 경제개발에 미친 영향은 필자도 잘 알고 있다. 개발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될 수 있는 대로 자연의 원형을 보존해서 후세에 물려줄 수 있도록 국가나 공신력있는 기관의 검증을 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임채우 수필가·국제뇌교육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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