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과 사회

허훈

발행일 2014-04-21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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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훈 대진대 행정학 교수
안전불감증 해소 위해
재난대비 학습 끊임없이 반복
위급한 순간 사람이 먼저라는
휴머니즘 풍조 되살려야
신속 구조로 인명피해 없도록
시스템 구축도 서둘러야


지난 2월 경주리조트 붕괴사고로 100여명의 대학생들을 보낸 아픔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이번엔 그보다 더 큰 인명을 희생한 대형 선박 재난이 발생했다. 뉴욕타임스와 로이터통신은 한국전쟁 후 평화시에 발생한 최대의 재앙이라고 논평했다. CNN은 정부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세계인이 우리를 참 한심한 나라라고 한 대 쥐어박는 듯하다.

역사상 최대 인명 피해를 낸 선박사고는 1912년 4월 10일 첫 항해중 북대서양에서 빙산과 충돌한 타이태닉호 사고다. 2천223명의 탑승자 중 1천514명이 사망하였으며, 생존자는 710명(31.9% 생존율)에 불과했다. 세월호에는 탑승자가 476명이고, 이중 174명이 구조됐고 33명 사망, 269명이 실종 상태이니(19일 오후 9시 현재) 생존율이 36.5%에 불과하다. 게다가 타이태닉호 사고는 망망대해 누구도 구조하러가기 어려운 곳인데 비해, 이번 사고는 바로 눈앞의 바다에서 일어났다. 그곳은 수온이 영하로 뚝 떨어진 곳이고, 이곳은 영상 12도였다. 잠수장비가 도입되고 초음파탐지기 등 구조장비까지 현대화된 것들이다. 최악의 인재라고 할 수 있다.

외신들이 한국이 대형 선박사고를 숱하게 겪고서도 교훈을 얻지 못했다고 한 것이 이해가 간다. 그들이 간 자리에 남은 부모의 마음은 말할 것도 없지만, 지켜보는 우리도 가슴이 쥐어뜯을 듯 아프다. 배를 버린 선장을 능지처참이라도 시키고 싶은 심정이다. 무엇이 이렇게 재난에 무방비한 사회를 만들었고, 어떻게 해야 이런 사건이 다시 발생하지 않게 할 수 있을까?

첫째 안전불감증을 고쳐야 한다. 근세사에서 우리나라처럼 일제의 침략, 전쟁과 분단, 쿠데타나 5·18 등 정치적 사건을 많이 겪은 나라도 흔치 않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숱하게 주검과 슬픔을 맛보았다. 1993년의 서해페리호, 1987년 극동호 유람선 화재사건, 1970년의 남영호 침몰사건 등 교훈이 될만한 대형 선박사고가 있었다. 주검이나 슬픔에 많이 노출되면 될수록 불감증이 된다. 우리 사회가 유전적으로 이미 안전불감증이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두렵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안전의 자동학습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가장 앞선 나라는 일본이다. 지진과 해일에 끊임없이 노출되었기 때문에 유치원생 때부터 재난을 자동적으로 피할 수 있도록 훈련 또 훈련이다.

둘째 돈만 알고 자신과 제식구만 아는 풍조를 불식해야 한다. 이번에 선장은 선원들에게 대피명령을 내리고, 승객들에게는 대기하라고 했다. 승객들은 남의 식구, 선원들은 제식구라는 무의식이 그런 위기상황에서 선장의 역할을 가렸다. 게다가 선장의 뭍에서의 최초의 행동이 5만원권과 1만원권 지폐를 말리는 행동이었단다. 돈을 말리면서 제가 죽인 그 어린 학생들이 생각이 났을까? 전국민을 부자로 만들려는 정책만을 가지고는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 구조를 하는데도 기름값은 누가 내지 하는 계산속이 앞선다. 이런 풍조를 막기 위해서는 위급한 순간에 인간을 살리려는 휴머니즘을 되살려내야 한다. 말로만이 아니라 정신문화를 다시 살리는 공동체교육이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독일이 자신들의 악행에서 교훈을 찾고 민주주의 가치를 존중하는 것은 어렸을 때부터 실시하는 민주사회교육이다.

셋째 시스템이 무능에서 벗어나야 한다. 부모들을 분통터지게 한 바로 그 이유이다. 학부모들은 사고 당일 16일 오후 진도 실내체육관을 찾았고, 오후 5시30분경 생존자 82명(학생 74명, 교사 3명, 일반인 5명)을 마주쳤다. 하지만 이 상황을 책임지고 설명해주는 정부 관계자가 아무도 없었다. 학부모들은 성명서를 냈고 정부의 오락가락 대응과 신속하지 못한 구조에 분통을 터뜨렸다. 현 정부가 출범 초기 안전을 그렇게 강조하며, 안전행정부를 만들고 지자체까지 재난안전과를 신설하게 한 마당에 딱하기 그지 없는 일이다. 정부의 후진적 행태는 조직이나 제도가 없어서가 아니다. 이를 운용하는 사람들에게 진정성이 없는 게 문제다.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매뉴얼도 만들고, 무능하거나 죄있는 사람들을 이번에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허훈 대진대 행정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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