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재 인천본사 사회문체부장 |
해양경찰청은 여객선 침몰과 같은 재난상황에서 가장 기초가 되어야 하는 승선객 파악조차 제대로 못했다. 선사측은 사고 직후 브리핑을 통해 승선권과 탑승객 명부를 대조해 477명이 탑승했다고 했다가 같은 날 오후엔 모두 462명이 탑승했다고 정정했다. 다음날인 17일 오전엔 475명이 최종 승선했다고 또 말을 바꿨다. 선사의 발표가 오락가락하자 해양경찰청은 인천항여객터미널 CCTV로 탑승객을 일일이 '카운팅'한 결과 475명이 맞다고 맞장구쳤다. 하지만 이 숫자 마저도 다음날 선사측이 476명이 최종 승선 인원이라고 수정하자 '해경의 CCTV를 통한 전원 확인' 작업도 해프닝이 된 셈이다. 경인일보는 여객선 사고 당일 신원확인이 되지 않은 8명이 세월호에 승선했다고 보도했고 선사는 19일 "승선 명단에 없는 사망자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침몰한 세월호는 해운조합에 화물 선적량도 축소 보고했다. 화물차량 150대와 657t의 잡화를 실었다고 보고했지만 실제는 화물차 180대와 잡화 1천157t이 실린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무엇이 진실인지 아직도 확인할 게 많다. 검찰이 검·경 합동수사본부와 별개로 사고를 낸 해운선사와 선주에 대해 20일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당연한 조치다.
사고 닷새째를 맞는 20일 현재까지 안타까운 소식이 계속되고 있다. 대신 정부의 부실한 재난대응체계만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다. 사고에 대한 초동대처를 부실하게 한 것도 모자라, 구조상황 파악도 한 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라고 할 만큼 오락가락하고 있다. 21년전 292명 사망자를 낸 '서해훼리호' 사고와 불과 4년전 46명의 장병이 순직한 '천안함 사건' 이후에도 국가재난대응시스템은 전혀 달라진 게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세월호는 침몰 직후 승객들의 생사를 가르는 30분 동안의 '골든타임'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참사를 자초한 인재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여기서 탓만 하고 있으면 안될 것이다. 대한민국은 또 다른 '기적'을 만들어내기 위해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허술한 국가재난안전망 뿐 아니라 한 가지 더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문제가 있다. SNS를 통한 악성루머의 확산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엄마 내가 말 못할까봐 보내놓는다. 사랑한다", "누나, 그동안 괴롭혀서 미안해. 사랑해" 등 실제 배에 탄 학생들이 보낸 문자는 보는 이들의 가슴을 적시며 안타까움을 더했다. 하지만 생존자가 작성한 것 처럼 보이는 조작된 문자들이 SNS를 통해 급속히 확산되면서 실종자들의 전원 무사 귀환을 소망하는 가족들의 마음에 큰 상처를 안겨줬다. 검찰은 '사실인 양' 인터넷에 유포되고 있는 악성루머의 근원지를 찾아 처벌하겠다고 했다. 악성루머가 우리 사회에 가져올 부정적 파장은 생각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IT강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매너없는 SNS 사용, 선진국이라고 자부하는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후진국형 사고, 우리가 풀어야 할 새로운 숙제다.
/이영재 인천본사 사회문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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