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규 경제부장 |
조용한 아침의 나라에서 잠을 깬 대한민국이 '빨리 빨리' 성미 하나로 전쟁의 폐허속에 급격한 산업화, 민주화를 거치면서 최단기간내 IT최강국, 수출대국으로 전세계를 놀라게 한 기적을 자랑삼아왔다. 그런 이면에는 "이쯤이야 대의(大義)를 위해 괜찮지. 그렇게 원칙만 고집해서 어느 세월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나? 융통성이 없는 사람은 조직을 해치는 자" 등 우리 사회가 총체적인 건성주의, 실적주의로 내몰았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혁과 변화를 외치며 재임정권내 가시적 실적을 내기위한 경쟁은 대한민국의 외형을 키우는데 기여한 역할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런 사이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도 잃었다. 국책사업에 어느 정도 희생은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도저식 명분과 논리가 말없는 다수의 생각을 무시했다. 소수의 권력이 공권력을 내세워 건전한 비판마저 옥죄었다. 이래저래 원칙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만 죄인취급당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으로 내몰았다.
결국 비원칙이 지배하는 특히 갑(甲)의 위치에 있는 우리 사회 지배층들이 이 처참한 사태의 주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참사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대응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사태파악조차 못한 정치꾼들이 사고 현장을 찾아 위로한답시고 '기념촬영', '장관님 오십니다' '팔걸이 의자 컵라면 끼니' 등 기가 찰 정도의 촌극을 연신 일삼으며 숨조차 제대로 못쉬는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지 않았는가? 유력 정치인이자 재벌가 아들은 전국민을 미개인으로 치부하면서 삼류연극의 하이라이트 정점을 찍었다.
우왕좌왕하는 재난구조 컨트롤타워는 과연 정부가 존재하는지를 의심케 할 정도로 국제사회에 망신을 드러냈다. 민간잠수부의 활약상에 자존심이 상한 해양경찰의 간부라는 사람은 "80명의 실종자를 수습했으면 잘한거 아닌가?"라며 훈장이라도 받겠다는 듯 의기양양 언론을 향해 삿대질을 하는게 작금의 정부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를 포함해 국민 모두에게도 책임은 있다. 진도 참사가 터지자마자 "대한민국을 떠나야지 두려워 살겠나? 이 나라는 더이상 안돼" 등 나라 자체를 부정하는 국가 모독이 판을 쳤다. 우리가 늘 부러워하는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 국민들도 이러는지 자문해본다. 극단적으로 바꿔 표현한다면 이런 불안한 나라에서 살 수 없어 이민을 떠날테니 대한민국은 없어져도 상관없다는 얘기다. 얼마든지 정부와 정치권, 공권력을 향해 욕을 할 수 있고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국가 자체를 부정하기 이전에 이 지경의 나라가 되기까지 과연 나는 도리를 다했는지 나의 잘못은 없었는지 진지한 성찰이 먼저다. 욱하는 감정으로 단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가야할 선진국에 진입하는 첫 단추가 바로 국민들의 올바른 국가관임은 자명한 진리다.
이번 참사에서 결코 잊어서는 안되는, 살아있는 국민들이 해야 할 엄숙한 의무가 있다. 저 세상으로 떠난 소중한 어린 생명들의 넋을 기리고 후세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야 한다. 나부터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버스를 타는 순간 안전벨트를 매는 작은 안전습관부터 어떤 경우에도 반칙과 변칙을 통한 뒷거래로 나의 뜻을 이루려 하지 않는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진도 참사에서 "만약 이것만 안했더라면 또는 그거라도 했으면…"하는 후회와 안타까움이 많은 이유를 모두가 곱씹어야 한다. 어떤 애도로도 위로가 될 수 없는 희생자와 그 가족들에게 너무나 죄스럽다.
/김성규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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