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한다면 카페라떼처럼

배종찬

발행일 2014-04-28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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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종찬 리서치&리서치 본부장
분노로 번지는 세월호 사건
국민들 경고에 귀기울였다면
예방 가능했기에 안타까워
재난대응시스템 정비 등
제역할 못한 정치권의 무책임
텁텁하고 껄끄럽기만 하다


커피 한잔 마시는 것은 일상에 흔한 모습이 되었다. 한국전쟁 이후 본격 도입된 인스턴트 커피는 한국인들의 기호를 바꿔놓았다. 원산지, 원두를 볶는 방법, 커피를 우려내는 스타일에 따라 맛도 이름도 제각각이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종류 중의 하나가 '카페라떼'다. 아무 것도 섞지 않은 커피의 맛은 텁텁하다. 설탕을 비롯해 넣을 것은 다 넣은 소위 '다방커피'는 끈적거리고 쉽게 물린다. 이러한 소비자의 입맛을 만족시켜 준 것이 증류한 우유를 섞은 '카페라떼'다. 우유의 달콤함이 텁텁한 맛을 없애주고 설탕을 넣지 않아도 되니 건강에 대한 우려도 덜어 준다.

매일 미소를 머금으며 생각나는 '카페라떼' 같은 정치는 우리 주변에 없는 것일까. 지금 한국 사회의 가장 큰 관심사는 세월호 사건이다. 세월호 사건은 단순한 안타까움을 넘어서 분노로 변화되었다. 크게 5가지의 분노다. 첫째는 무리한 출항과 충분한 안전장치 및 준비를 하지 않은 해운사에 대한 분노다. 둘째는 무원칙적인 항행과 무책임한 '골든타임' 대처를 한 선장을 포함한 일부 선원들에 대한 분노다. 셋째는 대형 사고 재난에 대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한 정부에 대한 분노다. 넷째는 각종 루머 유포와 상업적인 접근으로 슬픔을 가중시킨 무개념의 일부 국민들에 대한 분노다. 마지막으로 안전과 관련된 많은 문제점이 있는 교통수단에 대해서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검사하고 책임지지 않는 탁상행정에 대한 분노다. 4월 16일 사고 이후 수많은 비판과 분석이 이루어졌다. 다시 언급하는 것이 부질없이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가장 크게 놓치고 있는 것은 이 모든 일이 '예방'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책임감있게만 했더라도 사고는 애당초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제대로 할 일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이끌어야 할 의무와 책임은 정치권에 있었다.

정치권의 가장 큰 무책임은 국민들의 경고에 귀 한 번 제대로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정책학회가 2013년 8월 국민 1천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안전한국훈련'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이 훈련에 대해 '알고 있다'는 응답은 10명 중 2명 정도에 불과했다. 재난관련 공무원 10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전문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응답이 절반 이상 되었다. 동아대학교 이동춘 교수팀의 2009년 '선박해양사고 원인'에 대한 연구결과는 이번 사고의 가능성을 예견했던 것처럼 보인다. 선박해양사고 발생 원인에 대해 근무태만이 가장 높았으며 안전의식, 선박조종, 직무스트레스, 기상항행조건 순으로 나타났다. 경력이 짧은 3등 항해사들은 선박해양사고 발생원인으로 선박조종을 가장 많이 꼽았다. 그 다음은 안전의식, 피로, 근무태만, 훈련교육, 항로환경 순이었다. 어쩌면 이렇게 이번 사고 원인과 일치할까. 이미 국민들은 그리고 전문가들은 여러 차례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경고해 왔었다. 그러나 이번 사고 직후 정치권의 대응은 어떠했는가. 정부, 정치권의 움직임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으로 비치는 것은 한 사람만의 느낌일까. 이번 사고가 단순히 슬픔을 넘어 분노를 만들어 내는 이유다. 비양심적인 해운사에 일찌감치 운행정지와 검찰 수사의 철퇴를 가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비체계적이고 형식적인 재난대응 국가시스템을 미리 제대로 정비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소셜네트워크에서 무분별하고 근거없이 생각을 배설하는 개념 없는 사람들에게 엄정한 법 집행을 제대로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대형 참사를 겪고 나서야 반성하는 '했더라면' 사회가 되지는 말아야 한다.

지금 정치권과 정부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매우 냉랭하다. 틈만 나면 민생을 외쳤지만 부족했고 허술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삶을 24시간 살펴도 시간이 부족하고 충분하지 못할 지경이다. 하물며 정치적 논쟁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국민 안전의 사각지대를 제대로 살필 수 있을까. 지방선거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정치권을 바라보면 텁텁하고 껄끄럽기만 하다. 대한민국은 아직 눈물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사고로 인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정치한다면 카페라떼처럼' 제대로 하길 바란다.

/배종찬 리서치&리서치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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