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잃은 부모 심정으로 함께 울어라

공정식

발행일 2014-04-29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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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식 한국범죄심리센터장
세월호 침몰 사고는
또다시 안전불감증에 걸린
대한민국에 경종을 울렸다
총체적 부실덩어리로 보이는
해양관리시스템 해부와 더불어
매서운 매질과 처방도 필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자녀들의 이름을 부르며, 진도 앞바다에서 울부짖는 부모들의 목소리가 처절하게 메아리친다. 직접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자녀를 잃은 부모의 심정을 어찌 다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겠느냐마는 수많은 국민들이 그 참담한 심정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자 전국 각지에서 생활물품을 보내고 현장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진심어린 위로와 추모의 글을 남긴다.

사고 이후 연일 언론에는 세월호 침몰로 인한 사망자와 유가족들의 아픔과 고통에 대하여 소식을 전한다. 더불어 정부의 재난관리능력에 대한 비판, 선박회사와 감독기관에 대한 추궁, 비열했던 선장과 선원들의 구속과 처벌 등에 대한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이 사고에 대하여 엄중하게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재난관리 및 해양관련 정부 당국자, 선박회사와 감독기관들, 무책임했던 선장과 선원들, 유언비어 날조자 등이다.

세월호 침몰사건은 또다시 안전불감증에 걸린 대한민국에 경종을 울렸다. 그래서 총체적인 부실덩어리로 보이는 해양관리시스템에 대한 해부와 더불어 매서운 매질도 필요하고 처방도 필요하다. 모두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이다. 수도 없이 반복되는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를 언제까지 반복해야할지 그것 또한 암울하다. 이번에도 국가 개조의 차원으로 종합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정부의 말을 속는 셈치고 그냥 한번 더 믿어보는 수밖에 없다.

전 세계는 세월호 사고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안전 및 위기 관리능력에 대하여 예리한 눈으로 주목하고 있다. 이런 대형 사고가 터지고 나면, 희망없는 대한민국을 떠나고 싶다는 사람, 대한민국의 국민인 것이 수치스럽다는 사람들이 속출한다. 사실 목숨을 걸고 구조활동에 나섰던 정부와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뭇매를 맞는 기분에 한숨만 나오고 내색할 수도 없지만 말 못하는 서운함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사고 직후 정부와 공무원들의 허둥대는 모습은 피해자 가족들에게 불신을 초래하기에 충분했고, 급기야 대통령까지 나서 사고현장을 방문하고 직접 현장수습에 나서야 했으며, 사고담당자들의 직위를 격상시키고 부랴부랴 피해자 가족들의 요구사항을 하나씩 들어주었다. 그 요구사항 중에 우리가 특히 눈여겨 봐야하는 것이 하나 있다.

속이 타들어가는 피해자 가족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일까? 자녀의 생사와 관련된 구조상황이다. 그런데 아무도 구조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설명해주지 않는다. 깊은 바다 속에 갇혀 있는 자녀를 생각하면 단 1초도 아까운 부모의 찢어지는 마음에서는 당장이라도 자식을 살리려 바다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심정이었을텐데, 왜 아무도 지금 이 상황을 설명해주지 못했을까? 결국 대통령의 지시가 있고 난 후에야 겨우 상황판이 설치되고 언론을 통해 실시간으로 구조상황을 피해자 가족들에게 전달하였던 것이다.

정부와 공무원들이 사고 직후부터 신속하게 피해자 가족들의 심정을 이해하고 성실하게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그나마 피해자 가족들이 위안을 가졌을텐데,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으니 당연히 상황판단이 안되는 피해자 가족들도 허둥댈 수밖에 없었고, 각종 악성 유언비어에 시달려야 했으며, 따라서 불신과 분노는 나날이 커져만 갔다.

이는 비단 이 사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연간 1천건 이상 발생하는 살인사건에서도 보면, 자신의 가족이 살해된 후 유가족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왜 자신의 가족이 살해되었는지 자세히 알고 싶다는 것이고, 가해자에 대한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어 가고 있으며, 가족들이 법적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지 알고 싶은데, 아무도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기 때문에 수사기관을 불신하고 평생 의혹을 갖고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세금을 내고 선량하게 살아온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예의를 지키고 세심한 배려를 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공무원들은 사건사고의 피해자들에게 절차가 있으니 우리한테 맡기고 무작정 기다리라고 말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와 공무원들은 자녀를 잃은 부모의 심정으로 이 분들과 함께 울어야 한다. 언제든 피해자와 가족들이 원하는 정보를 수시로 제공하고 안심시켜주는 것에 더 초점을 두어야 신뢰를 받을 수 있다.

/공정식 한국범죄심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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