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병'관행 외면 반성

공지영

발행일 2014-05-01 제12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851818_413274_0103
▲ 공지영 사회부
공무원 대상으로 취재를 하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다. "제 소관이 아닙니다." 담당자를 찾아 여러 부서를 빙빙 돌며 취재하다, 화가 나 강하게 항의하면 그제서야 진짜 담당자를 알려주거나, 심할 경우 처음 취재했던 그 곳에서 결국 답을 얻을 때도 있다. 기자들은 이를 '공무원병'이라 칭하며 불쾌함을 느끼지만, 정보를 얻어야 하는 입장이라 그러려니 하고 넘길 때가 많았다.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단원고가 위치한 안산시에는 경기도청, 경기도교육청, 안산시청과 같은 지자체 기관들과 안전행정부, 보건복지부 등 정부부처들이 상주해 있다.

한 건물에 사후처리를 위한 주요 행정기관들이 집결돼 있어 기자는 평소보다 취재속도가 빠르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착각에 지나지 않았다.

도청, 교육청 등 각 기관에서 집계하는 희생자 숫자가 달랐다. 희생자들이 어느 병원으로 이송되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일반인 피해자 소외'와 관련된 취재를 할 때는 마을 동장, 부녀회장, 새마을회 등 동네에 떠도는 소문을 통해 피해자 집계를 한다는 황당한 얘기도 들었다. 말도 안되는 집계 방식에 꼬치꼬치 캐묻자 오히려 화를 내며 자신들에게 자료를 주지 않았다는 상대기관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았다.

지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부처 관계자는 사고 열흘이 지나서야 안산에 본부를 차려놓고는 "유족들이 소통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창구를 일원화하기 위해 우리가 내려왔다"며 자랑스레 얘기해 기자를 실소케 했다.

장례절차, 비용 등을 묻자 "내려온 지 2, 3일밖에 안됐는데 우리가 유족을 어떻게 만나봤겠냐"는 한가한 소리를 늘어놓았다.

세월호 참사 후 공무원들은 늘 입에 달고 살던 '담당이 아니다'는 말과 함께, '유족을 위해'라는 핑계까지 덧붙여 속을 뒤집어 놓았다.

그동안 '공무원 병' 관행을 눈감아 준 것에 대해 몹시 반성하고 있다. 깊은 책임마저 통감한다. 세월호 희생자들과 그 유족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

/공지영 사회부

공지영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