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고대죄하고 다시 만들자

장용휘

발행일 2014-05-07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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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용휘 연출가·수원여대교수

수백명의 어린 목숨을 뒤로한채
혼자 살겠다고 뛰쳐나온 괴물들
네일 내일 따지며 시간만 허비한
짐승조직만도 못한 엉터리 시스템
어른들은 통렬한 반성과 눈물로
사죄하고 잘못된건 개조해야 한다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다. 대한민국 헌법 1조 2항이다. 필자는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필자는 대한민국의 주권을 갖고 있고 대한민국의 주인이다. 그리고 필자는 두 아이의 아비이고 소위 말하는 이 사회의 어른이다. 잘나서 어른이 아니고 대한민국의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책임과 의무를 가진 어른이다. 그 어른이 죄를 지었다.

고로 나는 말할 수 없는 죄인의 심정으로 석고대죄 한다. 그리고 이제 난 그냥 어른이 아니다. 못난 어른이다. 나쁜 어른이다. 어른만을 믿고 기다리다 속절없이 하늘로 가버린 이제 고등학교 2학년 밖에 안 된 아이들에게 진정 부끄럽고 죄스럽고 창피한 마음으로 머리 숙여 눈물로 사죄한다.

아이들아 미안하다. 피눈물로도 씻을 수 없는 이 어른들의 죄를 용서하지 말거라. 그리고 혹 다른 세상이 있다면 거기서 나쁜 어른 못난 어른 잊어버리고 너희가 꿈꾸던 세상 만들어 행복하게 살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며 또 기원한다. 이것밖에 너희들에게 해줄 것이 없구나. 이렇게 밖에 너희들에게 할 수 있는 게 없구나!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중학생 대학생 두 아이가 있다. 그리고 학교에 출근하면 많은 학생들이 있고 늘 당연하듯 강의실서 거실에서 아이들에게 떠들었다. 어른으로 선생으로 아비로 세상이 그럭저럭 잘 돌아가고 있고 그 이유는 잘난 어른들이 있어서라고 말했다.

이젠 아니다.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세상이 이정도로 미처 돌아가는지 몰랐다. 몰라도 너무 몰랐다. 어른들이 얼마나 못된 짓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내가 낸 세금이 얼마나 함부로 쓰여졌는지 그래도 믿었던 나라가 국가가 얼마나 쓰레기처럼 지저분해졌는지 몰랐다. 고로 어른이라는 내가 얼마나 무지하고 안일하고 이기주의에 찌들어 있었는지 이제 알겠다.

수백 명의 목숨을 뒤로 하고 속옷만 입고 혼자 살겠다고 뛰쳐나온 괴물들을 과연 우리가 내가 심판할 자격이 있는지 그 괴물들을 어느새 우리 모두가 키운 건 아닌지 심각하게 생각해 본다. 어린 목숨들이 눈앞에서 죽어가고 있는데 니 일이니 내 일이니 하며 살릴 수 있는 목숨을 시간허비로 날려버리는 이 짐승조직 만도 못한 엉터리 시스템을 우리 모두가 방조해 준 것은 아닌지 언론이 사명을 제대로 다한다면 칼보다도 날카롭고 총보다도 무서워 그래도 어른들의 못된 짓거리가 좀 나아졌을텐데 한여름 개처럼 무뎌진 언론을 우리가 방관하여 이리 된 것은 아닌지 냉정하고 차갑게 머리와 마음으로 생각해본다.

이 모든 것이 네 탓이고 내 탓은 없어진 우리 모두의 책임임을 우리 어른들은 지금부터라도 똑바로 직시하고 통렬한 반성과 눈물로 아이들에게 석고대죄 하고 다시 만들어야 한다. 내가 살아가는 대한민국을 '내가 살아가야하는 대한민국을' 내 자식들이 살아가야할 대한민국을,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고 건강하고 깨끗한 나라로 진정 만들고 싶으면 나의 고백 나의 부끄러운 죄를 먼저 뉘우치고 모든 바르고 정의로운 일에 눈 부릅뜨고 앞장서야 한다. 영웅이 없는 세상 영웅이 없는 사회다. 난세에 영웅이 나온다 하였으나 우리는 이 사고에 한명의 영웅도 없었다. 가장 침착하였고 가장 어른 같은 이들은 바로 어른들을 기다리던 학생들이었다. 이 부끄러운 사실을 우리는 영원히 갖고 가야 할 것이다.

너희들은 당연히 너희 몫을 빼앗기고도 분한 줄 몰랐고, 불의한 힘 앞에 굴복하고도 부끄러운 줄 몰랐다. … 만약 너희들이 계속해 그런 정신으로 살아간다면 앞으로 맛보게 될 아픔은 오늘 내게 맞은 것과는 견줄 수 없을 만큼 클 것이다. 그런 너희들이 어른이 되어 만들 세상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중 젊은 선생의 대사다.

/장용휘 연출가·수원여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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