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슬프고 아픈 경험… 법적·제도적 개선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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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세월호 관련 대책은 재난구조
현장업무 전문성 갖춘 조직을
부처수준 격상 시키고, 안전문제
총괄기관을 총리실에 만들 필요
각 기관과 단체는 서로 신뢰하고
국민들은 안전의식 제고 힘써야


1993년 10월 여객선 서해 페리호 침몰, 1994년 10월 성수대교 붕괴, 1995년 6월 삼풍백화점 붕괴, 2003년 2월 대구 지하철 화재 사고, 그리고 2014년 4월 세월호 침몰(사망·실종 300여명) 등 반복되는 대형 참사에 대해 우리 사회가 뻔한 대안을 제시할 것 같아 걱정스럽다. 사익(私益)을 빌미로 한 안전의식 부재, 인명경시에서 비롯된 윤리의식과 책임감 문제 등이 또 지적되고 있다. 그 결과 누군가는 감옥에 가고, 누군가는 책임을 지고 직(職)에서 물러났다. 과거에도 늘 이런 과정을 겪었던 것 같다. 그런데 왜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 이유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지적된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 방향이 법과 제도에 의해 구체적 개선안으로 제시되는 단계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흐지부지됐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필자는 세월호 참사 대책과 관련해 꼭 개선되기 바라는 세 가지 법적·제도적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세월호 관련 대책은 현장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 이번 세월호 사고 수습 과정에서 끊임없이 논란이 된 것은 책임 부서의 현장 전문성 문제였다.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신설된 안전행정부는 과거 행정안전부에서 안전 기능을 격상시켰다지만 결과적으로 안전문제에 대해 탁상공론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재난구조 현장업무를 담당하는 전문성을 갖춘 조직을 부처 수준으로 격상시키고 민간 구조 기관과의 연계를 포함해 모든 안전 관련 문제를 총괄 책임지는 기관을 총리실에 별도로 신설할 필요가 있다. 이는 재난과 안전사고에 대한 현장 전문성을 강화해 사고 발생 시 원인 파악 시간을 단축하고 그 책임 소재를 명백히 밝히는 데 효율적일 것이다.



둘째, 세월호 관련 대책은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해양수산부 산하 공공기관 14개의 기관장 중 해수부 출신이 11명이고 한국해운조합은 역대 이사장 12명 가운데 10명이 해수부 출신이다. 해운조합 본부장 3명 가운데 2명도 해수부와 해양경찰청 고위 간부 출신이다. 선박의 안전검사를 실시하는 선박안전기술공단, 대형 선박에 대한 안전검사를 진행하는 한국선급도 해수부 출신들이 포함돼 있다. 이처럼 퇴직 관료가 산하 기관과 협·단체에 재취업하는 인사 행태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세월호 관련 대책은 신뢰할 수 없다. 그러나 공직자윤리법은 고위 공직자의 사기업 취업만 제한하고 있을 뿐 부처 산하단체로의 전직은 거의 규제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해수부가 발표하는 대책을 누가 믿겠는가? 이 문제는 꼭 개선돼야 한다.

셋째, 세월호 관련 법과 제도는 국민 모두의 안전의식 제고를 위해 누구나 구체적·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얼마 전 눈은 DMB로 방송되는 세월호 관련 보도에 집중하고, 입은 공무원을 성토하며, 손은 곡예 운전을 하는 기사의 택시를 탄 적이 있다. 이러한 행위는 세월호 참사는 세월호를 탄 사람의 문제지 내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2014년 2월부터 시행된 도로교통법 제49조에 따르면 이 택시기사는 범칙금 6만원에 벌점 15점에 해당하는 법규 위반을 했다. 그러나 경찰에 적발되지 않아 이러한 안전불감증 행위가 당연하게 이루어진 것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안전규칙 등을 무시한 채 운행되는 교통수단, 기계설비, 소방·방재시설 등에 대한 국민 신고제·포상제가 확산될 수 있도록 모든 법과 제도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 이는 범국민적 안전의식 제고에 기여할 것이다.

필자의 칠순 부모님께서는 아직도 필자에게 "길 다닐 때 차 조심하라"고 말씀하신다. 이는 우리 사회가 개인의 안전을 법과 제도가 아닌 개인에게 책임지게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세월호에서 개인적 판단에 의해 바다로 뛰어내린 승객들은 살았고, 선실에 대기하라는 방송을 따른 학생은 사망했다. 세월호 참사로 국민 모두가 아프고 괴롭다. 이 큰 슬픔과 분노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슬퍼하고 분노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달라지는 법과 제도는 공무원 복지부동의 원천인 전관예우 보신주의와 탁상공론이 혁파되고 모든 국민의 안전의식 수준을 스스로 제고시킬 수 있는 방향이 되기를 기대한다.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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