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먼저 올지, 다음 생이 먼저 올지 아무도 모른다

송진구

발행일 2014-05-14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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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진구 인천재능대 교수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건
분명하지만 먼 미래를 위해
오늘을 볼모로 잡히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일 아침을 맞지 못한다는걸
그 누구도 알 수 없기에…

며칠 전 충격적인 전화를 받았습니다. 연합뉴스 TV 특집 '산티아고 순례길'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러 스페인에 함께 갔던 어대일 PD가 뇌출혈로 쓰러졌다는 전화였습니다. 쓰러지기 전날도 며칠동안 밤샘 편집작업을 하다가 쓰러진 것을 발견하고 응급실로 옮겼다고 합니다. 나이는 35세로 결혼도 하지않은 총각 PD였고, 지나치리만큼 건강한 체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30일동안 걸으며 24시간을 함께 보낸 특별한 인연인 터라 충격과 안타까움이 더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가끔 만났는데 며칠 후에 함께 갔던 촬영감독과 셋이서 '소맥'을 하기로 약속해 놓고 쓰러진 것입니다. 병실에 가보니 의식이 없는 상태로 침대에 누워 기도에 꽂은 호수로 힘겹게 숨을 몰아쉬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건강했던 사람이 어떻게 순식간에 이렇게 쓰러질 수 있을까 생각하니 어이없고 안타깝고 비통한 마음뿐이었습니다.

이 땅의 사람들은 참으로 열심히 일합니다. CNN이 뽑은 한국의 세계 최고 10가지 중에 하나가 일 중독입니다. OECD 국가중에 가장 높은 수준의 교육을 하고있는 한국은 공부하던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늦게까지 일한다고 소개하면서 한국의 주당 근무시간이 OECD 평균(32.8시간) 보다 훨씬 많은 44.6시간을 일한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일 중독입니다. 하루에 서너 시간 잠자기 일쑤고 삼일 동안 뜬눈으로 일한 적도 있었죠. 우리는 왜 이렇게 미친듯이 일할까요. 아마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서 일 것입니다. 오늘보다는 내일 더 잘 살아보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일할 것입니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오늘을 만든 기적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만에 하나라도 오늘을 철저하게 희생하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쳐 준비하고 기대했던 내일이 막상 가보니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떤 심정일까요. 얼마나 비통하고 억울할까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요.

어 PD를 면회하고 돌아오는 길에 티베트 속담이 생각났습니다. '내일이 먼저 올지, 다음 생이 먼저 올지 아무도 모른다'. 오늘의 나를 만든 것은 어제의 노력과 집중이고, 내일의 나를 만드는 것 역시 오늘의 헌신과 인내임에는 틀림없으니 순간순간 열심히 살아야하는 것은 자명합니다. 그러나 너무 먼 미래를 위해서 오늘을 볼모로 잡히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내일보다 다음 생이 먼저 올 수도 있기 때문이죠.

하고 싶은 것 있으면 지금하고, 보고 싶은 사람 있으면 지금 보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새로 돋아나서 봄 산을 덮는 연둣빛 나뭇잎의 싱싱함도 느껴보고 봄 꽃의 현란한 향기도 맡으면서 살아가길 원합니다. 그러면서 더할 나위없는 욕심이겠지만 다음 생보다 내일이 먼저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해봅니다. 내일보다 다음 생이 먼저 닥쳐서 사랑하는 사람과의 마지막 이별 얘기도 못하고 영원히 헤어지는 일이 없기를 바라봅니다.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것은 우리 인간영역 밖의 일입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사는 것 뿐입니다. 불확실한 내일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하지말고 다시 오지않을 오늘을 마지막 날처럼 사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언제나 내 곁에 있을 것처럼 생각하지만 가만히 들여다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우리 중에 누군가는 내일 아침을 만나지 못하고 다음 생을 먼저 만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애써 자기최면을 걸죠. '나는 아닐 것이다'라고요. 그러나 그것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어대일 PD의 회복을 기도합니다. 머리가 커서 더 사람 좋아보이는 그 웃음을 다시 보고 싶습니다. 이 봄의 나뭇잎이 얼마나 싱싱한지, 봄 꽃 향기가 얼마나 현란한지를 다시 느끼게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원합니다. 저도 오늘을 느끼고, 만지고, 붙들 수 있기를. 그동안 복잡한 일정때문에 "다음에 소주한잔 하시죠"라며 미뤄왔던 사람들과 '소맥'을 대취하도록 마시고 싶습니다. 그리고 대취해서 기억이 없어지더라도 이 말만은 기억하고 싶습니다.

'내일이 먼저 올지, 다음 생이 먼저 올지 아무도 모른다'.

/송진구 인천재능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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