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 향상과 만족, 그 불편한 진실

이영애

발행일 2014-05-15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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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
극심한 소득격차는
상대적 박탈감과
좌절감을 안겨주고
이로인한 허탈감은 결국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불안을 가중시키게 된다


"요즘 정말 살기 좋아졌지." 흔히들 급속한 사회의 변화를 접할 때마다 입버릇처럼 자주 쓰는 표현이다. 아마도 과거에 비해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변화를 체감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삶의 변화들을 선험적으로 인식한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2009년 아시아 최초로 열린 오스트리아 화가인 구스타브 클림트의 단독 전시회를 관람하러 갔다가 황금빛의 관능적이고 자유로운 그의 작품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무색할 정도로 수많은 사람들의 뒤통수만을 실컷 관람(?)하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 사회의 변화를 직접적으로 깨달은 적이 있다. 중·고등학교 미술교과서에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화가의 그림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떼 지어 관람하게 될 거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당시 전시 장소였던 한가람 미술관과 그 주변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전시회 자체보다 개인적으로는 더 큰 문화적 충격이었다. 더욱이 당시에 막 귀국을 한 시기였기 때문에 '아… 이렇게 사는 것이 달라졌구나'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배어나왔다.

지난 5월초 황금연휴 기간에 인천공항은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인해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루었다는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실제 2000년 이후 해외여행을 위해 출국을 하는 사람들의 수가 매년 평균 9%이상씩 증가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우리 사회는 과거에 비해 너무나 많은 변화를 겪고 있으며, 그로인해 우리가 누리는 삶의 질 역시 급속도로 향상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삶의 질 향상의 이면에는 대량 소비사회를 가능케 해준 개인 및 가계의 소득증대가 있다. 학교에서 환경조사라는 명목 하에 집 전화, 텔레비전, 자가용을 보유하고 있는지의 여부를 조사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시 되던 시절이 불과 한세대도 지나지 않았는데, 이제는 누구나 한번쯤은 어렵지 않게 해외여행을 계획하거나 다녀올 수 있을 만큼의 여유를 대체적으로 가지게 되었다. 즉, 소득의 증대는 경제적 여유를 가져다주었으며, 삶의 질 향상을 보장하는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급격한 소득 증대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인구 10만명당 34명 정도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여 OECD 최악의 자살률을 보이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경제적인 윤택감이 건강, 교육수준, 사회적 연결망, 시민권의 확장 등 삶의 질을 규정하는 객관적 요소들을 향상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사회는 만족한 생활을 영위할 수 없어 자신의 생을 스스로 마감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모순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흔히 스칸디나비아 5개국이라고 불리는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아이슬란드의 공통점은 UN의 '2013 세계행복보고서'에 의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10위권 내에 진입한 국가들이라는 점이다. 이들 나라들은 물론 북유럽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지리적 인접성이 매우 높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민주의를 표방하며 폭넓은 공공서비스의 제공과 높은 복지수준을 자랑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또한 이들 나라들은 자국 내 소득 격차가 적고, 고소득에서 저소득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의 소득분포가 비교적 균등하여 소득불균형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이들 국가의 행복도가 높다는 것은 낮은 소득격차나 소득불평등성과 상관성이 매우 높다고 하겠다.

우리 사회가 과거에 비해 객관적인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민들은 삶의 만족도가 낮고, 삶이 행복하지 않다고 느낀다는 것은 심화된 소득격차로 인해 기인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2006년 이후부터 우리 사회의 소득불평등 정도가 꾸준히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며, 소득격차는 2003년 이후 뚜렷하게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최근의 연구결과가 의미하는 바를 다시금 주목해서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극심한 소득격차는 상대적 박탈감과 좌절감을 안겨주고, 이러한 허탈감은 결국 사회의 통합을 저해하고, 불안을 가중시키게 된다. 사촌이 땅만 사도 배가 아픈 인간의 본능을 탓할 것이 아니라, 기꺼이 축하해주는 넉넉함을 베풀 수 있는 심적 토대를 마련해주는 것이 정책의 몫일 것이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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