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세월호, 우리는 어떻게 답할 것인가
국민적 각성 한데 모으는 '국민적 조직' 필요
국회, 정파·이념등 초월한 '국민위원회' 구성을
변해야 할 대한민국 집대성 '세월호 백서' 만들어야
▲ 윤인수 문화부장 |
그런데 우리의 반성은 데면데면하고 대책은 건성건성이다. 대통령은 최종책임을 자임하고 희생자의 이름을 호명하며 눈물을 흘렸다. 책임의 자임과 반성의 눈물은 국가지도자의 품격으로 합당했다. 하지만 해양경찰청 해체, 안전행정부 축소, 국가안전처 신설과 같은 대책은 성급했다. 애꿎은 생명을 앗아간 대형참사에 대한 역대정부의 대응과 비교하면 파격적이나, 국민적 합의가 생략된 결단이라 정치적 시비의 발단이 되기 십상이라서다. 세월호에 남겨진 실종자와 그들을 기다리는 혈육들을 생각하면 대책을 거론하기 민망한 것도 사실이고, 더구나 참사의 진실을 감춘 채 도주중인 유병언은 오리무중이고, 참사의 진상조사를 위한 조직도 꾸리지 못한 상태이다. 무엇보다 이번 참사를 대한민국 갱생의 계기로 삼자는 국민적 각성이 하나로 모이지 않아 찜찜하다. 지방선거에 돌입한 정치권은 겉으로는 제 탓을 강조하면서도 상대에게 참사의 책임을 미루는 영리한 레토릭을 구사중이고, 사회 일반은 참사에서 벗어나 일상을 복원하자는데 고개를 끄덕이는 분위기다.
이래서는 세월호 참사도 죄책감과 탄식만으로 흘려보냈던 역대 대형 참사와 같은 수준으로 기록될 것이 확실하다. 다시 말하지만 '하늘이 어린 생명을 빌려 우리에게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를 사유할 시간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한민국 전체의 집단사유의 결과를 가지고 이 시대와 결별하고 새 시대를 맞아야 한다. 미시적 응징과 대책에 연연해 거시적 사색과 각성을 포기하면 안된다. 사색의 주제는 다름아닌 '우리의 변화'이다. 공직자는 진정한 공복으로, 자본가는 양심적인 기업가로, 정치인은 존경받는 지도자로 거듭나야 한다. 국민은 각자의 영역에서 소통하는 상식인으로 변해야 한다. 제 아무리 시스템을 바꾸고 정밀한 매뉴얼을 만들어 본들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사상누각이다.
세월호 참사로 촉발된 국민적 각성을 한데 모으는 국민적 조직이 필요하다. 국회가 정파와 종교와 이념과 계층과 세대를 초월한 '국민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국민위원회의 의무는 세월호 참사를 일으킨 우리 시대의 부조리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세월호 참사 이후 달라져야 할 대한민국의 변화를 집대성한 '세월호 백서'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세월호 백서에는 참사 주체들의 잘못이 낱낱이 담겨야 하고, 이를 위해 진상조사 과정을 철저하게 감시해야 한다. 여야는 만장일치로 백서를 국가기록물로 지정해야 한다. 국민위원회의 백서에 따라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에서 국가개조, 국민의식 전환 실천 항목들이 자발적으로 드러나고 정부 조직의 변화도 이를 따라야 한다. 몇년의 세월이 걸린들 무슨 상관인가.
뜬 구름 잡는 소리라는 비판이 있다면 감수하겠다. 하지만 시대의 전환을 위한 윤리적·도덕적 각고면려를 회피한다면, 세월호 참사로 비롯된 이 시대에 대한 국민적 공분과 단원고 어린 학생들에 대한 우리의 죄책감은 위선이다. 유병언 일족을 단죄하고 세월호 선장을 엄벌하는 것으로 우리의 공분과 죄책감을 덜어내려 한다면 우리 시대의 부조리는 계속 살아남아 또 다른 청해진을 키울 것이다. 어린 생명들의 희생에 어떤 답을 내놓을지 깊이 사색할 시간이다.
/윤인수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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