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트 스피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함

원용진

발행일 2014-05-26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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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도쿄 코리안타운서 벌어지는
일본인들의 공개적 증오표현
사회적 약자 정신적 피해 목적
한국사회도 이미 위험한 단계
법으로 규제할지 교육을 할지
테이블에 올려놓을 때 됐다


한류에 힘입어 일본 도쿄 시내에 작은 한국 거리가 만들어졌다. 널리 알려진 신오쿠보 코리안 타운이다. 요즘 이 동네가 한류가 아닌 다른 이유로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하나는 장사가 잘 안 된다는 우울한 소식이다. 한류도 예전 같지 않자 일본 손님들이 발을 뚝 끊어버렸다고 한다. 또 다른 소식은 좀 무서운 편에 속한다. 일본 극우 인사들이 일본 내 한국인들에게 공개적으로 저주를 퍼붓는 일을 신오쿠보에서 벌이고 있다고 한다. 한국인에게 복지 혜택을 주지 말자거나 일본에서 추방하자거나 심지어는 죽이자는 섬뜩한 말까지 내뱉는다고 한다. 이른바 헤이트 스피치의 등장이다. 이래저래 신오쿠보 거리가 더욱 썰렁해지고 있다고 한다.

헤이트 스피치는 증오표현으로 불린다. 사회적 약자들에게 정신적, 물질적 위협과 피해를 줄 목적으로 행하는 표현 폭력이다. 헤이트 스피치는 그 대상으로 사회적 약자 집단을 선택한다. 약자 집단 때문에 자신이 손해 보는 것처럼 꾸며댄다. 신오쿠보에서 행해지는 언사들은 대부분 지어낸 말들이다. 사회적으로 차별받고 있는 재일 한국인들을 오히려 혜택 받는 것처럼 꾸며댄다. 가두행진이나 시위, 인터넷 공간을 통해 반복적으로 그런 공격을 해대면 그 대상 집단은 두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다. 위협이 계속되면 신경 쇠약 등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 뿐 아니다. 사회 전체가 오해를 하게 되고 혐오를 일상화할 수도 있다. 헤이트 스피치는 그 대상자에겐 큰 두려움과 고통으로 다가오는 물리적 범죄에 해당할 만큼 중차대한 사회 문제다. 헤이트 스피치를 법으로 처벌하는 나라도 있다. 유태인 학살의 기억을 가진 유럽 국가에서는 법을 제정해 헤이트 스피치를 단속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회에서는 헤이트 스피치 규제에 대해 신중한 편이다. 단속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일본 극우들의 헤이트 스피치가 지속되는 것도 처벌할 마땅한 법규가 없기 때문이다. 우회적으로 가게나 학교의 정상적 영업이나 수업을 방해하는 법으로 처벌할 뿐 헤이트 스피치 자체를 징벌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 일본에서는 더 큰 사회적 갈등으로 번지기 전에 이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처벌을 위한 입법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신오쿠보 소식으로 헤이트 스피치 이슈가 대중적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미 헤이트 스피치가 존재하고 있었지만 이를 엄중하게 인식해 오지 않은 탓이다. 이주노동자, 동성애자, 여성, 전라도 주민, 옌볜동포, 탈북자에 보내지는 인터넷 상의 표현은 증오를 넘어 폭력적인 양상까지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아직 온 사회가 그를 심각한 문제로 의제화하지 않았다. 한갓 철부지들의 인터넷 장난 정도로 넘기며 가벼이 대하는 경향도 있다. 일본 극우들의 헤이트 스피치가 국수주의적이고 조직적인 데 비해 한국의 헤이트 스피치는 비조직적이며 산발적이라며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전문가조차 있을 정도다.

헤이트 스피치가 심화될 위험의 징후들이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머리를 내밀었다. 슬픔을 당한 유가족에게 퍼부어진 증오적 언사는 사회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모진 내용들이었다. 한국 사회에서도 헤이트 스피치를 적극적으로 할 의사를 가진 자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고통받는 집단도 가시화되고 있다는 징후도 읽힌다. 법으로 그를 규제할 것인가, 규제한다면 어떻게 규제할지, 또 법 이전에 사회가 토의, 교육하는 방식을 어떻게 마련해낼지를 회의 탁자에 올려놓을 때가 왔다. 시민 누구든 졸지에 사회적 약자에 포함되어 헤이트 스피치의 대상이 될 불안정한 사회를 살고 있다. 누구든 헤이트 스피치의 잠재적 대상인 시대를 살고 있다. 더 늦기 전에 그에 대해 온 사회가 관심을 갖고, 준비하기를 요청한다.

/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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