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

'안전농업' 시스템 구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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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지방자치단체·관련기관
'안전'을 제일 가치로 삼고
사전 예방교육과 관리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해도 되고 안해도 그만인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에…

세월호 사고 이후로도 대형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장성요양병원 화재로 노인환자 21명이 사망했고, 고양종합터미널 화재사고로 8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하철도 충돌, 단전, 운행중단 사고가 이어진다. 미리 대비하면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이 더욱 뼈아프다. 사고가 터진 곳뿐만 아니라 나타나지 않으나 위험에 노출된 안전 사각지대가 많다는 점에 심각성이 있다. 안전진단 결과 재난위험시설로 지정된 학교가 전국 148곳에 이른다. 영세한 기업들은 만성적 경영 어려움으로 별도의 안전 전담조직이나 시설을 갖추기가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숫자는 하루 평균 약 5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안타깝고 부끄러운 기록이다. 뒤늦은 감이 있으나 안전 불감증, 생명 경시풍조, 편의행정 등 모든 분야를 철저히 점검하여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 대대적인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안전확보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농촌 현장에도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이 많다. 트랙터나 콤바인, 경운기 등 농기계사고가 대표적이다. 최근 농촌 체험활동, 주말농장, 귀농귀촌 등으로 농촌을 찾는 도시민들이 늘면서 농기계와 자동차 추돌사고도 늘고 있다. 농기계사고 중 60세 이상 사고가 70%를 차지한다. 농기계는 부족한 농촌인력에 큰 보탬이 되지만 사고위험도 많다. 농기계 안전수칙에 따라 정기적인 점검과 정비를 하고 안전화, 작업복 등을 갖추어야 하나 잘 지키지 않는다.

농약사고도 심각한 수준이다. 농약사고로 사망하는 인구가 매년 3천명 이상이며, 이 중 500여명은 농약 중독이나 오남용으로 사망한다. 농약 용기가 드링크제나 의약품 용기와 구분되지 않아서 농약인지 모르고 마시는 경우가 많다. 쓰고 남은 농약을 안전하게 보관만 해도 농약사고를 막을 수 있다. 농약보관함을 따로 설치하고 방제복, 안전보호구를 제작해 농촌에 보급해야 한다.



산불이나 산사태, 폭설이나 집중호우, 우박, 서리 등 자연재해로 인한 사고도 많다. 구제역, 조류 인플루엔자(AI) 등 가축 전염병도 국민 안전을 위협한다. 한번 발생하면 축산물 소비가 급감하고 수출길이 막혀 국가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농가의 정신적 충격이 엄청나다. 살처분·매몰 이후 침출수로 인한 2차 오염문제도 제기된다.

국민의 먹을거리 안전도 위협을 받고 있다. 농약오염, 수질오염, 토양오염 등이 심각해지고, 방사능, 잔류농약, 유전자변형식품(GMO)에 대한 불안이 증대되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식품안전에 대한 요구가 강화되는 추세다. 환경피해가 커지고 위해요인이 증가되기 때문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일본 농수산식품 수출이 급감했고, 일본 국민들은 자국의 농산물 섭취도 꺼리고 있다.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국민신뢰는 무너진다.

필자는 2009년 농촌진흥청장으로 재직하면서 '푸른 농촌 희망찾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추진하였다. '안전한 농산물 생산, 깨끗한 농촌만들기, 농업인 의식선진화' 등을 역점 추진하였다.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었으나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농업과 농촌은 농업인의 일터만은 아니다. 농촌의 땅과 물과 산천 등 자연환경은 생태를 보전하고 수자원을 함양하며 토양을 보전하는 국민 삶의 터전이다. 경제적 가치는 물론 엄청난 공익적 기능을 수행한다. 한번 오염된 농촌자원은 다시 회복하기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든다.

어찌 보면 도시보다 더 많은 안전 위해요인이 존재하고 있는 곳이 농촌이다. 안전한 먹거리, 안전한 농작업, 안전한 농촌환경 등 '안전농업'에 우리 먹거리의 미래가 달려 있다. 안전을 제일 가치로 걸고 지방자치단체, 관련기관이 사전 예방교육과 관리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상시 안전점검 시스템을 구축하며 안전 위협에 대비한 훈련을 제대로 실시하자. 안전은 해도 되고 하지 않아도 그만인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안전농업이 기초를 든든히 다져야 '국민이 안전한 선진국'으로 갈 수 있다.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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