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워크 대한민국·3]시화산단·광교테크노밸리내에 위치한 어린이집

이 녀석들 두고 나가자니… 사표 내고 집에 있자니…
'아이와 함께 출근' 행복한 직장 새길 열다

권순정·신선미 기자

발행일 2014-06-10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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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화산업단지 내에 자리한 시립산업단지어린이집의 아이들이 인근 공원으로 소풍을 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시립산업단지어린이집 제공
맞벌이부부 '출산 딜레마'
아이 맡기고 출근땐 걱정
직업 포기땐 정체성 혼란

'직장 육아시설' 해법으로
틈틈이 아이들 상태 확인
아이 걱정 덜고 일에 집중
'칼퇴근·회식열외' 배려도
회사에 대한 만족도 높여


현재 시흥의 한 휴대전화 부품 만드는 회사에서 품질관리팀장으로 있는 김나윤(45·여)씨는 11년 전인 2003년 첫 아이 민서를 낳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1998년 입사해 경력 5년차였던 김씨는 한창 일이 손에 붙고 있던 때라 '일'과 '육아' 중 하나만 선택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회사는 출산휴가를 마치자마자 호출했다. 육아휴직은 불가능했고 갓 낳아 손이 많이 가는 아이를 맡아줄 어린이집이 없었다. 김씨가 민서를 맡긴 곳은 전남 화순의 큰언니네였다.

생이별한 엄마와 딸이 만나는 건 한 달에 두 번뿐. 아이가 크게 아플 때면 얼굴 보여줄 수 없는 먼 거리에 있는 엄마는 일을 하고 있어도 혼이 나가 있기 일쑤였다. 출산이 김씨보다 6년이나 늦은 이지은(36·여)씨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씨는 2009년 딸 소현이를 출산하고 일을 그만뒀다.

친정부모님이 봐주시겠다며 일을 계속하라고 했지만 먼 거리에 사는 부모님께 딸아이를 맡기는 이별이 싫었다. 김씨와 다르게 아이가 아플 때 엄마는 옆에 있을 수 있었지만 이씨는 또 다른 문제를 겪었다.

우울증이다. 이씨는 "하루종일 혼자 아이를 보면서 남편을 기다리다 보면 속에 화가 쌓였다. 아이는 예쁘지만 시간이 갈수록 '내 자신은 어디에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 점점 세상에 자신없어졌다"고 말했다.

일을 선택한 김씨와 육아를 선택한 이씨는 여성 직장인의 두 가지 유형이다. 하지만 어느 쪽을 선택해도 행복하지 않다. 김씨의 사례처럼 일을 선택해도 일을 하는 게 아니고, 이씨의 사례처럼 육아를 선택하면 엄마의 인생은 사라졌다.

하지만 이들 모두 현재는 가정과 직장에 충실한 '해피워커'다.

이들 인생에 놓인 단 하나의 변화는 직장어린이집. 2006년 9월 시화산업단지 내에 개원한 시립산업단지어린이집(시흥시 정왕동)은 영아부터 만 5세까지 77명의 아이들을 돌봐주고 있다.

정확히 한 직장에서 운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소기업들이 몰린 산업단지 내에 위치해 직장내 어린이집 효과를 톡톡히 내고 있다.

김씨는 둘째 민성이를 갖자마자 회사를 이 어린이집 인근으로 옮겼다. 민성이는 4개월째부터 지금까지 시립산업단지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다.

이씨도 결국 육아를 전담하는 것을 포기하고 일을 찾아 나섰다. 이씨 역시 이 어린이집 인근에서 회사를 구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다.

이들은 일과 육아,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직장내 어린이집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씨는 "아이가 바로 옆에 있다고 생각하면 일에 집중하기가 훨씬 쉽다"며 "간혹 산업단지 내에 어린이집이 있으면 아이들에게 안 좋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지만 그보다는 부모와 떨어져 있는 아이가 더 불행하다"며 우려를 일축했다.

건축업계에서 캐드를 다루는 박지현(38·여)씨도 시립산업단지어린이집 덕분에 육아와 일을 같이 할 수 있어 항상 든든하다고 말한다. 박씨는 "현재 다니는 직장은 임금이 월 150만원 정도지만 결혼 전에는 이보다 임금이 훨씬 높았다"면서도 "지금은 임금보다 어린이집이고, 어린이집 반경 내에서 직장을 잡는 것이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박씨는 4살배기 은아를 몇 개월 품에 안고 있다 어린이집에 맡기고 일을 시작했다. 처녀 적에는 야근은 물론 밤샘 일이 많았지만 육아와 일을 병행하려니 전략을 바꿔야 했다. 박씨는 아예 출산 후 직업전문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현재 직종으로 바꿨다.

박씨는 "엄마가 일을 해야 가정이 화목하고 남편도 숨통이 트인다"며 "산업단지 내에 어린이집이 없었다면 현재 행복은 꿈꿀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2012년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직장 어린이집에 대한 전반적 만족도는 4점 만점에 평균 3.46점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집 가까이에 어린이집이 있지만 직장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로 '직장 내에 있어 자녀의 등하원이 편해서'(25.2%)를 꼽았다. '시설 환경이 우수해서'(23.4%), '아이가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에 안심이 되므로'(22.7%) 등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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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1년 광교테크노밸리 내 어린이집 '광교 키즈빌'개원식에서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입주기관 대표, 학부모, 광교테크노밸리 입주사 임직원 등이 참석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제공
수원 광교테크노밸리 나노기술원 입주기업인 '파크시스템스'의 입사 5년차 강경엽(36)씨는 일과 육아 두 마리 토끼를 꽉 잡고 있는 '워킹대디'다.

강씨는 직장내 어린이집을 기다리고 기다리다 광교테크노밸리의 어린이집 키즈빌의 1기 멤버가 됐다. 강씨에게는 아빠와 아들이 함께 손을 잡고 어린이집을 등하원하는 것이 익숙하다.

강씨는 입사 이후 아이가 3살 될 무렵 여느 부모와 마찬가지로 어린이집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낙타가 바늘 구멍 통과하듯 들어가기가 어렵고, 사립 어린이집은 비싼 데다 흉흉한 소문도 많아 괜히 께름칙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광교테크노밸리에도 입주기업 직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직장어린이집이 생긴다는 '단비' 같은 소식이 들려왔고, 두손들고 키즈빌 어린이집의 학부모가 됐다.

판교에서부터 광교까지 30분 거리를 매일 아이와 함께 오가며 많은 대화를 나누다 보니 부자(父子) 사이가 더 돈독해진 것은 물론 아내도 마음 놓고 맞벌이를 할 수 있어 강씨 부부는 요즘 행복하다.

게다가 회사에서도 아이를 직장어린이집에 맡긴 직원들이 '칼퇴근'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고, 불가피하게 회식이 있다 해도 일찍 끝나는 등 자연스레 가정적인 아빠가 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아이도 처음엔 낯선 어린이집 풍경에 적응하기 힘들어 했지만, 아빠가 점심시간에 잠깐 들르거나 어린이집 놀이터에서 노는 모습을 지켜보는 등 가까이에서 일한다는 것을 알게 돼 지금은 어린이집을 누구보다 좋아한다.

강씨는 "저마다 회사를 다니는 목적들이 있지만 급여를 많이 주는 대기업보다도 자녀를 편하게 맡길 수 있는 복지환경이 잘돼 있는 지금의 회사에 다닌다는 게 가장 좋다"며 "나머지 시간 대부분을 가정에서 보내는 대신, 직장에 있는 시간만큼은 충실하게 일에만 매진하다 보니 일의 효율도 높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어린이집의 혜택은 골고루 퍼져 있지는 않다. 경기도내 직장인 10명 중 6명만이 직장내 어린이집 덕을 보고 있다.

경기도에 따르면 올해 직장내 어린이집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도내 의무사업장은 154개지만 이 중 직장내 어린이집을 설치한 곳은 80곳, 위탁 보육을 맡긴 곳은 21곳으로 회사 인근에 어린이집이 있는 곳은 불과 101곳(65.5%)에 그치고 있다.

영유아보육법은 상시여성근로자 300명 이상 또는 상시근로자 500명 이상을 고용한 사업장에 어린이집 설치를 의무로 하고, 여의치 않으면 위탁보육을 하거나 보육비를 지급해야 하지만 보육수당조차 지급하지 않는 곳이 31개 업체(20.1%)에 해당하고 있다.

게다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법은 보육수당 지급을 허용치 않고 해당 사업장은 어린이집을 보유하거나 위탁보육하도록 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마지막으로 시립산업단지어린이집에서 만난 세 부모에게 '당신은 행복한 근로자이십니까'라고 물었다. 김씨는 "우리 애들을 이곳에 맡기고 난 뒤엔 행복하다"고 말했고, 이씨는 "아기만 바라보다 자아계발을 할 수 있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박씨는 "지금 둘째를 출산했는데 다시 어린이집 도움을 받아 일을 하면 가계에 도움이 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맞벌이시대, 부모 모두가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일과 육아, 육아와 일은 직장내 어린이집으로 꿰어져야 함을 행복한 직장인들이 웅변하고 있다.

/권순정·신선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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