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병장의 손자 한민구 국방장관 내정자

할아버지의 투철한 국가관·애국심 핏속에 흘러
'아덴만 여명작전'·'단비부대' 이름 직접 지어
현 남북정세에 문무 겸비한 전략기획통 더 절실

이준구

발행일 2014-06-11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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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일 한민구 전 합참의장을 국방장관으로 내정하고 인사청문요청서를 5일 국회에 제출했다. 육군참모총장과 합참의장 시절부터 한봉수 의병장의 손자로 널리 알려진 분이다. 한 의병장은 충북 청원에서부터 의병을 일으켜 충청지역은 물론 평택 장호원, 심지어 강원도 횡성까지 종횡무진하며 일본군을 무찌르는 등 유격전술의 명장으로 '번개대장'으로 불린다. 항일 독립운동가의 피가 흐르고 있는 손자 한민구 장군이 국방장관에 내정된 1일은 제4회 의병의 날이자 호국보훈의 달이 시작되는 날이어서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

박 대통령은 요청서에서 "한 후보자가 40여년간의 군 복무 기간 국방부 정책기획관, 수도방위사령관, 육군참모총장, 합동참모의장 등을 두루 역임하면서 국방정책의 발전과 국가안보를 위해 헌신해온 전문가로서 위중한 안보상황 아래서 대한민국의 안보와 국방태세를 튼튼히 할 수 있는 최적임자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민구 내정자는 합참의장 재임 시절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에 대한 대응과 '아덴만 여명 작전'을 직접 지휘했던 경험이 있는 데다 항일 독립투사의 후손이라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훌륭했던 할아버지 못지않게 손자 또한 비범한 사람이었다. 지금으로부터 꼭 35년 전(1979~82년) 사병으로 근무할 때 나는 한민구 대위를 중대장으로 모시게 됐다. 당시만 해도 시설이나 장비가 열악한 데다 군대라는 특수한 조직문화가 자리잡은 어려운 시절이었으나 사병들을 마치 동생처럼 대해주던 인자한 분이었고, 소대장과 선임하사들 모두 한 가족과 같이 그를 따랐다.

전투지원중대의 특성상 장비가 많고 훈련 또한 다른 부대보다 잦았다. 형제처럼 뭉쳐진 부대 분위기는 연대전투단훈련 사단기동훈련 팀스피리트 보전포합동훈련 등에서 최상의 전투력을 발휘했다. 한민구 중대장은 육사와 서울대에서 전사학을 공부해 각종 전투 상황에 따라 탁월한 전술능력을 갖춘 지휘관이었다. 유창한 영어실력은 미국의 고위 장성들이 대전차방벽을 방문할 때마다 브리핑을 도맡게 했다. 문무를 겸비했다는 세간의 평이 나오는 이유다. 당시 결혼식을 올린 뒤에는 부대 옆 단칸방에서 노모를 모시고 신혼생활을 한 효자이기도 했다.

어느 날 서무병인 나를 부르시더니 노랗게 바랜 케케묵은 자료를 내밀었다. 일과 후 시간날 때마다 연대(年代)별로 또박또박 정리를 했다. 그의 할아버지인 한봉수 의병장의 항일독립운동 자료였다. 할아버지의 독립운동 기록을 그때부터 꼼꼼하게 챙긴 것을 보면 아직도 그의 핏속에는 투철한 국가관과 애국심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사관학교 출신 대위들에게 주어진 사무관 전직의 기회를 마다하는 것을 보고 그때 나는 이미 한민구 대위의 앞날을 조심스레 예견했다. 그의 품성과 능력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이지만 한번 맺은 인연을 지금까지 놓지 않고 지속하는 의리파다.

내가 제대한 이후 1982년 소령에 진급한 후 육군사관학교 전사학 교관으로, 전방 사단의 대대장, 연대장으로 또 영예로운 장군진급과 주요 보직을 맡을 때마다 군내(軍內) 선후배들로부터 신뢰를 받아온 그다. 식사를 하며 장군으로 부르면 굳이 중대장으로 부르라고 주문하시는 겸손함도 보여준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꼼짝없이 그를 중대장이라 부를 수밖에 없다.

합참의장 시절인 2011년 1월 해적에게 피랍된 주얼리호(1만t급)를 소말리아 인근 해상에서 구출해 국내외의 찬사를 받았다. 자신이 이름지은 '아덴만의 여명 작전'을 성공적으로 지휘한 것이다. 아이티 구호활동을 위한 파병부대 이름도 가뭄에 단비 내리듯 하게 한다는 의미로 하여 '단비부대'로 지은 이가 그다. 지금의 정세는 북한의 제4차 핵실험 가능성과 서해 5도에서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고 있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한민구 내정자와 같은 문무를 겸비한 전략기획통의 국방장관이 더욱 필요하다. 내가 겪은 '한민구 중대장'의 인품과 능력이 마음을 든든하게 하는 것처럼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같은 생각을 할 것이라 확신한다.

/이준구 경기대 국어국문학과 부교수·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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