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려 깨뜨리기… 장한 딸들의 고군분투

이영애

발행일 2014-06-12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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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
고급인력 여성들 노동시장에
진입 안하거나 참여했어도
용두사미가 되어 사라지고
남성들과 불평등한
임금격차를 감내하면서
견디고 있는게 현실이다


"장하다, 대한의 딸이 드디어 해냈습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한국 팀의 부진 속에 이상화 선수가 500m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순간, 익숙하지만 어딘지 불편한 저 멘트가 방송에서 계속 반복되었다. 지난 밴쿠버 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한 때에도, 멀게만 느껴졌던 리듬체조라는 종목에서 손연재 선수가 아시안게임 동메달을 획득했을 때에도, LPGA의 그 수많은 한국 여자 골프선수들의 여전히 진행 중인 활약상을 대할 때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말은 '대한민국은 뭘 해도 여자가 잘한다'라는 것이다.

일부 잘난 여자들의 이야기라고 생각되면, 알파걸들 때문에 아들 가진 부모들이 남녀공학 배정을 기피한다는 사실이나, 여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이 남학생들을 앞지르고 있다는 통계조사 결과나, 금녀의 벽이 허물어진지 이미 오래된 각 사관학교에 수석졸업생을 포함해 여학생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현상이나, 사법·행정·외무고시 및 공무원 시험에서조차 여성 합격자의 비율이 남성 합격자들을 위협할 정도로 과거에 비해 크게 증가한 사실은 이제 대한민국에서 너무도 일반화된 현상이라고 하겠다.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는 이러한 현상들은 여성의 능력이 남성에 비해 생물학적으로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거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조각 때나 대기업 임원 인사에 가뭄에 콩나듯 여성들이 한두 명 끼어 있으면 곧바로 화제가 되곤 하는 현실 앞에 그 많던 장한 딸들(?)은 왜 긴 호흡의 장한 생활인으로 거듭나지 못했는지 씁쓸하기만 하다.

최근 국회 입법 조사처 분석결과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우리나라 여성들의 임금격차가 39%로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에 따른 임금격차란 전일제 노동자 중 남성 임금의 중위값을 100으로 했을 때, 여성 임금 중위값과의 차이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는 OECD 주요 25개국 가운데 우리나라가 성별에 따른 임금격차 부문에서 불명예스러운 1위를 차지했다는 것과 동시에 우리나라 여성들이 남성들이 받는 임금의 61%만을 받고 일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전통적으로 노동시장에서 성별에 따른 차별이 발생하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제시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임금차별(wage discrimination)로 사용자들에 의해 여성들이 동일한 경험을 가지고 근로조건과 직종이 같은 상황하에서도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더 적은 임금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직종차별(occupational discrimination)로 비록 여성이 남성과 동일한 생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여성들이 진출할 수 있는 직종들이 제한돼 있거나 아예 고임금의 일자리를 차지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된다면 노동시장에 차별이 존재한다고 판단한다. 즉 여성들이 대다수인 직종과 남성들이 대다수인 직종으로 노동시장이 구분된다면 그 시장은 직종 차별적 요소가 상존한다는 것이다.

앞서 제시한 것처럼 우리나라 성별 임금격차가 크게 벌어진 이유는 일부 저개발 국가에서처럼 여성들의 '노동시장 진입 이전의 차별', 예를 들어, 낮은 교육수준, 부모의 자녀에 대한 낮은 기대, 차별대우를 용인하는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 등으로 인해 기인했다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노동시장 진입 이전에 더 똑똑하고 적극적으로 교육받고 활동했던 여성들이 노동시장 참여기에 진입을 포기했거나, 진입했다 하더라도 이후 하나 둘 용두사미가 되어 사라졌거나, 혹은 참여한 경우라도 남성들과의 불평등한 임금격차를 감내하면서 현재를 견디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사회가 서서히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시점에 접어들면서, 여성들의 노동시장 참여에 대해 근원적인 점검과 실질적 대책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하겠다. 일-가정의 균형을 통한 여성들의 경력 몰입 지원이 더 이상 선언적인 의미로만 느껴지지 않도록, 저출산의 책임이 노동시장의 엄혹한 현실을 아프게 경험하고 있는 여성들에게만 있다고 강요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때이다.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장한 딸들이 두드리고 또 두드려 결국 그녀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유리벽을 하나씩 깨뜨리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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