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中華)사상을 형성한 주체는 누구인가

김광원

발행일 2014-06-17 제12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868394_429505_1749
▲ 김광원 가천길병원연구원장·당뇨내분비센터장
중국이라는 거대하고
비옥한 중원의 땅으로
모여든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찾아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가 '화이부동'


중국은 한반도 전체 면적의 44배에 이른다. 인구는 13억~14억이라고 하지만 정확한 추정이 쉽지는 않은 것 같다. 면적과 인구에서 우리의 크기를 압도하는 것은 틀림없다. 더욱이 최근에는 급속한 경제적·군사적 팽창으로 중국의 위상은 세계 흐름의 한 축을 차지하는 국가로 부상하였다. 역사 인식, 영토 분쟁, 자국의 영향력 확대, 무역 마찰 등 어느 한 가지도 만만한 것은 없다. 이러한 일들은 직간접으로 우리나라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의 모든 통치자들의 가장 중요한 결정 중의 하나가 중국과의 관계설정일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이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다. 우리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거대'한 중국과 우리를 비교하면서 우리의 처지를 생각하게 된다. 거대하다는 것은 단지 국토의 크기, 인구 수, 경제력, 군사력만을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중국을 하나로 묶어주는 중국인의 동질감을 형성해주는 중화(中華)사상이 우리의 심경을 복잡하게 만드는 더 큰 이유일 것이다.

한족의 황하문화가 중국문화의 뿌리이고, 여기서 출발한 문화로부터 중국이 형성되고 지금의 중국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중국을 조금은 쉽게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황하문화 외에도 요하 유역에서 시작한 요하문화(홍산문화), 양자강 하류지역의 하모도문화 등 황하문화와는 전혀 다른 독자적인 문화들이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그 중 하나인 요하문화는 황하문화에 비하여 오히려 더 일찍 정착되고 더 큰 세력을 형성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학자들도 있다. 서로 다른 뿌리를 가진 문화들이 얼마나 존재했는가는 역사학자들의 몫이지만, 황하문화가 모든 중국 문화를 대변하고 가장 앞선 문화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쉽게 동의할 수 없다. 중국이라는 비옥하고 넓은 땅에서 서로 다른 뿌리를 가진 집단들이 중국을 차지하기 위하여 끊임없는 패권쟁탈전을 벌이는 것이 중국의 역사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러한 작업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중국의 지도자는 누구인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는 수 많은 나라들이 난립하였지만, 서로가 질서를 유지하며 살아가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아가는 다양한 사상들이 태동하는 시기였다. 이러한 제자백가(諸子百家)의 다양한 사상은 지금까지도 중국문화, 통치철학의 핵심이다. 산둥반도에 자리한 제(齊)와 노(魯) 나라가 중심이 되었다. 지역적으로 한반도와 매우 가까운 지역이다. 이러한 다국적 난립을 평정한 인물이 기원전 221년 진시황이다. 진시황은 중국 전체의 도로를 정비하고, 죽을 때까지 전국을 순회하였다. 길이, 무게의 단위도 통일시켰다. 하나의 중국 국가 건설을 최초로 시도한 인물이다. 그러나 재미있게도 진시황은 중화사상이 경멸하는 서북 오랑캐 출신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은 다시 북방 민족들과 중국을 분점하는 5호16국 시대를 맞이한다. 이들을 다시 통일시키는 수나라의 통일세력의 주체가 북방 민족과 한족의 합작인 관롱집단(關롱集團)이라면 또한 재미있는 일이 아닌가. 중화사상으로 교화되어야 할 오랑캐 집단인 흥안령산맥 출신 선비족이 북방민족들을 규합하여 북위를 만들었다. 북위는 한족과 합작하여 수 나라를 만들었고, 이들 관롱집단은 다시 당나라를 만들었다.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의 하나로 생각하는 당태종 이세민도 혈연적으로 호한(胡漢)합작의 정치세력이다.

중국내 소위 한족이라 칭하는 혈연적 정체성도 애매모호하기 그지 없다. 중원의 크고 비옥한 땅에 기원부터 다른 문명들과 종족들이 모여들어 이합집산을 되풀이 하였다.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최선의 지혜를 찾아 보았다. 끊임없이 노력하여 찾은 결론이 화이부동(和而不同), 다름을 인정하고 다른 것들끼리 조화를 이루는 일이다. 이러한 전제는 중국이라는 거대하고 비옥한 땅이 없었다면 불가능하였을 것이다. 다른 사람과 다른 땅이 생기면 중화사상은 또 다른 변신을 시도한다. 중화사상은 중국이라는 거대하고 비옥한 땅으로 모여든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찾아 가는 끊임없는 노력이다. 중화사상 형성의 주체는 중원의 땅, 그리고 그 곳과 그 주변에 살았던 사람들이다.

/김광원 가천길병원연구원장·당뇨내분비센터장

김광원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