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성과 미래 도시

마천루, 안전·환경·정서적 측면 시대착오적
광장·오픈스페이스로 도시인 폐쇄감 없애야
방치된 해변 친환경적 워터프론트로 변경 절실

김창수

발행일 2014-06-18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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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수 객원논설위원·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
개방성(openness)은 도시가 추구해야 할 주요한 가치이다. 제국주의의 시대였던 19세기와 세계대전과 냉전으로 점철된 20세기에 개방성이나 국제주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북한이나 쿠바 같은 체제 수호를 위한 농성(籠城)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와 규모가 큰 도시들은 저마다 글로벌 국가, 글로벌 시티를 표방하며 개방성을 강조한다. 지식과 정보 역시 개방될수록 더 많은 은총을 내린다. 누리꾼들이 만들어 가는 위키피디아 백과사전은 공유된 정보를 재가공하거나 보완하면서 다중(多衆)의 집단지성을 실현해 나간다. 개방성의 확장은 사회 발전의 주요한 방법이자 결과이다. 사회의 민주화도 시민의 참여와 수평적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것이므로 개방성의 구현인 셈이다.

개방성은 문화 정책에서도 중요하다. 문화 분야에서 개방성이란 시민들이 문화시설이나 프로그램을 쉽게 이용할 수 있고 시설의 운영 및 정책수립 과정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말한다. 이는 향유 가능성 측면에서의 접근성, 과정과 절차라는 측면에서의 공정성 등을 모두 포괄하는 가치이며, 단순히 물리적 공간에 대한 접근성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 사업에 대한 접근성, 시설운영에 대한 접근성, 운영 방식과 의식 등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시민들이 정보의 제약이나 시·공간적 한계, 경제적·심리적 부담 등으로 인해 문화향유에 어려움을 느끼는 환경이라면 개방성이 담보되었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개방성은 시설과 공간은 물론 프로그램, 조직운영에 이르기까지 관철되어야 할 미션이라 할 수 있다.

도시공간도 개방성을 지향해야 한다. 고층화 밀집화 현상은 현대도시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환경과 교통, 안전과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도시인들은 고층빌딩이 밀집된 시가지에서 일과를 보내며 주택도 고층아파트인 경우가 많다. 도시인들의 영혼은 위압감과 폐쇄감 속에서 일상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주말이면 교외로 탈출하는 도시인들이 주로 찾는 곳은 산이나 들판, 해변, 옛 마을이나 유적들이다. 이들 장소의 공통점 중 하나는 개방적 경관으로 폐쇄와 위압의 공간을 벗어나 개방의 공간을 지향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개방성은 도시 재생의 수단이자 목표이기도 하다. 쇠퇴일로를 걷고 있던 일본의 전통산업도시 가나자와시(金澤市)를 일약 창조도시의 성공 모델로 전환시킨 핵심 프로젝트는 가나자와21세기미술관, 가나자와시민예술촌, 우미미라이 도서관 건립 등 문화 기반시설 확충을 들 수 있다. 가나자와21세기미술관은 2004년 개관과 동시에 국제적 명소로 떠올랐으며 도시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 넓은 정원 위에 원형 유리벽으로 지어진 이 미술관은 시민들이 외부정원 어디에서나 내부로 들어가 저녁 10시까지 무료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개관 1년 만에 도시 인구의 3배인 158만명이 입장할 정도의 명소가 되었는데, 바로 '문도 없고 문턱도 없는' 개방주의 콘셉트의 승리라 할 수 있다.

도시 공간의 개방성 구현을 위한 연구 성과는 상당히 축적되어 있다. 건축과 경관미학에서 개방성은 조망점에서 건축물을 올려다보는 각도인 앙각(仰角), 건축물의 입면적 그리고 오픈스페이스의 면적 등을 변수로 측정한다. 앙각이 클수록, 건축물의 입면적이 넓을수록 개방성은 감소한다. 반대로 앙각이 작을수록, 입면적이 좁을수록, 오픈스페이스의 면적은 넓을수록 개방성은 증대된다. 드높은 마천루를 세워 도시의 랜드마크로 만들려는 시도는 안전과 환경, 정서적 측면에서 시대착오적이다. 미래도시는 광장이나 오픈스페이스와 같은 수평적 경관요소를 과감하게 도입하여 도시인들의 무의식까지 상쾌하게 만들어야 한다. 생태하천을 복원하고 방치되어 있는 해변을 친환경적 워터프론트로 바꾸어 나간다면 지역주민은 물론 도시의 방문자들에게도 커다란 기쁨이 될 것이다.

/김창수 객원논설위원·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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