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과 사람

[공간과 사람·18]의왕 '어린이랜드'

아파트-산 사이 '구름다리' 내려앉다
870772_431801_1014
▲ 위에서 바라다 본 어린이랜드 전경. 측면에 돌출된 어린이집은 독립건물인 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전체적인 건물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어린이집만의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 신경을 쓴 것이다.
도서관과 유기적 결합된 어린이집
상상력 키우고 보듬는 구름형상화
대비되는 외관·재료 '정체성' 구축

산 자락 삼각형 모양 열악한 공간
지형차 '계단' 활용 등산로와 연결
야외스탠드·벤치 주민쉼터로 애용


"가족내에서 아빠, 엄마, 큰아들, 작은딸 각각의 개성이 있지만 함께 모여있을 때는 또 가족 전체의 특징도 느껴지죠. 어린이랜드가 그런 곳입니다."



의왕시 어린이랜드에서 만난 이종훈 건축사가 건넨 첫마디다. 이 건축사의 말을 들은 뒤 건물을 둘러보다보니, 가장 적합한 설명이었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공간과 사람'이 이번에 소개할 다중이용시설은 의왕시 오전동 보석골로 30의10에 위치한 의왕시 어린이랜드(글로벌 도서관)다. 설계는 (주)행림종합건축사무소 이용호 대표이사가, 이날 안내는 이종훈 설계총괄본부장이 맡았다.

870772_431804_1051
▲ 좁은 내부 계단의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전면을 유리창으로 대신했다.
■ 따로, 또 같이


어린이랜드는 1층 정면에서 바라봤을 때 중앙 경사면에 계단(스탠드)이 배치돼 있어 오른편 어린이집과 왼편 글로벌도서관이 명확하게 구분된다. 계단을 중심으로 입구부터 양쪽으로 나뉘어 있는 구조다.

오른편에 위치한 시립어린이집은 알루미늄 패널로 처리된 외관에 건물 밖으로 둥그렇게 돌출돼 있어 얼핏 보면 독립건물인 듯하다.

어린이집 지붕 위에 2층이 비어 있고, 바로 3층이 위치해 있는 형태라 더욱 별도 건물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건물과 유기적으로 연결돼있다.

네모난 하나의 건물에 1층엔 어린이집, 2층엔 열람실을 배치하면 짓기도 쉬울텐데, 너무 디자인에만 신경을 쓴 게 아닌가? 하지만 이종훈 건축사는 '건물을 누가 이용할 것인지'가 설계의 시작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체적으로는 어린이랜드에 도서관, 북카페, 체험학습, 어린이집이 위치해 있지만 각각을 따로 봤을 때 어린이집은 어린이집만의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

870772_431802_1118
▲ 모락산에서부터 내려오는 언덕에 자연스럽게 야외스탠드를 배치, 건물로 인해 시야가 가려지는 것이 아니라 건물 사이로 동네가 내려다보이게 됐다.
이 건축사는 "여러 용도의 건물들이 밀집해 있다보니 자칫 각각의 특성이 가려질 수 있다"며 "하지만 아이들이 상상력을 키우고 보살핌을 받는 어린이집만큼은 고유한 특징을 지녀야 한다는 생각에 아이들을 보듬는 구름을 형상화했다"고 말했다.

재료면에서도 오른편과 왼편의 차이를 뒀다. 금속 알루미늄 패널로 매끈한 느낌을 살린 오른편과 달리, 왼편은 돌과 인도 사암을 통해 거친 느낌이 들도록 했다.

메인 건물은 직선과 사선으로 이뤄진 반면, 어린이집은 자유곡선으로 이뤄졌다.

건물을 밖에서 보고있자니 각각의 재료와 모양들이 따로, 또 같이 어우러지는 느낌이 극대화됐다.

870772_431803_1224
▲ 모락산 자락에 위치한 어린이랜드 뒤편 어린이놀이터.
■ 열악한 공간을 최대한으로


어린이랜드 뒤편에는 모락산이 자리잡고 있다. 나무가 빼곡하고, 새 지저귀는 소리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등산로가 있어 오고가는 등산객들이 자연스레 어린이랜드 뒤편을 지날 수밖에 없다.

설계 당시 가장 어려웠던 점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 게다가 산기슭 언저리에 있는 부지는 기다랗고 삼각형 모양이라, 한마디로 건물을 배치하기 '벅찬' 곳이었다.

부지 모양대로 건물을 지을 수도 있었지만, 건물을 사이에 둔 채 모락산과 아파트단지가 단절되는 부분도 고려해야 했다. 결국 건축사는 자연 그대로를 초점에 맞추기로 했다.

능선을 따라 건물의 높이를 정하고, 언덕은 깎는 대신 자연스럽게 계단을 배치해 휴식공간으로 바꿨다. 그 결과 등산로를 통해 산에서 내려온 등산객들은 어린이랜드에 시야가 가려지는 것이 아니라, 언덕 아래로 미끄러지듯 펼쳐진 계단을 통해 동네를 내려다볼 수 있게 됐다.

이 건축사는 "대지의 지형차에 맞춰 야외스탠드를 배치하고 보니 어린이집에서 야외수업을 하거나 주민들이 잠시 쉬어가기에 안성맞춤의 공간이 됐다"며 "좁은 공간을 최대한으로 활용하기 위해 반외부공간이면서도 반내부공간인 '필로티공간'을 많이 확보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건물 내부에서 계단을 오를 때 벽면에 큰 창을 배치해 답답함을 해소시켰다.

또 산쪽이 남향이라 건물의 뒤편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유리창으로 처리를 했다. 반면 북쪽인 정면에는 조각창을 냈는데, 마침 정면이 도로변이기 때문에 조각창이 적합했다.

산쪽으로 창문을 냈기 때문에 에너지 절약은 물론 조용하기까지 하다. 덕분에 성인들도 어린이랜드를 찾아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는다.

870772_431805_1304
▲ 어린이랜드 1층 로비.
어린이랜드 글로벌도서관 관계자는 "지역주민들을 위한 공간이기 때문에, 어린이가 아니어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고 있다"며 "오히려 아이들보다도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부모들이 더 오래 머물다 가곤 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밀집한 각각의 공간을 최대한으로 살리면서도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어린이랜드로 귀결되는, 자연 그대로의 지형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자연과 어우러지도록 만든 점들이 고스란히 반영된 덕분일까.

어린이랜드는 지난 2010년 8월 지하 1층, 지상 3층짜리 건물로 준공돼 이듬해인 2011년 제16회 경기도건축문화상 동상을 수상했다.

건축물을 하나의 가정으로 생각하는 건축사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진 듯, 오늘도 어린이랜드에는 아이들을 보듬는 따사로운 여름 햇살이 내리쬐고 있다.

글/신선미기자
사진/조형기 프리랜서

경인일보 포토

신선미기자

ssunmi@kyeongin.com

신선미기자 기사모음

경인일보

제보안내

경인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 신분은 경인일보 보도 준칙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며, 제공하신 개인정보는 취재를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제보 방법은 홈페이지 외에도 이메일 및 카카오톡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이메일 문의 : jebo@kyeongin.com
- 카카오톡 ID : @경인일보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안내

  • 수집항목 : 회사명,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 수집목적 : 본인확인, 접수 및 결과 회신
  • 이용기간 :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기사제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익명 제보가 가능합니다.
단, 추가 취재가 필요한 제보자는 연락처를 정확히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최대 용량 10MB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