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지나가는 시간들

세월호·선거·월드컵… 정신없이 생기는 일들
컴퓨터·인터넷… 물질문명 진화 '편리한 세상'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삶의 본질은 '그대로'

이순원

발행일 2014-06-27 제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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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순원 소설가
세상 일이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 불과 두 달 전 세월호 침몰이라는 큰 사고가 있었고, 그런 엄청난 사고를 낸 해운사의 실질적인 소유주가 이미 다른 나라로 밀항했는지 어쨌는지 땅 속으로 꺼지거나 땅 위로 증발하듯 자취를 감추었다. 아직 사고가 다 수습되기 전인 짧은 시간 동안 지방자치행정의 수장과 지방의원들을 뽑는 선거가 있었지만 그 일은 벌써 수년 전의 일처럼 멀어진 느낌이다.

세월호 사건에 대한 책임으로 현직 총리가 시한부 사퇴를 하고 그 뒤를 이어받을 두 명의 총리 후보자가 이런저런 결격 사유로 낙마했다. 전방 부대에서 한 사병이 동료 사병들에게 총을 쏘는 끔찍한 사고가 있었으며, 성적이 부진한 탓도 있겠지만 세계인의 축제라는 월드컵조차 명함을 내밀 자리가 없이 메가톤급의 사고 사건들이 우리를 흔들고 지난다.

그런 중에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들을 돌아보았다. 요즘 내가 자주 들르는 인터넷 사이트가 두 개 있다. 하나는 전자책 서점이고, 또 하나는 45년 전에 졸업한 초등학교 동창회 사이트이다.

예전엔 독서라면 으레 책으로만 하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런데 요즘은 종이책으로만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으로도 필요한 책을 다운받아 읽는다. 뜻밖에도 예전에 챙겨 읽어야 했는데, 미처 읽지 못하고 흘려버린 작품들이 그 바다속에 있다. 컴퓨터로 글을 쓰고, 컴퓨터로 글을 보내고 받고, 또 컴퓨터로 작품을 읽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나 역시 작가 생활을 한 지 30년쯤 되는 세월동안 처음엔 원고지 위에 펜으로 글을 썼으며, 그것보다는 타자기가 능률적이어서 타자기로 바꾸었고, 그다음 컴퓨터와 타자기의 중간 형태쯤 되는 워드프로세서를 쓰다가 지금은 모든 작업을 컴퓨터로 하고 있다. 불과 30년 남짓한 시간동안 펜에서 타자기로, 워드프로세서로, 컴퓨터로 변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런 변화속에 근래 자주 가고 있는 인터넷 동창회는 오히려 그 반대다. 거기 가면 시간이 오히려 멈춘듯한 느낌이다. 한해 졸업생이 쉰 명도 되지않는 강원도 대관령 아래 시골학교 동창회다. 전형적인 농경사회 속에서 유년을 보낸, 동창이라기보다는 한 동네의 육친같은 사이들이다.

졸업 앨범 대신 받아든 단체사진 속엔 까까머리 친구들이 더 많다. 운동화를 신은 아이는 한두 명뿐 모두들 검정 고무신을 신었다. 귀 중간까지 깡통하게 올라간 원단의 단발머리 소녀도 그 사진 속에 다시 만날 수 있다. 마을에 자동차가 한 대만 들어와도 공부 시간에 모두 밖으로 나가 그것을 구경했다.

그런 그때의 산골 소년이 자라서 자동차를 운전하고 컴퓨터로 소설을 쓰고, 동료 작가들의 작품을 다운받아 읽으며, 인터넷을 통해 그동안 아주 까마득히 잊었던 옛시절의 단발머리 소녀와 추억의 코고무신을 추억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20년이나 30년 후엔 또 어떤 세상이 올까? 문명이나 문화의 발전 속도로만 본다면 지금보다 더 정신없어질 것이 분명하고, 그래서 나중엔 오히려 그것이 우리를 또다른 모습으로 숨막히게 하지는 않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우리가 쓰는 물건들이야 시대에 따라 달라져가도 우리 삶에 본질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달라지지 않을텐데 말이다. 지금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지금 우리 곁을 정신차리지 못할 속도로 휙휙 지나고 있는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바라보며 문득 그런 생각에 잠긴다.

/이순원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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