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찬 지역사회부(안양) |
당시 시는 노후화된 수산동의 시설을 개선하고 상인들의 매출증대 및 형평성 등을 들어 환경개선사업을 추진했다. 노후화된 시설을 개선하면 위생은 물론, 장보러 나온 시민들의 편의가 향상된다는 판단이었다. 또 점포간 위치에 따라 상인간에 발생하는 매출 차이도 조금이나마 개선해 보자는 취지였다. 이를 위해 시는 수산동 법인관계자 2명, 수산동 중도매인 10명 등이 포함된 환경개선사업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환경개선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수산동 입구 쪽 등에 위치해 비교적 '명당'을 차지했던 일부 중도매인들이 고객 이탈에 따른 생존권 등을 들어 반대하고, 그동안 찬성 입장을 보이던 중도매인들까지 점포 재배치에 따른 사무실(냉동고) 축소를 이유로 반대로 돌아서면서 사업은 제동이 걸렸다.
과거 전례로 볼 때 시가 아무리 명분을 앞세워 추진하던 사업도 시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으면 좌초되기 일쑤였고, 만약 '밀어붙이기 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면 오히려 역풍을 맞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 사업 역시 일각에서는 상인들의 반발을 잠재울 만한 뚜렷한 대안이 없어 향후 '시민들의 반발에 의해 좌초되느냐', 아님 '밀어붙이기 식으로 사업을 추진해 역풍을 맞느냐' 둘 중 하나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마땅한 돌파구가 없다고 짐작됐던 이 사업은 어느덧 1년이란 시간이 흘러 모두의 예상을 뒤엎었다. 지난달 초 수산동 점포 재배치 계획을 위한 시와 상인간 전격 합의가 이뤄져 오는 28일 첫 삽을 뜨게 됐기 때문이다. 비결은 바로 도매시장 관리사업소 직원들의 지속적인 설득과 타협 덕분이었다. 직원들은 이 기간 추진위와 함께 총 13회의 자체 회의, 3차례 이상 사업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상인들과 꾸준히 대화를 통해 설득작업을 벌여 이 같은 결과를 도출하게 했다.
이렇듯 공무원은 시민을 위해, 시민을 위한 행위를 함에 있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나 공무원들이 막상 각종 행정을 추진해 보면 예상치도 못한 현실의 벽에 부딪힐 때가 있다. 이럴 때는 관리사업소 직원들이 보여준 끈질긴 노력처럼 꽉 막힌 현실의 벽을 넘어 보는 것도 하나의 대안으로 생각된다.
/김종찬 지역사회부(안양)
<저작권자 ⓒ 경인일보 (www.kyeongin.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