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지는 사람 없는 사회 두렵다

장용휘

발행일 2014-07-09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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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용휘 수원여대교수·연출가
국민 개개인의 마음부터
개조 않는다면 사회가 어떻게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나…
정의엔 박수, 부조리엔 분노하며
무책임에 책임 물을 수 있는
극히 상식적 태도부터 지켜져야


2002년 대한민국 월드컵 다시 생각해도 가슴이 뛴다. 세계4강 신화 그리고 온 국민이 하나되어 세계를 감동시킨 거리응원, 거기에 낯선 이방인 감독 거스 히딩크-그의 어퍼컷 세리머니, 하나 더 전장의 장수들처럼 멋지게 최선을 다해 싸워준 붕대와 마스크로 상징되는 투혼 때문이었다. 황선홍이 그랬고 김태영이 또 그랬다. 최진철의 링거 투혼도 잊을 수 없다.

그러나 그 모든 것에 우선하여 우리가 기억해야할 자산은 바로 히딩크의 경영철학이었다.

히딩크 감독은 병역기피 의혹과 경기 감각이 땅에 떨어져 있는 선수를 국민들이 반대하는 데도 오기로 선발하지 않았고 이미 여러 번에 걸쳐 은퇴를 선언한 선수에게 포퓰리즘 이상도 이하도 아닌 제스처를 쓰지 않았다. 또한 똑같은 부상으로 위기에 처한 두 선수에게 한 선수는 특혜로 황제훈련을 시키고 한 선수는 최고의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대표에서 탈락시키는 편애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본인의 입으로 장담한 일들은 책임을 졌다.

인기와 유명세에 기대지 않고 실력으로 가름한 그는 박지성이라는 낯선 선수를 세계적 선수로 만들어 냈고 이운재라는 또 하나의 걸출한 골키퍼를 발굴했다. 이미 스타가 된 선수들도 정신력에 문제가 생기면 벤치를 지키게 하였고 엄청난 체력훈련으로 정신과 육체를 강하게 만들었다. 대표팀 초반 5대0으로 두 번 패해도 그만의 전술을 묵묵히 이어갔다. 그리고 월드컵 세계4강 전술이 왜 중요한지 인맥과 학맥이 왜 불필요한지를 보여주는 최고의 월드컵을 선물하였다. 승패보다 원칙이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쳐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온 국민이 세월호 참사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시작되었다. 누군가는 국민들의 상처를 씻어줄 필요가 있었다. 정치에 기대보지만 기댈수록 화만 더욱 치밀어 오르고 편법과 불법, 안전불감, 무슨 피아가 그리도 많은지 관피아, 해피아, 교피아, 법피아 등 온갖 나쁜 관행들이 드러나고 있다. 때문에 어딘가에 누군가는 바르고 원칙과 소신을 생명으로 여기고 책임을 질줄 아는, 그래서 국민들의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그런 사람이 필요했다. 그리고 때마침 월드컵, 국민들은 그곳에서 카타르시스를 원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기대는 무책임과 무능의 진수를 보여준 축구협회와 독선의 진정한 표본을 보여준, 더구나 국민들이 철저히 믿었던 젊은 감독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철저히 무너져버렸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그 사람들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축구의 성패와는 전혀 다른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문제인 것이다. 반칙이 이기는 세상, 무원칙이 이기는 세상, 소신을 부와 바꾸는 세상, 학맥과 인맥 뒤에 숨어서 손바닥 뒤집듯 쉽게 자기부정을 해버리는 사람이 계속 무언가를 가져간다면 국민은 이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또한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 젊은이들에게는 무슨 낯으로 얼굴을 들고 살아 갈 것인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왜 계속 우리가 보아야 하는지 참으로 답답하고 참으로 안타깝다.

세월호 참사의 비극을 당한후 국가개조를 한다고 난리들이지만 진정한 국가개조는 국가부처 몇 개 바꾼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장관 몇 명 바꾼다고 될 일은 더욱 아니다. 우리 모두 각자의 마음부터 개조하지 않으면 어떤 수를 쓰든 뭐가 개조될 것이며 어떻게 이 사회가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겠나! 정의로운 일에 박수칠 수 있고 부조리한 일에 분노하며 무책임에 책임을 물을 수 있고 부정한 일을 올바르게 가라고 지적할 수 있는 지극히 상식적인 태도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는 사회 끔찍한 사회가 될 것이다.

/장용휘 수원여대교수·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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