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은 단순한 휴식 시간이 아니다

김광원

발행일 2014-07-15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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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원 가천길병원연구원장·당뇨내분비센터장
잠 부족하면 비만 유발
어린이 성장장애
성인 혈당상승 당뇨병 원인
뇌혈관·심장·정신질환 등
질병 연계, 적절하고 깊은수면
건강유지 필수 사항


고등학교 3학년 수험준비생의 이야기다. '4당 5락'이라고 하던가. 4시간 자면 대학에 합격하고, 5시간 자면 실패한다는 뜻일 것이다. 수면을 최소화해야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다. 짧은 수면으로 잘 버티고 일을 열심히 할 수 있다는 것을 부지런함의 상징처럼 생각하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의 수면시간을 알고 보면, 경이로운 생각이 든다. 지금도 성공한 사람들의 부지런함을 자주 접하면서 자신의 생활을 되돌아 보기도 한다. 그리고 자신도 그렇게 수면시간을 줄여가면서 따라해 보기도 한다. 그러나 얼마 지나서 지쳐버리고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간다.

건강에 가장 좋은 적절한 수면시간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대체로 6~8시간이 적절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밤 10시에서 다음 날 아침 6시 사이가 된다. 이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도 많을 것이다. 서너 시간의 수면이면 수면부족이라고 인정하고 싶지만, 칠팔 시간의 수면은 현대인에게 너무 긴 시간인 것처럼 느낄 수도 있다. 더구나 한참 일해야 할 밤 10시에 잠을 자라고 하는 것은 현대인에게는 지키기 힘들 것이다. 건강유지를 위한 최적의 수면시간이 밤 10시부터 아침 6시라고 하니, 믿고 싶지 않은 사람도 많을 것이다.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물체는 휴식이 있어야 한다. 휴식이 없으면 생존 자체가 위협을 받게 된다. 그 중에 수면은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휴식 수단이다. 수면은 단순 휴식과는 전혀 다른 신체변화가 일어난다. 활동 시에 작동하는 신체기능은 생각하고 결정에 필요한 두뇌활동과 몸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근육활동에 집중된다. 체내에서 동원되는 모든 대사물질도 여기에 집중된다. 반면 수면 중에는 두뇌활동과 근육활동을 최소화시킨다. 그리고 체내 활동의 대부분을 활동중에 손상된 신체부위를 재생시키고 수리하는 데 집중하게 된다. 양질의 수면이 필요하다. 즉 두뇌활동을 최소화시키는 깊은 잠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잠을 설칠 때는 몸도 많이 뒤척이면서 근육활동도 많아진다. 그만큼 손상된 신체를 정비하는 데 소홀해진다. 실제로 낮 활동시간과 밤 수면시간에 신체에서 일어나는 호르몬 변화와 영양물질의 변화는 일정한 리듬을 형성한다. 우리는 이것을 '생체리듬'이라고 한다.

수면을 밤에 해야 된다고 주장하면 걱정할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주야간 교대근무 형태가 많다. 밤에 잠을 자는 것은 자연적인 것이고, 건강에 더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몸의 생체리듬은 시신경(視神經)으로부터 개시된다. '밝음'과 '어둠'의 신호가 뇌에 전달되면 몸에서 분비되는 여러 호르몬의 선택명령이 하달된다. 밝음의 신호는 두뇌활동과 근육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호르몬들이 선택적으로 분비돼 활발한 신체활동이 일어난다. 어둠의 신호는 신체활동을 중단하고 휴식과 정비에 필요한 호르몬이 동원된다. 밤시간에 잠을 자는 것은 생체리듬을 깨트리지 않는 매우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이다.

수면부족과 생체리듬이 깨지는 경우에 집중력과 신체활동이 둔화되는 것은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수면부족과 많은 질병과의 연관성이 제기되고 있다. 잠자는 미녀, 충분한 수면이 비만을 예방하고 고운 피부를 유지한다는 뜻이다. 수면부족이 비만을 유발하고, 식욕중추에 이상을 초래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수면이 부족하면 소아에서 성장장애가 생긴다. 성인에서는 혈당상승·당뇨병의 중요한 원인임이 증명됐다. 그외에도 뇌혈관질환·심장질환·정신질환, 그리고 악성 종양과도 일정한 인과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적절한 수면시간을 유지하고, 깊은 수면을 취하는 것이 쉽지 않은 현대인이다. 그래도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24시간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양질의 수면을 유지하도록 지혜를 동원해야 한다. 양질의 수면이 업무적 성공과 건강을 보장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적절한 수면시간과 깊은 수면은 건강을 유지하는 선택 사항이 아니다. 필수 사항이다.

/김광원 가천길병원연구원장·당뇨내분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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