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젊은이들을 뽑을 수 있다면

박연규

발행일 2014-07-23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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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연규 경기대 인문과학연구소장
힘든 일 서로 다독거리며
용기 불어 넣어주는 협동심
주어진 일에 자율성과
책임의식 갖고 동료 배려하면
자연스럽게 전문성도 뒤따라
업무수행 매끄럽게 처리


먼저 양심고백부터 해야겠다. 대학에 있으면서도 나는 학생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젊음이란 늘 유치하고 서투르며 예의가 없고 게으르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책임의식이나 확고한 자기주관도 없이 남의 말에 쉽게 휘말리기도 한다. 내가 오래 전 수업시간에 겪었던 가장 황당했던 일은 친구 할아버지 문상으로 시골에 갔으니 출석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학생때문이었다. 그것은 자네가 결석하고 문상을 가든지 아니면 가지 않든지 하는 선택의 문제라고 얘기했더니 교수님은 사람이 죽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냉정하냐며 나의 도덕성 문제까지 언급했다. 그 학생은 자신의 행동이 정당하므로 결석도 정당하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대학에서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무책임한 모습은 수강신청을 스스로 하지 않고 선배나 동료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데서도 나타난다. 심했던 것은 60여명의 교양수업 시간에 반이 넘는 같은 과의 학생들이 선배 말 한 마디에 동시에 수강신청을 한 경우다. 수강신청이란 학생 개인이 누릴 수 있는 최대의 권리이자 행복인데 그것을 여론에 휘말려 너무 쉽게 결정해 버린 것이다. 젊은이들이 얼마나 자신의 권리 확보에 취약한가를 보여주는 예다. 만약 그렇게 수강 신청한 과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선배를 욕하고 자신의 잘못은 없다고 할 것인가.

대학에는 체육대회며 축제로 수업 결손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학과 MT에 마지못해 끌려갔다고 해서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한다. 체육대회로 인해 무려 한 달 동안 수업에 들어오지 않았던 한 학생은 자기 잘못이 아니라 자기 과가 결승까지 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을 한다. 부모님이 이런 사실을 알면 등록금이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겠는가라고 원색적인 방식으로 찔러 봤는데도 동요하는 기색이 전혀 없다.

그저께 초등학교 교사를 하면서 대학원 박사 과정에서 논문을 준비하고 있는 제자가 와서 이렇게 말한다. 교수님은 대학에 있으니 학생들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일은 없지요. 6학년 담임을 맡고있는 저는 죽을 지경입니다. 물론 비교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철모르고 선생님한테 대드는 초등학생은 나이가 들면서 개선할 여지가 있지만 이미 성년이 됐는데도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 대학생은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지 않은가. 어느 것이 더 비극적인가.

최근 외부 연구과제 때문에 석사 과정 학생들을 두 명 임시로 고용해 일을 시키게 됐는데 감탄에 더해 감동까지 받았다. 자신이 맡은 일에 얼마나 열심인지 놀랐다. 나는 얼마 전부터 젊은이들을 평가하는 두 가지 기준을 갖고 있다. 하나는 착해야 한다는 것, 다른 하나는 일을 잘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선한데다가 일 잘하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면 예비 사회인으로서 거의 완벽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본다. 선함에는 희생·배려 이런 게 따라 나오게 되며 일의 능력에는 전문성이 따라 나오기 때문이다. 함께 하는 일에 있어 필요한 덕목은 협동심이다. 전문성도 건전한 윤리적 태도가 받혀주어야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이라 본다.

과제신청 마감 때문에 새벽까지 일을 하다가 다음 날 아침 일찍 출근하면서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는다. 컴퓨터 작업으로 편집을 멋있게 해치우고 일을 요령있게 처리하며 서로가 잘 못하는 일에 도움을 주고 격려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게 과연 내가 그토록 비난했던 학생들의 모습인가…, 나의 잘못된 선입견을 다시 점검하게 된다. 주어진 일만 잘했다면 그러려니 생각했겠지만 놀라운 점은 힘든 일을 서로 다독거리며 용기를 불러내주는데 있었다.

기업체에서 이런 젊은이들을 뽑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저 애들은 저토록 훌륭한 장점을 갖고 있는데도 스펙이 부족하고 상위권 대학을 못 나왔다고 해서 취업전선에서 뒤로 밀려날지도 모른다. 상상해 본다. 주어진 일에 자율성과 책임의식을 갖고 동료를 배려하면서 업무수행을 매끄럽게 처리할 수 있는 젊은이들을 콕콕 집어낼 수 있는 사회! 아마 그런 사회는 채용시장의 효율성도 증대시킬 것이고 섬세하고 지혜롭게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데도 한 몫을 하리라 본다.

/박연규 경기대 인문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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