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정당의 신념편향(Belief Bias)과 위기대응 매뉴얼

홍문기

발행일 2014-08-04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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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한쪽으로 치우친 신념
전체 여론으로 확대 해석
아주 강한 당내의견 형성
'설마 호남이 우릴 버리겠어?'
'단일화 했는데 안되겠어?'
구태정치 감각 빨리 버려야


7·30 재보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졌다. 2012년 총선과 대선, 6·4 지방선거와 이번 재·보선까지의 종합성적은 1무 3패다. 매번 반복되는 수습 과정이 눈에 선하다. 야당은 우선 당 대표를 포함한 선거 지도부가 사퇴하고 이 체제를 비대위로 전환한 후, 당의 외부 인사를 포함하는 혁신기구를 출범시켜 패인에 대해 백가쟁명식 주장을 담아내는 백서를 만들 것이다. 야당은 이미 이러한 매뉴얼을 여러 개 갖고 있다. 이번에도 과거처럼 특정 세력을 중심으로 '뼈를 깎는 쇄신'을 하면 국민 신뢰를 영원히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

야당은 위기 때마다 특정 세력의 하부기반을 넓히고 특정 세력과의 소통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혁해 왔다. 야당은 불리할 때마다 특정 세력을 주축으로 합쳐왔다. 2000년대 들어 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대통합민주신당→통합민주당→민주당→민주통합당을 거쳐 다시 새정치민주연합으로 당명은 바뀌지만 바뀌지 않은 특정 세력을 중심으로 꾸준히 사람들을 영입했다. 486운동권, 한나라당 개혁파, 시민사회 단체 등을 불러 모았지만 의원부터 보좌관까지 전대협 출신으로 NL/PD 따지는 운동권 일색이다. 중도라는 김한길/안철수 대표, 손학규 고문 같은 인사들은 '정체성' 검증이라는 고난을 겪어야 했고 그 고난을 겪은 이후에는 그냥 그 중 하나가 돼야 했다. 370쪽에 달하는 야당의 18대 대선 평가 보고서가 지적한 핵심 패인은 전략 공천 실패, 민생경제 공약 부재, 야권연대 안일주의 등이다. 그러나 올해 3월 구 정치 세력인 통합민주당 타파를 위해 창당된 새정치민주연합은 과거 민주통합당에서 지적된 똑같은 일을 했고 그래서 똑같은 결과를 얻었다. 매뉴얼도 있고 신당도 창당 했는데 이들은 왜 같은 일을 해 같은 결과를 얻었을까?

얼마 전 8월 1일자 중앙일보 1면 보도에 따르면 야당 의원들은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대화한다고 한다. 카톡에 의한 당내 여론 형성과정에 참여하는 의원의 80% 이상은 강경파라고 불리는 소수 의원들이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신념편향(Belief Bias)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 많은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다. 신념편향 현상이란 메시지 전달자와의 개인적 이해관계 등을 기반으로 메시지를 접할 경우 전달된 메시지 내용을 이성적·합리적으로 이해하기보다는 메시지 내용에 대해 찬반 등 결론을 미리 내리고 이 메시지 내용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현상을 뜻한다. 누가 누구인지 다 아는 카톡 방에서 신념 편향 현상에 거스르는 의견을 내면 집중 공세를 받게 된다. 그러니 편향된 신념과 다른 의견은 사라지게 된다. 이 상황에서 신념 편향된 의견이 올라오면 같은 의견을 더하고 더해진 의견이 전체 여론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그러면 신념 편향을 갖고 있는 이들은 이를 전체 여론으로 확대 해석해 보다 더 강한 신념편향 의견을 만들어내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당내 카톡 신념편향 의견과 그 의견에 우호적인 SNS 의견을 민의로 믿게 된다. 그래서 아주 강한 신념 편향 의견이 형성된다. 그 결과 7·30 재·보선이 진행되는 내내 야당은 세월호 특별법 통과와 유병언 변사체 발견 등에 대해 각종 음모론을 기반으로 정부심판론을 주장했다. 심지어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에서 웬 세월호 타령만 하느냐며 곳곳에서 민심이 들끓었는데도 민심 대신 구정치의 화신인 지역주의와 단일화를 새정치란 이름으로 밀어붙였다.

세월호 사태 때 많은 사람들은 왜 선장, 선원, 해경이 위기 대응 매뉴얼대로 하지 않았는지 황당해했다. 이들이 매뉴얼대로 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수십 년 간 배와 바다를 경험해본 결과 매뉴얼보다 자신들의 감이 더 믿을만하다는 편향된 신념 때문이다. "해경이 왔으니 설마 죽겠어" 하는 선장과 선원의 믿음과 "이 큰 배가 설마 순식간에 침몰하겠어"라는 해경의 믿음이 매뉴얼을 무시하게 했다. 야당은 그들이 그토록 비판하는 세월호 침몰과정을 통해 배우기 바란다. "설마 호남이 우릴 버리겠어?" "설마 단일화했는데도 안 되겠어?" 국민을 위한다면 새정치 매뉴얼에 위배되는 이러한 구정치 편향 신념을 하루속히 버려야 한다. 카톡 정당의 신념편향 정치는 국민을 괴롭고 슬프게 할 뿐이다.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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