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받는 금융피해자

이영애

발행일 2014-08-07 제12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885900_446670_2703
▲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
동양사태 조정안 발표 즈음
투자자들 절망과 상실감 앞에
도덕적 해이에 빠진 기업만이
문제의 원인일 수는 없다
정부는 철저한 관리감독과
기능 잃은 시스템 개선 서둘러야


지난 7월 말 동양사태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금융분쟁 조정안이 발표됐다. 소위 동양그룹 사태를 통해 불완전판매가 인정되는 1만2천여명의 금융소비자들에 대해 총 625억원에 이르는 손해배상액이 조정안으로 제시된 것이다. 조정안에 따르면, 예를 들어 1억원을 동양그룹의 계열사인 '동양인터내서널'의 회사채에 투자한 경우 현금변제액(현재가치기준)인 1천640만원과 불완전판매에 따른 배상액인 2천110만원(동양인터내셔널의 평균손해배상비율 적용)을 합친 3천750만원만을 되돌려 받게 되며, 이는 투자자가 6천만원이 넘는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것을 뜻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벌어진 저축은행 후순위채 사건이나 이번 동양그룹 사태는 모두 우리나라 금융감독 정책의 실기를 여실히 드러냈음과 동시에 금융소비자보호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했다.

금융상품의 다양화와 복잡성의 증대로 인해 금융소비자들은 금융거래의 전문성 및 위험감수능력에 있어 절대적으로 열위에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의 금융환경은 정책적인 측면에서 주로 건전성 규제 중심으로 이뤄져 있어 금융거래상의 안전에 대한 권리나 금융상품 선택에 대한 지식 및 정보제공, 적절한 피해보상 및 교육권 등을 포괄하는 금융소비자권리실현이 매우 요원한 상태다. 또한 금융소비자정보가 불충분하게 제공되는 상황과 금융업자와 금융소비자간에 보유하고 있는 금융정보의 질과 양이 절대적으로 차이가 나는 정보의 비대칭 상황은 이제는 너무도 상식이 돼버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투자자들의 자기책임 원칙의 강조나 금융시장에서의 소비자보호정책이 투자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은 책임감이 결여된 채 모든 것을 시장의 논리로만 변명하려는 자들의 비겁함으로 읽힌다.

금융(finance)이란 목표를 뜻하는 라틴어의 '피니스'(finis)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미국발 금융위기를 처음으로 예언했던 로버트 쉴러(Robert J. Shiller) 교수는 "금융은 목표한 것을 현실로 이루기 위한 과학으로 이는 경제적인 합의의 구조며, 성취에 요구되는 자산을 관리하는 일"이라고 했다. 즉 산업자본주의의 중요한 구성요소의 하나인 금융제도는 양심이나 도덕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장 그 자체만이 아닌 그 제도를 움직이는 주체들의 합의된 규칙과 원칙에 의해서 운영되는 일종의 시스템으로 바라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시스템을 운영하는 원칙의 핵심은 개인의 부(富)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부(富)를 생산하고 창출하기 위해 개별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고 안전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게 만드는 데에서 출발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개별 경제주체가 자신의 분야에서 안정적으로 경쟁하는 가운데 사회적 이익까지도 더불어 증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원칙을 세우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역할은 당연 경제주체의 하나인 정부의 몫일 것이다.

서구 선진사회는 그간 금융제도가 갖는 자본주의 논리에 대한 왜곡 현상을 깨닫고, 금융 감독체계를 개편해 건전성 규제에 묻혀있던 영업행위규제 및 금융소비자보호의 기능을 분리해서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빈번하게 발생하는 금융소비자피해를 줄이기 위해 금융소비자보호기구를 설립하고자 합의했다. 그럼에도 금융소비자피해가 속출하는 사례가 연속적으로 발생하고, 금융소비자보호의 요구가 상승하는 가운데에서도 아직도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설립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조차 수립못하는 실정이다.

작년 동양그룹이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반강제적으로 할당하고 개인 투자를 유도해 피해가 확산되는 가운데 그 압박을 견디지 못해 자살한 동양증권 여직원의 "동양 회장님 개인고객들에게 정말 이러실 수는 없는 것 아닌가요?"라는 원망어린 유서가 아직도 마음속에 묵직이 남아있다. 동양사태에 대한 조정안이 발표된 시점에서 거래 당사자인 개인 투자자들의 그 깊은 절망과 상실감 앞에 동양그룹의 도덕적 해이만이 문제의 원인일 수는 없다. 정부는 언제까지 허술한 관리감독으로 금융소비자들의 불충분한 사후피해구제 중심의 소극적인 역할에만 안주하고 말 것인지, 국민들의 생활수준 하락을 야기시키는 기능장애의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 노력을 바란다면 너무 큰 기대일까.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

이영애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