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만 관피아 척결?

허훈

발행일 2014-08-11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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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훈 대진대 행정학 교수
김영란법보다 훨씬 혁신적인
서울시공직사회 혁신안
권력의 향방 재고 있을 선량들
'김영란법' 빨리 통과시켜
부패공화국 오명
벗는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

세월호 사건으로 관피아란 말이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창피 막심한 후진국형 사고의 원인을 따져 들어가 보니 결국 과적을 눈감아준 공무원, 불법개조를 비호한 관리당국과 비빌 언덕이 돼 준 국회의원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마피아를 빗대어 관과 업의 유착을 꼬집게 된 것은 1990년대 초 모피아가 시작이다. 구 재무부 출신의 관료들이 금융계를 장악한 것이 마치 마피아 같다고 해서 재무부의 영문약자인 MOF와 합성해서 부른 것이다. 모피아는 현재도 여전히 은밀한 연대감과 막강한 파워를 가지고 금융계 전반을 주무르고 있다.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관-정-업의 유착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교피아(교육마피아), 해피아(해운마피아), 철피아(철도마피아) 등으로 확산됐다. 요즘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는 철도비리, 서울종합예술직업학교 등의 사건도 이와 관련이 있다. 가장 최근에는 정보통신부 관료들의 비리가 구조적인 것으로 밝혀져 통피아란 말까지 생겼다.

마피아가 마피아다운 것은 오메르타(omerta)라는 구성원들이 지켜야 하는 규칙이다. 마피아의 구성원들은 어떠한 상황에도 공식적 권위에 호소하지 않고 자신이나 다른 구성원이 연루된 법적 수사에 절대로 협조하지 않는다. 그들만의 은밀한 규칙과 제도를 가지고 있는 것에 다름없다. 관피아들이 이렇게 움직일 거라는 가정을 해보면 참으로 끔찍하다. 국가를 발전시키고 국민의 행복을 책임져야 하는 본연의 임무를 저버리고,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행동을 은밀하게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경제학의 방법으로 정치행정을 설명하는 공공선택론은 관료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한다고 한다. 이 이론에서 관료들의 추구대상은 자신이 속한 부서의 예산과 인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관피아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자신이 속한 그룹과 자신의 이익을 위해 법과 제도를 무시하게 된다. 전직에서 누렸던 공적 권위를 무기로 삼아 규제대상이었던 업과 유착하고, 전 직장의 후배들을 일탈시키는 구조를 보이는 것이다.

지경부 출신이 금융회사의 임원으로 임용되고, 국세청 간부 출신이 대기업의 사외이사로 취직하고, 고위 법조인 출신도 대기업에 일자리를 얻는다. 현직들은 이들에게 잘 보여야 퇴직 후 기업 쪽에서 일자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선배들이 일하는 기업 일을 봐주는 심부름꾼으로 전락한다. 이런 부패구조를 안고 사는 것은 이제 세계도 알고 우리도 안다. 국제투명성기구가 조사하는 부패지수로 본 청렴도 순위는 조사때마다 뒷걸음이다. 2009년 39위, 2011년 43위, 2012년 45위다. 한국투명성기구 측은 그 원인을 한국사회의 권력부패 현상 때문이라고 밝혔다. 결국 관피아가 문제고, 그 결과 부패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오명을 어떻게 씻느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소위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에 기대를 걸었다. 공직자가 직무관련성과 상관없이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배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했다. 그동안의 부패사슬을 끊을 의지만 있다면 꼭 원안대로 통과시켜야 할 입법이다. 하지만 법무부는 과잉벌이라 하고, 정치인들은 예외조항을 밀어넣는다고 하는 등 논란만 벌이다, 2012년 8월 입법예고 후 2년간이나 국회처리가 늦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노블레스들의 후안무치가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가 일침을 가하고 나섰다. 8월6일 발표한 서울시공직사회혁신안에 의하면 첫째 퇴직후 3년간 유관기업 재취업금지, 둘째 직무연관성 심사 뒤 사적 이해관계의 경우 해당 직무금지, 셋째 부정청탁시 온라인시스템 등록의무화(청탁후 업무처리 적발시 중징계) 등을 골자로 한다. 김영란법보다 훨씬 혁신적인 안이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가 앞장 서서 마련한 혁신안이 나비효과가 돼서 대한민국 공직사회의 변화를 이끌기 바란다"고 했다 한다. 권력의 향방을 재고 있을 선량들이여. 박 시장의 인기가 올라가는 게 싫다면 김영란법을 속히 통과시켜 부패공화국의 오명을 벗는 일을 시작하라.

/허훈 대진대 행정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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