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고 고통스런 사람 보듬는 '의업'

김광원

발행일 2014-08-12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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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원 가천길병원연구원장·당뇨내분비센터장
의사는 인간이 피할수 없는
생로병사에 동참하면서
사람답게 살게끔 도와주는 직업
생계수단이 될 수밖에 없지만
항상 초심으로 돌아가 끊임없이
노력하면서 보람 찾을 수밖에…


인류가 생존하고 있는 한, 질병은 필연적으로 인간을 파고든다. 질병을 고치는 직업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직업 중의 하나일 것이다. 질병을 고치기 위한 인류의 노력은 인류역사에 가장 처절한 투쟁 중의 하나였을 것이다. 고통을 해소시키고, 생명을 구해야 된다는 사명감은 가장 보람있는 일 중의 하나다. 질병을 해결하기 위해 각 시대마다 갖고 있는 최고의 지식이 동원되고, 때로는 질병을 통해 얻어진 정보들은 자연과학의 발전에 단서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질병의 극복은 어느 한 분야의 연구에 의해 해결될 수는 없다. 자연과학의 모든 분야, 때로는 사회과학과 인문과학의 지식들을 동원해 함께 노력해야만 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의학은 가장 융합적인 사고가 필요한 직업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 고등학교 3학년 중에는 의과대학에 진학해 의사가 되기를 원하는 학생들이 상당한 것 같다. 일부 대학재학생 중에는 의과대학에 재도전하기도 한다. 이러한 의과대학 열풍을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과연 의사라는 직업이 무엇을 하는 직업이며, 어떠한 소양이 필요하며,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양성이 되는가를 깊이 생각하고 의사의 길을 택한 사람이 많지는 않다는 느낌이 든다. 많은 사람들은 일생동안 안정된 직업을 갖기를 원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의사직이 비교적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많은 의사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좌절하면서 혼란스러워 한다. 그렇게 갈망하면서 들어선 의사의 길이 엄청나게 방대한 의과대학 학습과정, 감내하기 힘든 수련과정, 끊임없이 습득해야 되는 최신 의학지식, 일단 수련과정을 마치고 개업을 해도 만만찮은 병원경영 등 어려움이 끝없이 이어진다. 때로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당하는 현실을 대할 때는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의사라는 직업을 만족하면서 보람찬 직업으로 만들 수는 없을까.

'의업은 힘들고 고통스러운 사람을 보듬어 주는 직업이다'. 초심으로 돌아가자. 여기에 의업의 모든 것이 들어 있고, 보람찬 의업으로 만들 수 있는 해답이 있다. 의사는 항상 힘들어 하는 환자들을 대하는 직업이다. 의사는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건강해야 한다. 의사가 건강하지 않으면 환자를 잘 진료할 수 없다. 정신적으로 힘든 환자들의 호소를 따뜻하게 안아 줘야 한다. 의사 자신의 끊임없는 정신수양이 필요하다. 이렇게 할 자신이 없으면 의사라는 직업이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 진료는 때로는 중노동(?) 이상의 많은 체력이 필요하다. 끊임없는 체력단련이 필요하다.

다음은 질병현상에 대해 끊임없는 호기심을 발동시켜야 한다. 질병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야 한다. 이러한 태도가 질병을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마음이 절실하면 최신 문헌을 찾아 보거나, 선배 의사의 경험을 습득하는 추진동력이 된다. 때로는 이러한 노력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끊임없이 밀려오는 것이 진료의 현장이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의학연구이고, 의학연구는 매우 험난한 일이다. 그러나 의업이 힘들고 고통스러운 사람을 보듬어 주는 직업이라면, 해결되지 못한 상황을 방치한다면 의업의 소임을 다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환자의 고통을 해결해야겠다는 간절한 마음이 있다면 의학연구는 의사의 숙명일 수도 있다.

의사는 결코 안정된 직업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의 몫이 아닐지도 모른다. 의업은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생로병사(生老病死)에 동참하면서 인간을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직업이다. 그러나 의업이 생계수단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있다. 투쟁하면서 몫을 찾아야 하는 것인가. 그래도 의사는 항상 초심으로 돌아가 좋은 의사가 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 의사의 보람을 찾는 길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김광원 가천길병원연구원장·당뇨내분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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