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철 칼럼

서울 세계수학자대회 국가위상 제고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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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철 남서울대학교 교수·기획조정관리실장
수학 흥미상실과 때이른 포기
대입 전공선택 불균형 초래
결국 공급·수요 불일치로
청년실업 원인이 되고 만다
이를 해결하려면 국가가 나서고
청소년들 인식전환에 힘써야


인류탄생과 더불어 발생한 수학은 인류문명의 중요한 구성요소며, 그 형성 및 발달에 크게 이바지해 왔다. 수학의 발자취는 완전한 것으로 향하는 인류지성의 역사며 물질, 도덕, 사회작용, 인간존재문제 해결, 자연에 대한 이해 및 의미체득 등 바로 철학 그 자체다. 인류지성의 축제인 2014 세계수학자대회(ICM:International Congress of Mathematicians)가 역대 최대 규모인 130여개국 5천여명의 수학자가 참석한 가운데 지난 13일 서울에서 개최됐다.

1897년에 시작해 4년마다 열리는 전 세계 수학자들의 올림픽인 이 대회는 수학의 노벨상이라는 필즈상(Field Medal) 수여식을 시작으로 유명 수학자들의 기조강연과 초청강연을 중심으로 수학 대중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함께 21일까지 열린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최초의 여성 필즈상 수상자(마르얌 미르자카니:Maryam Mirzakhani 스탠퍼드대 교수)가 탄생했으며, 한국인 최초로 황준묵 고등과학원 교수가 기조강연을 맡아 우리나라 수학도 이젠 세계수학계의 중심에 들어섰다는 것이 입증됐다. 국제수학연맹은 회원국 수학수준을 5개 그룹으로 분류하는데 2007년까지 4그룹에 속한 우리나라는 이례적으로 두 단계가 상향돼 2그룹에 진입했다. 이 같은 성과는 한국수학자들의 지난 10여년간의 연구실적을 정리, 국제수학연맹에 제출해 재조정을 요청한 포스텍 박형주 교수(서울세계수학자대회 조직위원장)의 숨은 노력에 기인한 것이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수학실력 또한 이미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를 통해 입증된바 있다. OECD에서 주관하는 PISA는 1998년부터 시작돼 3년 주기로 열린다. 참여국의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수학·읽기·과학 소양을 평가해 국제적으로 비교 가능한 학업성취 지표를 산출하는데, PISA 2012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학 평균 점수는 OECD 회원국 중 1위, 전체 참여국 중 3~5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국제사회에서의 수학적 위상제고에도 불구하고 사회일각에서는 수학을 비롯한 기초학문에 대한 경시풍조가 여전하며, 청소년들에게 수학이란 자연계 대학 진학을 위한 도구일 뿐, 학문으로서의 가치나 흥미는 요원하기만 하다.

수학에 대한 흥미상실과 때이른 포기는 대학 진학 시 전공선택의 불균형을 초래했으며, 결국 공급과 수요의 불일치로 인해 청년실업의 원인이 됐다. 인문계 졸업자의 취업률은 자연계에 비해 현저히 낮으며, 취업의 질(급여 및 정규직 여부) 또한 열악하다.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수학교육 개선을 통해 수학에 대한 흥미를 유발시키고 수학포기자를 줄여 전공선택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가 나서야 한다. 수학교육과정, 교수학습연구 활성화를 위한 연구 지원 및 정책 강화를 통해 수학에 대한 청소년들의 인식전환에 힘써야 한다. 수학은 공격적인 학문으로 흥미를 잃으면 급속히 학습능력이 떨어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역사의 흐름과 이론의 탄생동기, 당시 실생활에 이용했던 방법 등에 관해 교육함으로써 지속적인 흥미를 유발시켜야 한다.

청소년들이 처음으로 수학의 벽을 느끼는 시점은 방정식에 관한 내용이 시작될 때다. 수학이란 원래 자연적인 현상이나 물리적인 상황을 수식으로 표현하는 학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저학년에서 기본적인 사칙연산과 구구단 등에 치중해 왔다. 따라서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연산에는 능통하지만, 수식화에는 한계를 느껴 흥미를 잃기 시작한다. 이 시기에 우리는 현상과 실험을 수식화하는 과정을 정확히 교육시켜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다. 수학교육과 수학발전에 대한 지원이 국가의 경제·사회에 튼튼한 기반을 마련한다는 데 대해 국제사회의 이견은 없다. 서울세계수학자대회를 전환점으로 기초학문에 대한 배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우리나라도 필즈상 수상자 배출과 더불어 국민소득 5만달러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이성철 남서울대학교 교수·기획조정관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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