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와이드

[금요와이드]첫 한가위 맞는 새댁 '너무나 가까운 대형마트'

'추석 장보기' 여기자가 간다

편리-알뜰 반비례… 뿌리치기 힘든 '카트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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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제수용품, 선물세트 등을 구입하는 모습. /하태황기자
필요한 건 배 3개인데 세트로 사야되나
유과 명인이 만든 강정 한입 맛보기도
원산지 예민한 고기·나물 살때 '믿음'
손쉬운 주차… 손 큰 분들에 적극 추천


휴일을 지나면 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다. 대부분의 주부들은 다음주면 추석 차례상 차릴 준비를 해야 하니 시장이 북적일 수밖에 없다. 시기적으로 다들 시장에 이목이 쏠릴 시간.

살짝 이른 감이 있지만 28일 오후 추석 차례상을 준비할 재료를 구하려 대형마트(동수원 홈플러스)로 가보기로 했다. 시집와서 처음 보내는 추석인데 손위 형님들과 나눠 차례상을 준비해 가려면 뭐라도 알아야 할 것 아닌가!



하지만 새댁에게 전통시장은 멀기만 하다. 흥정을 해보지 않은 탓에 시장 거래는 왠지 낯선 것. 또 물건이 좋은지 고를 줄 모르니, 에라 모르겠다. 그냥 믿을 수 있는 마트를 가자!

게다가 대형마트는 편리하지 않나? 주차도 편하고 혼자 장보는데 무거운 짐을 편하게 카트로 옮기고 차 트렁크로 바로 골인하면 되니 주부들에게 마트의 유혹은 뿌리치기 어려운 것.

얇은 지갑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일 수도 있겠지만 일단 편리함에 나를 맡겨보기로 한다.

식품관에 들어서자마자 나를 반긴 건 큼직한 제수용 배세트였다. 100g에 923원 하는 것으로 약 850g 정도 되는 아주 큰 배다. 이 배의 8개들이 선물세트가 6만원을 한다니 개당 7천500꼴이다.

우리는 보통 이런 배를 3개 정도 올리기 때문에 낱개로 3개만 구입하면 2만2천500원 정도가 소요된다.

하지만 마트서는 이 배를 낱개로 판매하지는 않는다. 마트는 이를 선물세트로만 팔고 있는 것.

사과도 마찬가지다. 차례상에 올릴 붉은 빛이 좋고 큰 사과는 4㎏, 12개들이 한 세트를 8만원에 팔고 있다. 대략 330g짜리 사과가 6천700원 정도다. 사과도 3개를 구입한다면 2만100원이 들겠지만 아직 세트만 있을 뿐이라서 일단 가격만 확인하고 지나친다.

추석 일주일 전이지만 아직 감은 출하되지 않았다. 갓 수확한 먹거리를 올리는 추석 차례상에 곶감을 올릴 수는 없으니 이 역시 추석 코앞에 다시 구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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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포도는 어떨까? 과일은 종종 집집마다 잘 드시던 것, 맛있는 것을 올리기도 해서 우리집은 종종 포도를 올리곤 했다. 알이 큰 거봉부터 캠벨포도까지 다양하지만 거봉이 조금 더 싸다. 현재 행사중인 김천 거봉 3개들이 세트를 1만원에 판다. 이 정도 가격이라면 사과 없이 포도를 올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슬쩍 해본다.

카트를 끌고 바로 옆 코너로 넘어가면 야채들이 습기 가득한 찬바람에 숨쉬고 있다.

전통시장의 야채들은 신선고가 아닌 텁텁한 더위에 지쳐가지만 마트의 야채들은 대우가 다르다.

그래서일까. 가격도 비싸다. 차례상에 올릴 삼색나물을 고사리·도라지·시금치로 하기로 하고 시금치 가격을 보니 100g에 981원, 도라지와 고사리도 100g에 2천980원이나 하니 본래 계획대로 한 근(600g)씩 했다가는 지갑 거덜나겠다. 긴장된다.

일단 600g씩 셋을 사면 고사리와 도라지는 1만7천880원씩, 시금치는 5천886원이다. 모두 국산이라 다행이지만 나물 사는 데 이 정도면 고기는 도대체 얼마나 비쌀까….

산적 고기 3장과 탕국 끓일 고기를 한우로 사기로 했다. 그래도 명색이 추석인데, 수입산을 쓸 순 없다. 입에 미국산을 넣더라도 조상님 차례상 올리는 걸 수입산을 썼다간 시어머니께 날벼락을 맞을 터.

'안심 한우'라고 쓰인 푯말을 보고 찾아가 산적용, 탕국용을 묻자 100g에 4천580원이라고 적힌 가격표가 답을 한다. 산적 3장을 쌓아 올리려면 한 근 반은 필요하다는데, 산적 고기 한 근만 2만7천480원이다. 산적과 같은 설도 부위로 썰어 있는 걸 탕국용으로 쓰니 같은 양에 80원이 저렴하다. 그래도 2만7천원이 든다.

러시아산 조기 320g은 2천800원 정도 했고, 이를 3마리 정도 놓으면 8천400원이다.

마트 벽쪽을 돌다 중간을 바라보니 어떤 유과 명인이 즉석에서 유과를 만들어 팔고 있다. 즉석에서 만든 유과와 강정으로 선물세트도 만들어 준단다. 시식을 해보니 명인은 명인인가 보다.

조청유과가 봉지째 판매되는 것도 있지만 맛좋은 걸 선택할 수 있다는 건 마트의 장점이다.

봉지로 파는 것은 100g당 1천940원가량 했지만 이유과는 같은 단위당 4천원이었고, 산자 3개 한 세트는 5천~6천원 하는 것이 이 명인이 만든 것은 7천원 정도 했다. 찹쌀 약과는 350g에 3천원가량이면 구입할 수 있었다.

떡도 주문이 가능하다. 녹두 편은 살짝 작은 듯한 3장(914g)에 1만1천원 정도, 송편은 1㎏을 맞추는 데 1만2천원 정도다. 한 말의 기준이 몇 킬로그램인지는 정확지 않지만 시장의 한 말 기준 10㎏을 적용한다면 12만원 정도가 드는 것이다.

북어포는 6천원 정도 써야 괜찮은 것을 올릴 수 있고, 모두 러시아산이다.

차례주 백화수복 700g은 4천750원 정도, 두부는 1천750원 정도다.

대형마트에서 구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 감, 대추, 밤, 식혜, 전·부침개 등인데, 이 중 감, 대추, 밤은 아직 출하되기 전이고, 전·부침개는 추석 코앞에 두고 즉석조리코너에서 판매를 시작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때가 돼도 식혜만큼은 대형마트에서 구입할수 없다.

대형마트는 원산지 표시가 명확하고 단위당 가격이 100g으로 일치돼 있어 가격을 따지기가 편했다. 원산지에 예민한 고기와 나물을 살 때는 마트가 더 믿음이 갔다.

하지만 전통시장에서는 과일을 낱개 구매할 수 있고, 개당 가격이 훨씬 저렴한 걸 생각하면 과일만큼은 전통시장에서 사는 편이 낫다고 확신했다.

/권순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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