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리히 법칙과 사망변조사건

윤수경

발행일 2014-09-02 제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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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수경 사회부
보험사에서 근무하던 하인리히는 산업재해 통계를 분석하다 한 가지 법칙을 발견한다. 큰 사고가 발생하기 전 그와 관련된 징후가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이다. 일명 '하인리히 법칙'으로 경찰 사건에서도 적용된다. 큰 사건은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발생하기보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 일정 기간에 여러 번의 징후·징조가 있다. 하지만 징조들을 사소하게 방치했을 때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지난 7월 발생한 고양 입양아 사망 변조사건도 타성에 젖은 경찰관들의 수사, 근시안적 접근으로 제2, 제3의 피해를 키울 뻔했다. 만약 미혼모인 생모가 아이를 찾아나서지 않았다면 정모(5)군은 다른 아이의 이름으로 사망이 변조된 채 병사처리됐을 것이며, 김모(7)군이 실종됐다는 사실조차 영원히 묻혔을지도 모른다.

사건을 최초 담당했던 일산경찰서 경찰관들은 병원진단과 부검결과로 나온 사인만 두고 입양된 아이가 온 몸에 멍이 가득하고 욕창이 있었던 점, 양모인 조모씨가 죽을 지경에 이른 아이를 병원에 마지막으로 데려간 것이 7달 전이었다는 점을 간과했다. 또한 아이의 신체조건이 또래 7세로 보기 힘들 정도로 왜소했던 점, 부검결과 사인은 패혈증이었지만 병에 이르게 된 경위를 무시한 채 단순 병사로 사건을 처리하는 과오를 남겼다.

경찰이 조씨 가정에 좀 더 신경을 썼더라면 의심의 징조를 충분히 찾아낼 수 있었다. 조씨의 첫 번째 입양아는 중학교에 들어갈 나이였지만 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중이었다는 점, 잦은 이사와 전학으로 주변 이웃이나 선생님조차 그 집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다는 점 등도 의심했더라면, 좀 더 일찍 조씨로부터 아이들을 구해낼 수 있었을 것이다. 특히 양모의 자수에도 재수사를 벌이지 않았던 점은 일산서의 부실 수사를 여실히 드러냈다.

하인리히 법칙은 여러 징후·징조를 통해 문제가 제기되고 있음에도 이를 외면하다가 큰 일이 벌어질 수 있음을 우리 사회에 경고하고 있다.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주변에서 일어나는 작은 징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윤수경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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