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패러다임의 전환 시급하다

이준우

발행일 2014-09-16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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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우 강남대 사회복지 전문대학원 교수
대규모 시설 중심의
복지실천에서 하루빨리
동단위 소규모 공동체를
형성해가는 구조로 바꾸고
지역주민 스스로 복지주체가
되게끔 의식전환 필요


언젠가는 사달이 날 줄 알았다. 재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너나 할 것 없이 복지정책을 제시할 때, 알아봤어야 했다.

중앙정부의 복지정책만 해도 어림잡아 350여 가지가 넘는다. 지방정부에 위탁돼 시행되는 사업도 족히 300여 가지가 된다. 그 뿐 아니라 지자체 특화사업만도 최소한 100여개에 이른다. 2008년이후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복지 재원 마련이 지자체의 가장 골치 아픈 현안이 된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니 보건복지부가 담배에 부과되는 각종 세금을 올려 2조8천억원을 더 걷기로 한 데 이어 안전행정부가 주민세와 자동차세 등 지방세를 인상하고 세금감면 혜택을 줄여 1조4천억원을 더 징수하겠다고 하는 것은 필요한 복지재원을 충당하기 위한 조치로는 사실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나라살림에 대한 솔직한 입장표명을 해야 하고, 그런 후에 정교한 세제개편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어떻게 해서든 세수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적정수준에서 세금보다는 사회보험 부담률을 높이는 것이 최선이라고 한다. 모두 다 맞는 말이다. 다만 경기가 빨리 회복돼야 한다는 전제가 요구되는 처방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북유럽 복지선진국들과 같이 고부담 고복지로 가기에는 우리의 현실이 너무 팍팍한데 국민의 복지욕구와 기대치는 과도하게 높아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복지사각지대에 대한 접근도 여전히 미흡하다. 이제는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정책 패러다임과 전달체계, 실제적인 사회복지사업 등을 근본적으로 혁신해 나가야 할 고민과 성찰이 진지하게 시작돼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진정한 복지는 국민 스스로 자신이 속해 있는 지역사회를 복지친화적인 환경으로 다함께 노력해 만들어 가는 모습으로 발전돼 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혜적이고 자선적인 복지에서 창조적이며 자립적인 복지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지역을 바꾸고, 주민의 삶을 혁신함으로써 지역사회 자체가 행복한 지역공동체가 되게 하는 차원에서 복지의 틀이 재구성돼야 한다. 이를 위해 대규모 사회복지시설 중심의 복지 실천에서 하루빨리 동단위의 소규모 복지공동체를 형성해 나가는 구조로 탈바꿈해야 한다. 지역주민 스스로 복지 주체가 되게끔 의식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주민자치센터와 기존의 사회복지기관들이 바로 지역주민의 복지향상을 위한 소통과 연계의 거점센터로 거듭나야 한다.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도 혁신돼야 한다. 최소한의 금전적 지원만으로 모든 것이 다 해결됐다는 발상에서 벗어나 이들을 인적자본으로 인식하고 자립의지와 생산능력을 고취할 수 있는 사회적 지지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대규모 사회복지시설 설치를 지양하고 존재해 있는 다양한 지역사회 자원을 복지자원화해 지역의 특성과 실정에 부합하는 소규모 복지공동체들이 생겨나게 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복지공동체를 형성해 나가도록 밑으로부터의 욕구에 부응하는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기억해야 한다. 지역사회가 끈끈한 공동체로 변모하게 되면 지역문제에 대해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연대를 조건으로 하는 다양한 수준과 차원의 활동들이 자연스레 생겨나게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협동조합운동이나 사회적기업·공동육아·대안교육·지역화폐 운동 등에서 그 가능성을 보고 있다. 또한 우리에게는 품앗이·두레·계·향약 등과 같은 전통이 문화적으로 존재하고 있다. 이와 같은 공동체성에 기반한 우리 고유의 접근을 현대적으로 우리식 사회복지 전달체계 모델로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복지는 사업이 아니라 생활이다. 복지는 돈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연대와 신뢰에 기반한 상생운동으로 펼쳐가야 한다.

/이준우 강남대 사회복지 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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