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없는 아이들·2]기지촌 유령신세

사람답게 살려고… 한국 떠난다

윤재준·최재훈·공지영 기자

발행일 2014-09-16 제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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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내 기지촌 인근의 한 초등학교.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동남아계 어린이가 홀로 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 1990년대부터 도내 기지촌을 중심으로 불법체류 외국인 여성들이 유흥업소로 유입되면서 이들이 낳은 아이들이 국적도 가지지 못한 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최재훈기자
유흥업소 일하는 불법체류 여성
미군과 동거… 아이만 떠안게돼
가난 탓 대사관 출생등록도 못해
불법 감수하고 자국으로 보내


경기도에 남아있는 옛 기지촌에는 일명 '양공주'라는 이름으로 온갖 풍파를 겪었던 한국 여성들이 떠난 자리를 외국인 여성들이 대신하고 있다. 그들 또한 과거 기지촌 여성과 마찬가지로 돈을 벌기 위해 고단한 삶을 살고 있다. ┃관련기사 3면

추석 연휴기간 새벽, 경기도의 한 기지촌 클럽에서 일하는 외국인 여성들을 만났다.

희미한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3명의 외국인이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자신의 이름이 매니(가명·38)라고 밝힌 여성이 "혼자서 아들을 키우고 있다"고 털어놨다.

매니는 지난 2000년 무렵 외국인전용 유흥업소와 호텔 등에서 공연을 할 수 있는 E-6비자를 통해 처음 한국으로 건너와 외국인 클럽에서 생활을 하다 불법체류자가 되면서 미군기지촌까지 흘러들게 됐다.

그녀에게는 올해 14살 된 아들이 있다. 한국에서 만난 미군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다. 사실 이들은 계약부부였다.

보통 기지촌 여성들과 사는 미군들은 주둔기간까지만 일정 생활비 등을 부담하며 동거한다는 계약을 맺고 있다. 매니의 남편도 그녀의 아들이 세돌을 맞던 해 본국으로 돌아간 뒤 지금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다.

매니는 "이 일대에서 나같은 처지에 놓여있는 국적없는 아이를 키우는 여자들이 100명은 족히 넘는다"고 설명했다.

매니의 아들인 포바스(가명·14)는 현재 중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출생 신고조차 돼 있지 않은 '국적없는 아이'다. 불법체류자 신분에다 돈이 없어 자국 대사관을 통해 할 수 있는 출생등록 비용을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혼자 아들을 키우느라 낮에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밤에는 클럽 등에서 일하며 돈을 벌고 있지만 한달 생활비도 빠듯한 형편이다.

매니는 국적이 없는 포바스가 현재 정체성의 혼란으로 느끼는 불안한 미래에 대해 그저 한 숨만 쉴 뿐이다.

이런 현실 탓에 최근 국내에 불법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여성들은 자녀들의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면서 불법을 감수하고서라도 자녀를 모국으로 보내려 하고 있다. 이로인해 최근 '신(新)아기무역'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윤재준·최재훈·공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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