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없는 아이들·2]위험천만한 본국행

브로커 손에 동반출국 '안전 무방비'

윤재준·최재훈·공지영 기자

발행일 2014-09-16 제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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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양육 힘든 외국인 여성
적발땐 강제출국 도사린 위험
고비용 드는 '아기무역' 택해
"정부, 아동기본권 지켜줘야"


최근 20년간 E-6 비자를 통해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 여성은 3천126명으로 1990년도(86명)에 비해 36배나 증가했다. 이 중 절반가량이 경기도내 기지촌 업소에서 일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기지촌내 클럽과 유흥주점에서 성매매를 해야 하는 현실을 감당하지 못해 클럽을 도망쳐 나와 불법체류자로 전락했다.

클럽을 나온 이들은 생활을 위해 미군과 동거를 선택, 아이를 낳았지만 미군이 떠날 경우 무국적 아이로 자녀를 키워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현재 도내 기지촌을 중심으로 무국적 아이들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한국에서 무국적 자녀를 양육하는 일은 결코 녹록지 않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 불법이지만 자녀를 가족들이 있는 본국으로 보내려는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불법체류자 신분이라, 직접 아이를 본국에 데려다줄 수 없기 때문에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1천만원이 넘는 비용을 주고 브로커를 이용한다. 브로커들은 호적에 아이를 올린 뒤 자신의 아이인 것처럼 속여 출국심사를 통과하는 방식으로, 이른바 '아기무역'을 벌이고 있다.

특히 베트남은 본인 아이가 아닐 경우 입국 자체를 금지하는 등 자녀를 본국으로 보내는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에 브로커를 통해 보내고 있다.

실제로 취재진이 만난 한 베트남 출신 불법체류자는 브로커에게 800만원을 지불하고 첫째 아이를 본국으로 보냈다. 이 불법체류자는 현재 두 살된 둘째 아이를 본국으로 보내기 위해 돈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브로커를 통해 보내려다 경찰에 적발된 사례도 발생했다. 경기지방경찰청은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이와 관련된 수사를 벌여 60여명의 브로커를 적발했다.

이들 브로커는 베트남인 모집책(자녀를 본국으로 보낼 불법체류자 부모들을 모집하는 역할)과 국내 알선 브로커, 아이의 출생을 증명해 주는 인호보증 대행 브로커, 가짜호적을 빌려준 한국인 등이 포함된다.

특히 불법체류자 아이를 자신의 호적에 올려주는 한국인의 경우 대부분이 아내가 필리핀, 베트남인인 결혼이주가정인 경우가 많다.

아이를 맡기는 불법체류자 부모가 이들 브로커에게 지불하는 비용은 1천만~1천200만원. 비싼 비용까지 지불했지만 결국 적발돼 불법체류자 부모들은 강제출국 조치를 당했다.

필리핀은 본인의 자녀가 아니더라도 대사관에 아이의 보호자로 신청만 하면 입국이 가능하기 때문에 베트남보다는 형편이 나은 편이다. 이들은 대개 합법적인 비자가 있는 주변 친구나 지인들을 통해 아이를 보내는데, 비행기 요금을 대신 지급하는 식의 수수료를 지급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어려워졌다. 인천공항에서 아이를 데리고 함께 출국하는 외국인을 상대로 아이의 친부모가 아닐 경우 친부모의 현 거주지를 확인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도 브로커를 이용해 아이를 본국에 보내거나 비교적 출국심사가 쉽다고 알려진 배편을 이용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아이를 보내는 과정 속에서 위험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 부모가 아닌, 타인의 손에 어린 자녀의 생사를 맡기기 때문에 아이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데다, 출입국이나 경찰에 적발될 경우 신분이 노출돼 강제출국을 당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들 부모가 무국적 자녀를 본국에 보내려는 데는 아이의 신분을 증명할 길이 없는 한국의 환경에선 도저히 혼자 힘으로 양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지촌성매매여성 인권단체인 두레방 관계자는 "당장 일을 해야 아이 양육비를 감당할 수 있는데 어린이집, 유치원 등 전혀 지원을 받을 수 없다 보니 베이비시터와 같은 부가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기껏 힘들게 키웠다고 해도 국적도 없고, 신분 증명도 안 되는 아이가 한국에서 맞닥뜨려야 할 현실이 워낙 암담해 불안하더라도 남의 손에 아이를 본국으로 보내려는 경향이 짙어졌다"고 설명했다.

불법체류 외국인 자녀를 돕는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애초에 정부에서 무국적 아이들에 대해 불법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관심을 가져줬다면 아이를 위험에 빠뜨리는 불법을 감행하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실태조사를 거쳐 무국적 아이들의 기본권을 지켜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재준·최재훈·공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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