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과 보존의 기로에 서 있는 DMZ·4]독일 드레스덴과 DMZ세계평화공원

전쟁 상처 위에 돋아난 '평화의 새살'

김종화 기자

발행일 2014-09-17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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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 있는 화약고로 불리는 한반도에서 DMZ는 60여년간 멈춰 있는 한국전쟁을 억제하는 역할을 해 왔다.

전쟁을 억제하기 위해 설치된 DMZ(비무장지대·Demilitarized Zone)는 최첨단 무기들의 경연장으로 부를 수도 있지만, 또 다른 입장에서는 평화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기도 하다.

DMZ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후 전쟁의 상흔으로 물들어 있는 공간을 자연 스스로 극복해낸 공간이다. DMZ는 60여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혼란했던 시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 있었다. 그러했기에 DMZ는 전쟁과 개발 논란 속에서 벗어나 있을 수 있었다.

혹자들은 DMZ 주변에서 산발적으로 일어났던 총격전과 크고 작은 남북한간의 충돌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국지전 성격을 띤 충돌이었을 뿐 한반도 전체가 전쟁의 회오리에 휩싸이지는 않았다.

# DMZ세계평화공원 왜 드레스덴인가

지난 3월 28일 독일을 방문 중이던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 5대 명문 공대 중 하나인 드레스덴 공대를 방문해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을 발표했다.

한반도와 같이 분단이라는 아픔을 겪었던 독일이라는 국가를 방문해 그들이 일궈낸 통일 과정을 배운다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공감을 했다.

천안함 사태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남북간의 교류와 통일 문제에 대해 공론화를 이끌어 냈다는 점에 대해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의 많은 도시 중 한국인들에게는 생소한 드레스덴이라는 도시를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의아한 반응이 많았다.

드레스덴이 독일 내에서 가지고 있는 상징적인 위치를 안다면 이런 오해는 해소될 수 있다.

작센주의 주도인 드레스덴은 엘베강 연안에 위치해 있는 아름다운 도시다.

1711~22년에 건립된 바로크 양식의 츠빙거 궁전을 비롯해 다양한 왕성과 옛 건축물들로 인해 독일의 피렌체라고 불리기도 한다.

19세기부터는 독일의 교통·공업 중심지의 하나로 성장했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군수물자를 공급하는 주요 도시였다.

이로 인해 미·영 공군의 폭격을 받아 구시가지 대부분이 파괴됐었다.

드레스덴이 독일의 주요 공업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1875년에 창설된 드레스덴 공대가 중심이 돼서 항공기 제조, 정밀광학기기 기계, 화학 분야 등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드레스덴은 이탈리아의 르네상스기 명화와 루벤스, 렘브란트 등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 드레스덴 국립미술관, 드레스덴 교향악단·국민극장 등이 있어 독일인들에게 예술 도시로서도 유명하다.

# 엘베강의 신화 드레스덴

드레스덴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영 공군의 집중 폭격을 받아 구도심의 80% 이상이 파괴됐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종전된 후 동독 영토로 편입됐던 드레스덴은 동독 지역의 여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경제난으로 인해 재건 작업이 활발히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통일을 전후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구도심의 파괴된 건물들은 옛 사진과 그림, 각종 문헌에 나온 기록을 통해 옛 모습을 추정해 복원하는 과정을 거친다.

외형적인 모습은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지만 내부는 현대적으로 꾸며 관광객들이 이용하는 데 불편하지 않게 하고 있다.

구도심 건물 중 성당과 왕궁, 관공서 건물을 제외한 일반인들이 거주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들은 호텔과 음식점 등으로 꾸며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드레스덴 구도심은 독일 통일 25주년을 맞는 현재까지도 꾸준히 복원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파괴된 석재 중 사용할 수 있는 것을 분류해 건축자재로 그대로 사용해 복원을 진행했다.

특히 독일은 복원사업이 진행중인 드레스덴 구도심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구도심 복원에만 멈추지 않고 도심을 가로지르고 있는 엘베강에 근대 기록에 많이 등장하는 증기기관선을 현대적으로 복원해 유람선으로 활용하고 있다.

도심에서는 주야(晝夜)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거리 공연을 진행하고 있고, 수도사와 중세 상인 등 중세시대 복장을 입은 해설사들이 거리를 오고가며 드레스덴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도 발굴해 관광객에게 볼거리로 제공하고 있다.

중세와 근대 건축물들이 복원되고 있는 드레스덴 구도심과 별개로 독일 남동부 지역 경제 중심 도시로서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공업단지와 신도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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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레스덴에서 DMZ세계평화공원을 엿보다

드레스덴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처참하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보았던 도시다.

이런 드레스덴이 통일 이후 독일 문화를 상징하는 문화 예술 도시, 그리고 동서독 통일을 상징하는 도시로 거듭난 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특히 빠른 복원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옛 모습을 완벽히 복원하기 위해 치밀한 준비를 하는 독일인의 모습, 그리고 복원된 각종 문화재를 중심으로 다양한 관광자원 콘텐츠를 개발해 활용하는 모습은 한국 사회에서도 충분히 배워 나갈 필요가 있다.

이런 드레스덴에서 한반도 평화와 한민족 통일의 초석이 될 DMZ세계평화공원 구상을 발표한 것은 전쟁으로 파괴된 문화자원을 철저한 준비를 통해 복원해 나가는 독일에서 배워 나가자는 의미가 클 것이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마다 옛 것을 파괴하고 개발에만 치중하는 잘못된 개발 문화를 가지고 있는 한국사회의 개발 문화에 옛 문화를 지키고 복원한 후 그 안에서 새로운 것을 잉태하는 독일의 모습을 배워 나가야 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을 것이다.

DMZ는 60여년간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미지의 공간이었다. DMZ세계평화공원은 역사적인 의미뿐 아니라 이런 생태·환경적으로 가치가 높은 DMZ의 가치도 함께 담겨 있어야 한다.

드레스덴을 보며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원시 자연을 파괴하기보다는 현재 있는 것을 바탕으로 옛 모습이 어우러진 친환경적인 DMZ세계평화공원을 꿈꿔 본다.

글/김종화기자
사진/김종택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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