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이후를 고민하는 까닭

이용식

발행일 2014-09-22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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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현명한 판단 합리적 결정
필요한 시급한 현안들
재정문제 심각성과 맞닿아
또한 현실적 문제 시작은
공직·시민사회 활력
되찾는 것부터 이뤄져야


많은 곡절을 겪은 후 아시안게임이 시작됐습니다. 개최도시 선정에서부터 준비과정을 거쳐 대회개최에 이르기까지 인천시와 시민들은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재정문제가 가장 컸고, 그 과정에서 중앙정부와 재정지원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심했습니다. 개최여부와 재정책임 등을 둘러싸고 시민사회가 나뉘어 제 주장을 펴며 감정의 골이 깊어지기도 했습니다. 지역여론이 나뉘었고 갈등이 심화되기도 했죠. 이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 여기까지 이르렀고, 지난 주말에 성대한 개막식을 치를 수 있었습니다.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오늘에 이른 만큼 제17회 인천아시안게임은 잘 치러질 것이고 성과도 크게 남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아니 그럴 것이라 믿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일지도 모르겠네요.

이제 막 축제가 시작됐는데, 벌써부터 잔치 이후를 걱정한다는 것이 무슨 심뽀(?)냐며 힐난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국가적인 메가 이벤트이후 개최도시로서의 역동적 에너지를 모아 도시발전을 획기적으로 도모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잔치가 끝나자마자 인천이 맞닥뜨리게 될 어려운 현실은 서둘러 아시안게임 이후를 깊이 고민해야만 하는 까닭이 되고 있습니다. 잔칫집의 '축제모드'에서 엄혹한 '현실모드'로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켜 주고 있습니다.

인천이 당면하고 있는 과제와 숙제들은 일일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입니다. 지지부진한 대규모 개발프로젝트와 수많은 구도심 재생사업, 예산낭비와 정책실패의 상징으로 남아 있는 월미은하레일을 비롯한 그 아류의 지역개발사업들, 그리고 확실한 대처를 요구하는 수도권매립지 종료문제와 내항개방, 재개발 문제 등 하나같이 현명한 판단과 합리적 결정을 요구하는 시급한 현안들입니다. 결정의 시급성은 인천 재정문제의 심각성과 맞닿아 있습니다. 합리적이고 신속한 정책결정이 인천시가 안고 있는 부채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현실모드의 시작은 공직사회와 시민사회의 활력을 되찾는 일에서부터 이뤄져야 합니다. 공무원들이 활기차게 일할 수 있어야만 소신있는 책임행정과 시민참여의 소통행정을 펼칠 수 있겠죠. 공직사회의 활력은 행정 적폐를 해소하고 투명하고도 합리적 인사를 단행하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정치과잉'이었다는 그간의 시정행태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서 공직사회의 활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능력있고 경력있는 공직자들이 적소에서 소신행정과 책임시정을 다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인천 시민사회의 활력은 적극적인 시민참여와 행정과의 올바른 관계 설정에서 확보될 수 있다고 봅니다. 거버넌스로 대변되는 참여행정은 행정이 시민사회와 얼마나 합리적인 관계를 맺는가에 따라 그 실효성이 좌우됩니다. 시민사회와 시민정신을 대표하고 있는 건강한 시민사회단체와 건전한 긴장관계를 유지해야만 행정은 고인 물이 되지 않고, 시민사회는 건전한 동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 사학비리의 대명사였던 인천대를 정상화시켰고 굴업도 핵폐기장을 막아냈으며 계양산 난개발을 저지했던 인천시민사회의 역동적인 힘이 다시 한번 도시 전체에 넘쳐날 때 인천은 또 다른 도약을 이뤄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가로막는 장애물들을 들춰내고 해결방도를 강구하는 일은 인천발전연구원의 몫이기도 합니다.

백구번지(대표적인 슬럼가였던 전도관 밑의 남구 숭의동 109일대)에서 태어나 소년기를 보냈던 제 몸은 아직도 '명절증후군(?)'을 기억해낼 때가 있습니다. 추석이나 설날을 동네에서 또래들과 보낸 후 집으로 돌아갈 때의 스산한 느낌인데, 어스름한 저녁 긴 골목길을 걸어가면서 뼛속 깊이 느꼈던 공허함을 이릅니다. 어린아이가 들뜬 잔치가 끝난 후 다시 험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때 가질 수밖에 없었던 쓸쓸함과 먹먹함이었겠죠.

잔치가 끝난 후 인천이 가질 수 있는 이러한 분위기가 백구번지 제 어린시절의 아린 기억처럼 오래가지 않길 바랍니다. 이런 바람은 제가 아시안게임 이후를 고민하는 또 다른 까닭입니다.

/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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