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없는 아이들·3]희망을 잃은 삶

'불행 대물림' 불안한 내일

윤재준·최재훈·공지영 기자

발행일 2014-09-22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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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내 한 초등학교에서 외국인 이주아동들이 한글 수업을 받고 있다. 무국적 아동들 대부분 한글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채 어렵게 학교에 진학하고 있다. /최재훈기자
불법 체류자 자녀처럼
공장·야간업소 등 전전
단속 피해 떠도는 신세
"악몽의 현실 너무 슬퍼"


울란하울(가명·18)군은 1세대 미등록(무국적) 아동이다. 몽골에서 태어나 13세때 엄마 기르엘룬(가명·40)과 함께 관광비자로 한국에 온 뒤 비자만료 이후 불법 체류자가 됐다.

졸지에 미등록 아동이 된 하울군은 엄마와 함께 단속을 피해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불안한 성장기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단속 때문에 학교 가기를 미뤘던 하울군은 중학교만 겨우 졸업했다. 이후 엄마와 같이 공장을 전전했고 단속에 들킬까 봐 새벽시간대에 나와 일을 해야 했다. 단속을 피해 이사다니길 수십 차례. 기약없는 떠돌이 생활에 한국 친구 하나 사귀지 못했고, 지금도 엄마와 함께 지하 단칸방에 살고 있다.

몽골인 밧토르(가명·25)씨는 초등학교 6학년때 엄마가 출입국관리소에 단속돼 강제출국을 당한 뒤 10여년 동안 공장을 전전하고 있다.

엄마의 강제 출국 이후 함께 살던 외삼촌마저 몽골로 돌아간 뒤 살아갈 길이 막막했던 밧토르씨는 수십 차례 공장을 옮겨다녔다. 얼마 전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았지만, 아이 또한 무국적이다.

무국적 3대를 이어가고 있는 밧토르씨는 "악몽 같은 현실이 너무 슬프다. 제발 내 아이는 한국사회에서 인간다운 대접을 받으며 떳떳하게 성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울먹였다.

이들의 삶은 부모와 똑같이 불법체류자로 공장, 야간업소 등을 전전하며 대를 이어 무국적자의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흔한 휴대전화나 신용카드는 꿈도 못 꾼다.

이처럼 사회적 무관심과 냉대속에 일부는 폭력 등 각종 범죄의 유혹에 빠지면서 사회문제가 되기도 한다.
현재 경기도내 거주하는 외국인은 49만2천여명으로 도내 전체인구(1천200만명)의 4%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외국인 범죄도 매년 7천~8천건이 넘게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는 범인의 신원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찰 관계자는 "무국적자들의 경우 어디에서도 신원 파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사에 어려움이 많다"며 "사실 아무 대책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고 말했다.

1세대 미등록 아동들이 성장하는 20여년 동안 한국사회는 변한 게 없다. 이 때문에 1세대 미등록자들의 삶은 현재 무국적 아동들의 미래라고 말한다.

코시안의 집 김영임 원장은 "전보다 나아졌다고 해도 결국 무국적 아동들도 1세대 미등록 아동들과 같은 과정을 밟게 돼 있다. 더 이상 정부는 땜질식의 처방만으로 미등록 아동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재준·최재훈·공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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