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잔은 7부만 채워라(계영배)

송진구

발행일 2014-09-24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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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진구 인천재능대 교수
돈도 명예도 사랑도
그릇에 적당히 채우고
그 이상은 절제하거나
양보하는 삶의 태도
바로 거기에 참된 행복과
진정한 성공이 있는게 아닌가


제 연구실에 있는 책장 몇 칸은 책이 아닌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국내외 강의를 다니면서 모은 소품들과 선물로 받은 소품들입니다. 그 중에 가장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소품 중 하나가 도자기로 만든 계영배(戒盈杯)라는 술잔입니다. 예전에 사업 실패로 생사를 넘나들던 때 구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계영배는 제나라 환공이 곁에 두고 보면서 과욕을 경계하기 위해 사용했던 잔이라고 합니다. 가득 참을 경계하라는 잔으로, 잔의 7부까지만 채워야 합니다. 그 이상 채우면 채운 술까지 잔 밑으로 사라져 버리는 잔입니다. 인간의 끝없는 욕심과 지나침을 경계하라는 잔이 바로 계영배입니다. 공자는 계영배를 보고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교만하면 손해를 보고 겸손하면 이익을 본다. 이것이 하늘의 도다." 조선 후기의 김상옥은 계영배를 늘 곁에 두고 과욕을 경계, 조선역사상 전무후무한 거상이 됐다고 전해집니다.

계영배는 넘치지 않고 적절한 7부가 가장 아름답다고 얘기합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7부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현인들의 지혜를 빌리면 대략 다음과 같이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첫째, 절제. 인간이 가장 하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절제인 듯 합니다. 역사에서 나름의 업적을 남겼던 수많은 사람들이 가을 바람에 추락하는 낙엽처럼 한 순간에 사라지는 이유는 자신의 능력을 주체하지 못하고 칼을 휘둘렀기 때문입니다. 칼은 상대를 베기도 하지만 때로는 자신을 벨 수도 있습니다. 절제는 쉽게 따라 하기 어려운 만큼 할 수만 있다면 자신의 평온과 주변의 행복을 돕는 명약입니다.

제가 만난 성공한 사람들은 사석에서 그런 얘기를 자주합니다. "나는 절제했어야 했습니다. 쓰는 것을 절제하는 것이 아니라, 버는 것을 절제했어야 했어요. 아무리 돈이 많아도 하루 세끼 먹고, 잠은 하나의 침대에서 자며, 그 많은 돈이 자식에게 반드시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몰랐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에 인생에서 의미있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 했었습니다"고 후회합니다.

부와 명예와 존경을 모두 성취한 성공한 사람들에게서 발견되는 공통된 특징은 강력한 절제의 힘을 갖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유혹과 편법에 눈 돌리지 않고 오로지 정도를 걸으며 묵직하게 앞을 향해 나갔던 것입니다. 계영배가 주는 교훈처럼 적절한 때 멈추는 지혜를 알았던 셈이죠.

둘째, 양보. 제가 존경하는 모 총장님은 평생을 공직에 있으면서 상사에게 보고하기 곤란한 일은 자신이 직접하고, 칭찬받을 일은 부하에게 하게 해 조직 전체를 열정과 보람으로 채우는 분이 있습니다. 공은 양보하고 과는 자신이 책임지는 것이지요. 그 분이 이끄는 조직이 어떤 성과를 낼지는 불을 보듯 명확합니다. 물론 공직자로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타인을 위한 양보가 결국은 자신을 위한 것이 된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지혜로운 리더는 예나 지금이나 양보와 배려로 조직 전체를 활성화시키고 있습니다. 넘치지 않고 양보하는 계영배의 정신입니다.

7부에서 잔을 멈춘다는 것은 말은 쉬우나 분명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절제와 양보는 오늘날처럼 너나없이 나만 잘살려고 상대를 비하하고, 문제가 생기면 모두 네 탓이라고 상대를 몰아붙이는 현실에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임은 확실합니다. 7부에서 잔을 멈추는 것은 후회를 줄이고 더불어 삶을 평온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니까요. 돈도, 명예도, 사랑도 그릇의 7부까지만 채우고 그 이상은 절제하거나 양보하는 삶의 태도, 바로 거기에 참된 행복과 진정한 성공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계영배에 술을 담아 한잔하면서 7부의 지혜를 되새겨볼까 합니다.

/송진구 인천재능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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