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없는 아이들

최재훈

발행일 2014-09-25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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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훈 지역사회부(포천)
'국적없는 아이들'을 취재하면서 한 옛기지촌 어두컴컴한 뒷골목에서 마주친 아이들의 눈빛이 지금도 뇌리에 생생하다. 낯선 사람을 보자 겁먹은 눈빛을 하고는 슬금슬금 뒷걸음질치다 도망치듯 어둠 속으로 사라진 아이들, 티없이 맑아야 할 이 아이들이 도대체 왜 도망쳐야 할까.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는 불법 체류자의 자녀들이 방과후 모여 한글을 공부하고 있었다. 언뜻 보면 외국인 학교에 와있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올망졸망 아이들 틈에 우리나라 나이로 중·고등학생쯤 보이는 청소년도 얼핏 대여섯명 눈에 띄었다. 아이들 모두 우리말을 유창하게 구사했다. 사실 이 아이들은 피부색만 다를 뿐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한국인이다. 이들은 부모가 언제 출입국 단속에 붙잡혀 이 나라를 떠나야 할지 모르는 불안속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다.

생활형편이나 부모의 불법 체류자 신분 등의 이유로 유치원 교육은 꿈도 꾸지 못한다. 이렇다보니 초등학생이지만 이미 유치원에서 배웠어야 할 한글을 몰라 수업시간 멀뚱멀뚱 선생님의 얼굴만 쳐다보는 아이들이 수두룩한 것이다. 중·고등학생 나이지만 뒤늦게 교실 한구석에 앉아 동생들과 함께 한글을 배우는 아이들을 보자 가슴이 저렸다. '이 현실을 어떻게 헤쳐나가야하나'라는 생각과 함께 '이 아이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현실적 한계에 자괴감마저 들었다.

우리나라도 1960년대 간호사와 광부들을 독일 등 유럽에 외화벌이로 보내야했던 시절이 있었다. 또 1990년대 후반까지 '고아수출국'이라는 불명예의 멍에를 썼다. 우리는 10여년전 부족한 일손을 메우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들을 불러들여 산업인력의 불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불법 체류자들이 양산되고 있고 이들의 자녀가 무국적자로 암담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하루빨리 정치권과 국민들이 나서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법과 제도가 만들어져 이 땅에서 더이상 국적없는 아이들이 나오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최재훈 지역사회부(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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